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주근로자·저소득 외국인, 에너지바우처 받는다

이용권 지원 대상에 외국인 포함…산업부, ‘에너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 추진
이르면 5월부터 시행…“지금까지 외국인은 세대원에 미포함, 혜택받지 못해”
주민등록표 표기된 외국인 한정…“법률상 의무 다하는 외국인으로 확대해야”
  • 등록 2021-03-10 오전 6:00:00

    수정 2021-03-10 오전 6:00:00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서울에서 7년째 사는 중국인 여성 A씨는 지난해 한국인 남편과 이혼한 뒤 6살 어린 딸과 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생계가 어려워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올 겨울 북극한파를 겨우 이겨냈지만 다시 닥쳐올 겨울을 생각하면 어린 딸과 어떻게 넘길지 막막하다. A씨는 “무슨 일 있을 때는 우리 외국 사람에 대해 한국 정부가 생각해 주지 않아 아무것도 못 받아요. 그럴 때마다 힘, 진짜 없어요”라고 하소연한다.

이르면 5월부터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저소득층 외국인과 이주근로자도 에너지바우처를 받을 수 있다. 에너지바우처란 정부가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해 에너지바우처(이용권)를 지급해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LPG, 연탄 등을 사서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신청대상자는 소득기준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생계급여 또는 의료급여 수급자다. 가구원 특성기준으로는 주민등록표상의 수급자(본인) 또는 세대원이 중증질환자나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정, 노인 등 관련기준에 해당해야 받을 수 있다. 정부가 기준을 확대해 외국인이라도 주민등록상 세대원에 있으면 에너지바우처 수급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주민등록상 세대원 포함, 바우처 받을 수 있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9일 “저소득층의 에너지 복지 제고를 위해 에너지이용권 지원대상을 확대하기로 하고 ‘에너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 추진하기로 했다”며 “기초생활보장법상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인 수급자를 에너지이용권 지원대상에 포함해 지원 형평성을 보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내국인과 혼인해 본인 또는 배우자가 임신 중이거나 내국인의 직계존속을 부양·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면 지원대상이다. 이 관계자는 “에너지이용권은 세대 단위로 발급하고 있고 세대원 수에 따라 차등 지원 중이지만 외국인은 세대원에 포함하지 않아 세대원 수 산정 시 제외하고 있다”며 “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자인 외국인이 주민등록법상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표기돼 있다면 세대원으로 간주해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오는 5월 국무회의 의결을 진행한 뒤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외국인이 속한 세대의 에너지 구매비용 부담이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는 현행 에너지이용권 제도 운영 시 에너지공급사, 지자체 등의 행정 처리 효율화 지원을 위해 외국인지원과 관련한 불분명한 용어를 정비해 서식을 개정하기로 했다. 외국인 지원을 위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이를 위해 에너지이용권 지원 대상에 외국인을 추가함에 따라 에너지이용권 신청서 등 관련 서식에 ‘외국인등록번호’ 추가하도록 했다.

에너지바우처 수급자격 요건 강화

이번 법 개정에서 정부는 에너지공급자의 에너지비용 지원 업무를 위해 에너지공급자에게 이용권 수급자 신청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아울러 세대원 수가 많을수록 에너지 소비도 많아 세대원 수 구분을 3인 이상에서 3인과 4인 이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지난 2019년 기준 3인 이상 세대 11만2000가구 중 4인 이상 세대가 그 중 43%(4만8000가구)를 차지하고 있다.

현행 적합·부적합으로 나뉘어 있는 에너지이용권 신청인이 수급자격 적합 여부를 하절기와 동절기로 나눠 각각 구분하는 등 수급대상 관리를 강화한다. 하절기에 적합판정을 받더라도 동절기에는 부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이용권 수급자 중 연탄쿠폰·등유 바우처 수급자는 하절기 수혜대상에 포함하나 동절기에 유사사업 간 중복 수급 불가에 따라 수급자격 요건에 부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다.

한국사람과 가족관계여야 대상자…“대상 확대 필요” 불만도

정부가 저소득 외국인을 위한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이라고 해도 한국 국적자와 결혼하거나 한국 국적자 자녀를 양육하는 등 한국 국적자와 ‘가족관계’를 이루고 있지 않은 이상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으로 생계의 위협을 받는 건 외국인이라고 다르지 않아 에너지바우처 대상에 ‘외국인’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이주민단체 관계자는 “지방자치법과 주민등록법 조항을 근거로 할 때 ‘주민’의 개념에는 모든 외국인을 포함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대한민국 영토에 존재하는 이상 모든 법률상 의무를 다하고 있고 그러므로 보편적으로 주는 에너지 바우처 혜택 대상에 어려운 형편의 이주근로자 등 외국인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선원의 식사 모습(사진=경주이주노동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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