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에 묻혔던 '백제' 되살아난다

익산 왕궁리 유적서 '왕궁 부엌터' 최초 발견
미륵사지석탑 2017년 목표로 복원 한창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백제역사유적지구 복원·정비사업 박차
90억 추가예산…마스터플랜 연말까지 마련
  • 등록 2015-08-27 오전 6:16:00

    수정 2015-08-27 오전 6:16:00

전북 익산 미륵사지. 익산 왕궁리 유적터와 함께 지난달 백제역사유적지구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발굴과 보존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사진=문화재청).


[익산(전북)=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백제문화의 숨결이 되살아난다. 지난달 백제역사유적지구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백제의 역사와 문화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백제왕도 핵심유적의 복원·정비를 통해 백제를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로 복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 공산성, 공주 송산리 고분군,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부여 능산리 고분군, 부여 정림사지, 부여 나성, 익산 왕궁리 유적, 익산 미륵사지 등 한성백제 이후 웅진시대와 사비시대의 유적 8곳을 아우른다.

◇백제왕궁 부엌터 확인…생활사 복원의 중요 계기

전북 익산시는 현재 백제문화유적 중 발굴과 보존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백제 무왕(600~641) 때 만들어진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가 대표적이다. 최근 문화재청이 공개한 왕궁리 유적터(사적 제408호) 발굴현장에는 전체 21만 8155㎡(약 6만 5900평)에 국보 제289호인 왕궁리 오층석탑이 우뚝 솟아있다. 석탑 주변으로는 장방형 궁벽, 정원 유적지, 부엌터, 장랑형 건물지 등 발굴 흔적이 보인다. 배병선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장은 “조선시대 왕궁의 수라간에 비유할 백제 사비기 왕궁의 부엌터를 확인했다”며 “백제시대 생활사 복원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왕궁 부엌터 발견은 올해 발굴조사의 최대 성과다. 삼국시대 왕궁 부엌이 발견된 것이 처음으로, 부엌터로 추정한 근거는 타원형 구덩이에서 철제솥과 철제솥의 사용흔적인 불탄 흙과 숯이 발견됐기 때문. 또 화장실터로 추정하는 건물지도 발견됐다. 아울러 대형전각 건물 서남편 인근에서는 남북으로 길이 29.6m, 너비가 4.5m인 건물터가 발견됐는데 이 같은 장랑형 구조는 백제의 궁성 축조형식이 일본으로 전파됐음을 밝혀주는 것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올해 발굴한 부엌터와 장랑형 건물지에 대한 정비를 우선 추진하고 내년까지 북측과 동서궁장 미정비 구간과 정원유적의 정비를 조속히 추진해 백제왕궁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 익산 왕궁리 유적. 최초로 발견된 ‘왕궁 부엌터’다(사진=문화재청).


◇‘최고(最古) 최대’ 미륵사지석탑 2017년 복원

왕궁리 유적 인근 익산시 금마면에 위치한 미륵사지에는 국보 11호인 미륵사지석탑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미륵사지석탑은 현존하는 가장 크고 오래된 탑으로 목탑에서 석탑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 문화재다.

미륵사는 백제 무왕이 창건한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찰. 불교 미륵신앙을 구현하기 위해 세 부분으로 나눠 탑과 금당을 배치한 이른바 ‘3탑-3금당’이란 독특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특히 중원에 목탑, 동원과 서원에 석탑 등 3기의 탑이 있는데 중원 목탑은 소실시기를 알 수 없다. 동원 석탑은 복원 불가능한 상태로 허물어진 것을 1992년 현대적 기술로 재현했다. 9층탑으로 추정하는 서원 석탑(국보 11호)은 반파된 상태로 6층까지 남아 있었는데 부분·전체 복원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6층 부분복원을 목표로 2017년 하반기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강순형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미륵사지석탑의 복원은 일제강점기 때 시멘트로 보수한 훼손 흔적을 지우고 원형을 되살리는 것”이라며 “복원을 완료하면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고 지역의 전통문화의식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륵사지석탑(국보11호) 해체 직전의 모습(사진=문화재청).


◇예산 90억원 추가 투입…마스터플랜 연말까지 마련

그동안 문화재청은 충남·전북은 물론 공주·부여·익산 등 광역·기초자치단체와 백제유적의 체계적인 보존 정비를 위해 협업해왔다. ‘백제왕도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 준비단’(단장 배병선·이하 준비단)을 통해 백제 핵심유적으로 고도(古都)의 기본 골격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백제 고도지구의 유적과 도시경관을 아우른 마스터플랜을 연말까지 마련하면 준비단은 추진단으로 전환한다. 이어 연차적으로 세부계획을 마련해 2030년대 중반까지 20년 이상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익산의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 외에도 백제역사유적지구에 대한 발굴과 보존관리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기존 예산에 추가로 90억원이 투입됐다. 우선 8차년도 발굴작업이 진행 중인 공주 공산성은 내부 성안마을에서 백제유구를 확인하고 있다. 무녕왕릉으로 유명한 공주 송산리 고분군은 정비사업 중이다.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은 부여 왕궁터를 찾기 위해 토지매입과 발굴을 이어가고 있으며, 부여 능산리 고분군은 탐방로 신설과 주변 고분군 조사를 위해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 부여 정림사지는 올해 안에 종합정비계획을 마련해 구체적인 복원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며, 부여 나성은 토지매입을 통한 발굴과 복원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김삼기 문화재청 고도유적보존과장은 “신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백제의 유적 발굴이 더뎠다”며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복원·정비사업이 보다 속도를 내면서 삼국시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 중 충남 부여 나성(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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