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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아직 정확한 이름도 모른다. 숱하게 보고 살았으면서도 말이다. 그저 이렇게 말할 수밖에. ‘마분지 같은 두툼한 종이를 둥글게 말아 두루마리 휴지를 감아내는 롤’이라고. 저 이름 모를 도구가 떡하니 작품의 중심이 될 날이 올지는 아무도 몰랐을 거다. 추상적 붓질이 펼쳐진 저 부산한 배경에 오도카니.
‘작품 40’(2020)은 바로 그 예술의 밑작업이다. ‘두루마리 휴지를 감아내는 롤’도 결국 그 과정에서 소환된 터. 그렇다고 작가는 “딱히 애정을 기울인 포용은 아니”란 생각인가 보다. 화려한 예술세계의 냉정한 이면을 저 롤이 다 짊어지게 됐다.
2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6길 아트사이드갤러리서 송승은·오지은과 여는 3인전 ‘오늘, 순간, 감정’에서 볼 수 있다. 패널에 유채. 32×32㎝. 작가 소장. 아트사이드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