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따라 눈물의 긴축 릴레이…日·튀르키예만 "돈 푼다"(재종합)

영란은행 또 빅스텝…스위스마저 75bp 인상
북유럽 스웨덴·노르웨이도 초긴축 대열 합류
대만 125bp 올려…홍콩·인니·필리핀도 긴축
이 와중에…일본·튀르키예는 돈풀기 정책 고수
엔화 연일 급락…"세계서 일본 고립 심화할듯"
  • 등록 2022-09-23 오전 7:00:10

    수정 2022-09-23 오전 7:02:2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초강경 긴축을 따라 세계 주요국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 돈줄 조이기에 나섰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한 스위스마저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긴축에 따른 침체를 뻔히 알고 있음에도 물가부터 잡는 게 급선무인 탓이다. 다만 일본과 튀르키예(터키)는 계속 돈을 푸는 ‘마이웨이’를 고수해 눈길을 끈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영란은행(BOE) 총재. (사진=AFP 제공)


스위스마저 첫 ‘자이언트스텝’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22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열고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50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 BOE는 1995년 2월 이후 27년여 만에 처음 25bp가 아닌 50bp를 올렸는데, 이번에도 빅스텝 모드를 이어갔다. BOE는 지난해 12월 이후 7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현재 금리 수준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이번 회의에서 위원 9명 중 5명은 50bp 인상에 동의했지만, 3명은 75bp에 손을 들었다. 시장에서는 이미 오는 11월 MPC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BOE는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진다면 필요에 따라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9%에 달했다.

BOE는 아울러 지난 10여년간 이어온 양적완화(QE)를 끝내고 국채를 매각하기로 만장일치 결론을 냈다. 보유 국채 8380억파운드(약 1331조원) 가운데 800억파운드(약 127조원)를 12개월에 걸쳐 줄인다는 계획이다.

영국뿐만 아니다. 경제 체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스위스마저 사상 처음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이날 금리를 -0.25%에서 0.50%로 인상했다. 스위스는 유럽 주요국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했던 나라다.

특히 스위스는 수력 같은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 자체적인 경제 체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 충격을 비교적 덜 받았다. 지난달 스위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를 기록했다. 그러나 스위스 자체적으로 보면 0%대 인플레이션이 3%대로 뛰었다는 점에서 긴축은 불가피했다. 고물가에서 자유롭지 않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외에 북유럽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금리를 1.75%에서 2.25%로 50bp 올렸다. 스웨덴의 경우 최근 금리를 1.75%로 100bp 인상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유럽 전역의 긴축 기조는 미국을 뒤따르는 경향이 강하다. 긴축 속도에서 뒤처질 경우 통화가치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이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경기 침체를 각오하더라도 장기적인 성장 회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말그대로 울며 겨자 먹기다.

유럽은 이미 침체에 빠졌다는 평가가 많다. 이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내놓은 집계를 보면 유로존의 이번달 소비자신뢰지수가 -28.8로 전월(-25.0) 대비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문가 예상치(-25.6)를 밑돌았다. 현재 이 지수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할 때보다 더 낮다.

가파른 긴축에 돌입한 유럽의 주요국 증시는 이날 하락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84%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87% 떨어졌다.

아시아 주요국 역시 상황은 똑같다. 홍콩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직후 회의에서 75bp 인상을 결정했다. 현재 금리 수준은 3.50%다. 2008년 4월 3.75% 이후 14년여 만에 가장 높다. 홍콩은 1983년부터 홍콩달러 가치를 미국 달러당 7.75~7.85홍콩달러 범위에서 연동하는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시행해 왔다. 연준과 긴축 스텝을 맞출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홍콩 외에 대만은 125bp, 인도네시아는 50bp, 필리핀은 50bp 각각 인상했다. 한국은행(BOK)도 추후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日·튀르키예, 돈 풀기 마이웨이

그러나 이 와중에 일본은 여전히 완화를 고수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도록 제한 없이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금융 완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BOJ는 “2% 물가 목표치 실현을 위해 필요한 시점까지 장단기 금리조작을 실시하는 금융 완화를 이어간다”며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않고 추가적인 완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로 인해 엔화 가치는 연일 폭락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BOJ는 회의 직후 엔화 약세 폭이 가팔라지자, 엔화를 매수하고 달러화를 매도하는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블룸버그는 “BOJ가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초저금리를 유지했다”며 “전 세계적인 긴축 기조에서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전했다.

튀르키예는 연 80%에 달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아예 금리를 인하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이날 금리를 13.00%에서 12.00%로 100bp 내렸다. “치솟는 물가의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료품·에너지 가격 인상 등 외부요인 때문”이라는 게 튀르키예 중앙은행의 설명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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