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가

한국은 10년 뒤면 4명중 1명 노인인 나라
노인 존재 등한시 하면 정치세력화 가능성 높아
노·장·청 어우러진 건강한 사회 만들려면
노인권리 인정하고 일자리 개발 서둘러야
  • 등록 2019-05-02 오전 7:01:17

    수정 2019-05-02 오전 8:24:21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강원대 초빙교수]강렬한 제목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현실이 어떻든 그 끝에는 절망적인 세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떨까? 우리는 노인의 경륜과 지혜를 인정할까? 그들이 쌓아온 지난 세대의 공을 알아줄까? 마치 자녀가 부모의 희생과 헌신을 알아주듯이 말이다.

국가경제 성장의 주역이지만 정작 자신들의 노후는 준비하지 못한 낀 세대.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오늘날의 한국은 메마른 황야와 같은 혼돈의 땅이 아닐까 한다.

태어나기만 하면 갖가지 복지혜택이 주어지는 아이들과 달리 노인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 아이들은 부모 소득과 관계없이 아동수당(6세 미만 10만원)을 받지만 100% 지원되는 노인수당은 없다. 출산수당은 있지만 사망수당은 없다. 보육료 지원(22만원)을 넘어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지만 노인의 사회적응을 위한 재교육 기회에 대한 목소리는 없다. 더욱이 사회적 노인부양은 어떨까? 공공기관은 채용정원의 일부를 청년에게 할당하지만 노인에게 할당되는 일자리는 없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

조금은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겠으나 마냥 허황된 소리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노인빈곤율은 4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이다. 기대수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다(2018년 세계보건기구 기준). 가장 가난하게,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셈이다.

소득 하위 70%에게 주어지는 25만원 가량의 기초노인연금으로 연명하는 이들이 500만 명이 넘는다. 국민연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상황은 그나마 낫다. 전체 노인인구의 40%만이 국민연금을 받는데, 그나마도 수급자의 76%가 5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으로 100세 시대를 꾸려나가고 있다. 더욱이 모아둔 자산이 있다 하더라도 82세면 금융자산이 모두 소진된다는 예측도 있다.

시나브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노인들이 국가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며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힘이 남아서, 소일거리가 필요해서가 아닌 정말 먹고 살기 위해 폐지를 줍고 지하철로 택배를 하는 노인들이 날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16만 개인택시 운전기사 중 64%에 달하는 60대 이상 운전자들(그 중 70대 운전자도 2만 명이 넘는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지도 모르겠다. 하루 12시간씩 운전대를 잡아야 하긴 하지만 뙤약볕에서 거리를 헤매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지자체별로 다르지만 청년수당 지급에다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되는 출산장려금은 가히 ‘복지살포’라 할 만하다. 다른 연령과 계층에 대해 갖가지 복지정책과 관심의 손길이 전해지는 동안 노인들을 향한 국가의 정책과 사회적 배려, 가정의 관심은 턱없이 빈약했다. 자식들의 부모 봉양이 미덕인 유교적 가치관에 기대 노인복지는 사적영역으로 방치해온 것이다. 고도 성장기와는 다르게 저성장이 만성화한 오늘날 자식들은 부모를 모시고 싶어도 제 한 몸 건사하기가 만만치 않다.

사회는 왜 노인을 꼰대라고 비하하는가?

비단 정부 정책만이 아닌 사회의 배려도 미흡하다. 노인들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날로 줄어들고 대중교통, 카페, 식당에서 노인들에 대한 젊은이들의 시선은 날로 차가워지고 있다. 자고 나면 새로워지는 정보통신 기술의 혜택은 별나라 이야기고 노인을 그저 시혜의 대상으로 볼 뿐 당연한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정에서 노인들은 어떤 처지에 있는가? 65세 인구 중 72% 이상은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다. 여기에는 경제적 부담 못지않게 가정의 가치관 붕괴도 한몫 하고 있다. 가족을 위해 한평생 희생한 노인들에 대한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보살핌을 장려하는 사회적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자식 세대의 성장에 젊음을 헌신한 부모세대를 향한 개별 가정 차원의 배려와 존중은 그 자체로 건전한 가정상이자 조화로운 사회의 기초가 되고 훌륭한 국가의 출발이 된다.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가정에서조차 노인을 꼰대로 비하하는 이러한 세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738만 명. 전체 인구의 15%에 달하는 노인들은 지금 차별받고 있다. 10년 후면 4명중 1명이 노인이다. 든든한 노후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구호보다 실제로 준비 안 된 노인들이 가난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그들이 쌓아온 사회적 공과 노고를 인정해야 한다.

인구의 15% 해당하는 노인 방치땐…‘노인당’ 출현할 수도

노인을 위한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제공이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일하는 노인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린 적극적으로 노인 일자리를 개발하고 만들고 있는가, 노인형 최저임금이라도 도입해 적극적으로 도우려 하고 있나 되돌아볼 때이다.

노인도 국민이고 유권자이고 기여자이다. 모두가 노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으면 언젠가 노인당이 출현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기성정당이 노인들의 존재를 등한시하면 결국 노인들도 그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세력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사회가 노인들을 정당한 권리의 주체로 보지 않는다면 날로 늘어나는 노인인구가 다른 세대와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는 더욱 멀어지고 말 것이다.

노·장·청이 어우러진 사회가 건강하다. 지금처럼 정부와 사회가 소극적, 사후적, 타성적으로 움직여선 안 된다. 좀 더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자세로 노인들을 국가적 차원의 재원 배분에 참여시켜야 한다. 확실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노인 부양에 허덕이고, 노인은 노인대로 만성적 가난에 신음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인들 스스로 주저함 없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노인들이 지하철 공짜로 타고 관광지 입장료를 할인 받는다고 엄청난 혜택을 받는 게 아니다. 이들도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해서 성실히 세금을 냈고 군대에서 나라를 지켰다. 무엇보다 지금 이 사회의 중추인 장년층과 앞으로 중추가 될 청년층을 키워낸 이들이 바로 노인들이다. 그만큼 합당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 권리는 찾는 자에게 있다.

자식에게 용돈 주는 부모는 얼마나 될까? 반대로 부모에게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보조하는 자녀는 얼마나 될까? 노인들 사이엔 재산은 다 써버리거나 죽은 다음에 줘야지 미리주면 안 된다는 말까지 있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도 부모는 그대들의 그릇이고 양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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