[로펌의 진화]②동북아 경제지도 선봉…법무법인 지평의 `괄목상대`

패기로 뭉친 젊은변호사들, 출범 10년 안돼 10대 로펌에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합류·퀄컴 상대 승소로 업계 이목
북한투자지원센터로 `동북아 경제지도` 자문에 선봉장
미래산업법·엘더로 연구회 등 4세대 로펌으로 변신중
  • 등록 2019-04-15 오전 6:09:00

    수정 2019-04-15 오전 9:42:39

법무법인 지평의 양영태 대표변호사는 출범 10년도 안 돼 국내 10대 로펌 반열에 올라선 비약적 발전 비결을 “민주적 로펌, 공익적 로펌, 윤리적 로펌을 지향하는 지평의 창립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대담=이정훈 사회부장 정리=이성기 기자] `장족의 발전`은 이럴 때 하는 말이 아닐까. 내년이면 약관(弱冠)의 나이가 되는 법무법인 지평 얘기다. 지난 2000년 4월 서울 강남 테헤란밸리에서 변호사와 변리사 등 14명이 모여 출범한 뒤 현재 전문가만 220명이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비록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채 10년이 지나기도 전에 국내 10대 로펌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주로 3~6년차 변호사들이 의기투합해 새 로펌을 차린다고 했을 때 주위에선 기대 보단 우려섞인 시선이 많았다. 젊고 우수한 재원들이었지만 정글과도 같은 법률서비스시장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패기로 똘똘뭉친 초창기 멤버들은 이것이 기우(杞憂)였단 사실을 증명해냈다.

설립 초기 송무와 자문 파트 둘에 불과했던 전문팀은 현재 14개팀으로 늘어나 기업 관련 법무 대부분 분야를 다루고 있다. 해외 사무소도 국내 로펌 가운데 가장 많은 8곳을 가동 중이다. 양영태(56·사법연수원 24기) 대표변호사는 1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고객에 대한 헌신과 구성원의 행복, 사회 공헌 등 설립 초기부터 지향했던 가치와 철학을 지켜내면서도 이뤄낸 성과라 구성원들이 더욱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반장` SD 합류와 `특허 공룡` 퀄컴 상대 승소

그간 국내 법률서비스시장에서 지평을 다시 돌아보게 한 대표적 사건이 둘 있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합류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대리해 글로벌 통신기업 퀄컴에 맞서 싸워 승소한 일이다. 30여년 간 국내 경제·금융 정책을 다루는 핵심 직책을 맡았고 어려운 고비마다 위기를 헤쳐 나가는 역할로 `대책반장`이란 별명을 갖고 있던 김 전 위원장이 지난 2015년 지평에 합류했을 때 주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양 대표는 “당시 (김 전 위원장을) 고문으로 영입했을 때 다들 의외라는 반응이었다”며 “경제정책 전반은 물론 실물경제 관련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고 각 분야의 입법·법률적 이슈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은 김 전 위원장의 합류는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재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로 인문, 사회, 경제, 역사 분야의 연구와 출판 지원 사업과 함께 북한투자지원센터 고문역을 맡고 있다.

퀄컴을 상대로 10년째 소송을 진행한 끝에 지난 2월 `조건부 리베이트 제공 행위는 위법`이라는 첫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 낸 것 역시 눈길을 끌었다. 공정위가 국가기관인 탓에 지평 측에 제시한 수임료는 심급당 최대 5000만원. 경제적으로는 손해볼 게 뻔한 이 사건을 맡을지 내부 회의가 벌어졌다. 양 대표는 “다른 대형 로펌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우리라도 공정위를 돕자`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비록 밑지는 장사였지만 특별한 사건이니 좋은 결과를 내자고 의기투합 했다”고 돌이켰다.

이 소송을 진두지휘한 김지홍 변호사(공정거래팀장)는 “조건부 리베이트는 기업이 영업 수단으로 자주 활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번 판례가 ‘영업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반도 중심 ‘동북아 경제 지도’ 자문에 선봉

지난 2002년부터 북한 전담팀을 구성,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기업들의 자문 수요에 대응해 온 지평은 지난해 북한투자지원센터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남북관계팀, 컨설팅팀, 인프라·부동산팀, 에너지·자원팀, 금융팀, 특구·산업팀, 국제팀 등 7개팀으로 구성됐는데 변호사·외국변호사 등 30여명이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 관련 투자를 자문하고 있다.

양 대표는 “철도·도로 등 흔히 떠올리는 인프라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마이크로 파이낸스(소액금융)까지 북한에 대한 투자 기회는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법·제도 자문을 넘어 진출할 만한 분야는 무엇인지, 어떻게 투자하면 될지 등 구체적인 시장 전망과 투자 전략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처럼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개혁·개방을 이뤄낸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투자·자문업무를 수행한 경험은 지평만의 장점이다. 양 대표는 “그간 최고의 전문가들이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에 영어와 일어로 된 북한 투자 관련 서적 출판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일찌감치 해외 전문성 강화에 공을 들인 결과, 국내 로펌 중 가장 많은 8곳의 해외사무소를 두고 있다. 지난 2007년 중국과 베트남에 첫 해외사무소를 개설한 이후 지난 15년간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유럽 등 해외 각국에서 투자·진출, 인수합병(M&A), 금융, 부동산, 분쟁해결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자문을 수행해 오고 있다. 양 대표는 “그간의 해외업무 역량을 기반으로 해외 투자 전문가들로 구성된 해외진출 컨설팅 회사를 만들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시 법률을 포함한 종합적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래 로펌은 ‘법률 플랫폼’ 돼야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종합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른바 `플랫폼 로펌`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국내 로펌업계 역사를 돌아보면 1세대는 외국계 기업을 상대로 국내 투자 등을 자문하는 섭외 업무가 위주였고 2세대는 기업 법무, 여기에 개인 사건 등을 포함한 일종의 법률 백화점이 3세대 로펌”이라며 “앞으로는 법률 자문과 소송 대리는 물론 해외진출 컨설팅, 공공정책과 법 정책 연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하고 외부 전문가들과도 협력해 종합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평은 전문성 심화와 외부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위해 여러가지 센터나 연구소, 자회사 설립 등을 검토 중이다. 일례로 △기업지배구조 △공정거래 △노동·환경 △각종 규제 등을 연구하고 고객들에게 컨설팅을 제공하는 기업환경 연구소를 구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이 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의 문제를 연구하는 미래산업법연구회나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엘더로(Elder Law)실무 연구회, 공공정책팀 등 역시 4세대 로펌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시도들이다.

로펌 이상의 로펌을 지향하고 있지만 `고객에게 헌신하고, 구성원들이 행복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로펌이 되겠다는 창립 정신만큼은 지켜나겠다고 했다. 양 대표는 “‘민주적, 인간적, 윤리적 로펌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전범(典範), 지평이 만들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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