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해자 중심주의’ 벗어난 위안부 운동 시정돼야

  • 등록 2020-05-27 오전 5:00:00

    수정 2020-05-27 오전 5:00:00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전격 폭로로 촉발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의혹 사태는 위안부 운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이용당했다”는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하소연은 정의연을 중심으로 진행돼온 위안부 운동에 대한 강렬한 비판인 동시에 소외감의 토로다. 위안부 운동이 정작 당사자들을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회계 누락을 둘러싼 논란이나 윤미향 전 이사장에 대해 제기되는 배임·횡령 의혹보다 더 중대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정의연과 그 전신인 정대협은 1990년 출범한 뒤로 위안부 문제의 공개적 논의와 일본 정부의 사과 및 배상을 요구하는 시민운동에 앞장서 왔다. 그 공로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윤 전 이사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자신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할머니들 위주로 챙기면서 반론을 제기하는 경우 외면해 왔다는 행태가 드러난 것은 유감이다. 지도부의 입장을 따르는 할머니들에 대해서도 피해자로서 당사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기보다 자신들의 요구에 따르도록 일방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일본이 민간모금 방식으로 설립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이 지급하는 사과금 수령 여부를 놓고 할머니들 사이에 의견이 갈라졌을 때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대협은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기보다 사실상 거부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걸 받으면 공창이 되는 것”이라고 매도했으며, 결국 그 돈을 받은 일부 할머니들은 이후 정대협과 불편한 관계를 감수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때 필리핀 위안부 운동단체인 ‘릴라 필리피나’가 기금에 대해 비판적이었으면서도 당사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입장을 취한 것과 비교가 된다.

위안부 문제는 밖으로는 외교, 안으로는 정치와 얽힌 사안이다. 그렇다고 정부 방침에 따른 외교적 고려나 시민단체의 정치적 신념이 피해 당사자들의 의견과 이익을 무시하거나 압도해서는 곤란하다.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지 못하는 운동이라면 그 지도부가 전횡·독주하는 결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후원금 유용 유혹에 끌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위안부 운동의 혁신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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