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통만 했어도"…사모펀드 관리·점검도 강화해야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③
사무관리사·수탁사, 사모펀드 검증에 손 놓아
유령 직원, 가짜 전화번호도 확인 안 해
"허술한 관리시스템 대폭 강화해야"
  • 등록 2020-08-10 오전 2:32:00

    수정 2020-08-10 오전 9:18:47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왼쪽에서 첫째)이 지난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에서 사모펀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실무자가 확인 전화 한 통만 했어도 5100억원대 투자 사기를 막을 수 있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사기 사건으로 펀드의 관리 부실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모펀드 사무관리회사, 수탁회사 등 관계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운용은 지난 2018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를 따낸 민간 건설사의 외상 공사 대금 증서(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펀드 투자금을 모집해 왔다. 쉽게 말해 공공기관에서 받을 공사 대금을 담보로 건설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거짓말이었다.

옵티머스운용은 가짜 계약을 만들기 위해 LH의 계약 담당 ‘김은영’이라는 유령 직원을 내세웠다. 실제 LH가 짓지 않은 아파트 건설 공사 내역도 허위로 위조했다. 옵티머스 펀드의 판매·관리회사가 LH에 사실관계만 문의했다면 거짓말은 들통날 수 있었다.

하지만 옵티머스 사모펀드의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과 수탁회사인 하나은행은 운용사 지시만 따랐다.

펀드의 자산을 보관하는 하나은행은 옵티머스운용이 투자자에게 제시한 제안서와 다르게 비상장 기업 채권 등을 사들이게 뒀다. 펀드 회계 처리와 가격 산출 업무 등을 하는 예탁결제원은 이런 비상장 채권 등을 펀드 명세서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라고 등록해 줬다. 옵티머스운용의 사기에 제동을 거는 기관은 없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문제는 이 같은 관리 부실을 차단할 법 규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금융 투자 업자의 ‘신의 성실 의무’(37조)와 펀드 신탁 기관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244조)가 명시돼 있다. 투자자 이익에 반하는 제삼자의 이익 편취를 막고, 신탁업자는 펀드 재산을 관리하는 관리자로서 투자자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자체 규정에 사모펀드 사무관리사가 신탁사와 펀드 자산의 이상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도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신탁회사의 감시 의무가 없고,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 협회 규정을 적용받는 ‘투자회사’가 아니라 ‘투자 신탁’이어서 사무관리사의 자산 검증 역시 법적 의무가 아니라고 기관들은 반박하고 있다.

금융 당국도 뒤늦게 실태조사와 제도 보완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중순 예탁결제원과 하나은행 현장 검사를 마치고 내부 법리 검토 등을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두 기관에 적용 가능한 법규가 있으면 최대한 적용해서 잘못에 엄격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다음달까지 전체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펀드 판매회사와 운용사, 사무관리회사, 수탁회사 등이 보유 자료와 자산 명세를 비교 점검하는 등 자체적으로 전수 조사를 하도록 했다. 또 행정 지도를 통해 판매사와 수탁사가 사모펀드 운용을 직접 감시·점검케 하고, 사모펀드 수탁회사에 운용사의 위법·부당 행위 감시 의무를 부여하는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모펀드 상품 출시 전 금감원의 사전 허가를 받게 하고 사무관리사 및 수탁사를 통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개인의 투자 문턱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산가가 자기 책임의 원칙에 따라 고위험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원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등 자꾸 시장에 개입하면 부작용이 생기고 사모펀드 시장이 망가질 수 있다”며 “개인 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현재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예정) 기준을 없애고 정말 투자를 원하는 사람만 재산·소득·전문 지식·투자 경험 등을 증명한 후 투자하게 하면 추가 규제 없이 사모펀드의 본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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