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①오석태 씨티은행 부장(상)

  • 등록 2001-03-10 오후 2:46:12

    수정 2001-03-10 오후 2:46:12

[edaily]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금리가 급등하면서 정책당국자들은 서둘러 시장을 안정시키기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는 주식시장이나 외환위기를 통해 상식이 풍부해진 외환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은 아직도 상당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은 전체규모가 300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채권시장은 한 나라의 경제지표중 가장 중요한 금리를 결정한다. 이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각 기관에서 특별히(?) 훈련받은 정예 요원들이다. edaily는 “300조를 움직이는” 채권시장의 중요 인물들을 찾아 거래경험과 철학, 운용중 겪었던 재미있는 경험 등을 들어보는 연속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으로는 지난해말과 올해초 “경기경착륙”과 “V자형 회복”을 가장 먼저 주장,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씨티은행의 오석태 부장이다.(약력은 기사하단 참조) 오 부장은 채권시장에 몇 안되는 전문 이코노미스트로서 서울대 경제학과을 수석으로 입학하고 하바드에서 수학한 “수재형”경제분석가중 한명이다. 그는 통상적인 애널리스트들과 달리 단순한 경제전망에 그치지않고 경제현상과 경제정책에 대해 주관적이고 직설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채권 이코노미스트로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또 다른 희망이 있습니까. ▲이코노미스트를 70세까지 하는 것입니다. -직업인으로서 이코노미스트가 아니라..일종의 비전 같은 것을 여쭤본 것인데요. ▲새로운 비전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여유가 없습니다. 평일날은 일에 치여서 살고 있고 게다가 요즘엔 아침에 헬스클럽 다닌답시고 6시에 집에서 나와요. 그게 일과입니다. 어차피 이코노미스트라는 게 정년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는 이 일을 오래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전에 어디 기관에서 세미나를 하고 오셨다면서요. 그 얘기좀 해주시죠. ▲우리 경제 상황이나 현장 분위기가 미국에 의해 이끌려가는게 사실입니다. 저는 진정한 구조조정은 미국에서 독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선언을 하려니까 산업생산지수도 안 좋게 나오고 미국 경제가 돌아가는 상황도 많이 안 좋다는게 문제입니다. 지금 방향 제시를 해주어야 하는데 V자 모양이 확실한 것도 아니니 6개월 후에 금리가 4.5%다 뭐다 하는 게 무슨 필요가 있겠나 싶습니다. 전 6개월이나 12개월 전망 따위는 믿지도 않습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6개월 후의 전망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중요한 건 지금 당장의 방향이 뭐냐하는 것이지요. 과감하게 말하자면 "한국경제는 올해 하반기에도 반등없다" 라고 말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게 잘 안됩니다. 왜냐하면 확인이 안 되니까요. "V자 회복은 전망이 아니라 희망이다" -V자 회복에 대해서는 전망이 아니라 일종의 희망사항이라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지금 문제는 한국경제가 아니라 미국이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쓰러지면 한국은 없습니다. 미국이 어떻게 되느냐가 지금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입니다. 지난 5년 동안 미국의 초과성장을 이끌어 온 건 결국은 IT산업입니다. 그런데 이게 흔들리고 있어요. IT가 무너지면 전 세계경제는 없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어떤 부분이 취약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금융시장이 그린스펀의 말 한마디에 목 매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스닥이 하루에 4-5%씩 내렸다 올랐다 하는데 이건 정상이 아니거든요. 한국은 주가가 1월에 많이 올랐을 때도 "이걸로는 안된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인데 미국은 이나마도 없지 않습니까. -시티그룹의 미국경제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습니까.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긴 합니다. 처음에는 시티도 부정적으로 보긴 했는데 그 다음 다른데서도 다 그런 식으로 따라오고...그러니 차마 "미국 경제 올해 내년 별볼일 없다" 라고 하기가 어려운 것이죠. 게다가 내가 봐도 미국 사람이 미국 경제에 대해서 그렇게 부정적으로 쓰는 것이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전에 씨티은행이라는 기관이 한국 금융 시장에서 일정한 롤이 정해져있어서 리서치 페이퍼가 제약받는 부분도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좋을 수도 있습니다. 내부자가 하나는 있어야 하니까요. 한국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제 위치가 무척 특별합니다. 저는 외국기관에서 일하지만 한국인이고 그래서 “외국기관이 한국을 좋게 본다” 라는 점이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런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매주 리포트를 쓰셔야하는데요. 부담이 되시죠. ▲쓰다가 쓰다가 안되면 “이번주에 아무것도 없다" 라고 보내면 그만인데 그럴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도 기자들처럼 다음 리포트를 뭘로 써야할지 늘 고민합니다.(웃음) 사실 생각이야 많지만 그걸 일일이 다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사실 인플레이션, 인구증가율, 자본축적 이미 이 세개 그래프가 꺾였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금리를 끌어내린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채권수익률 급락 이유있다 -지금까지 채권시장이 이유있는 강세장이라는 의미인가요. ▲예. 사실 지금 아무도 작년 올해초 금리가 떨어진 이유를 말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코스닥거품처럼 쉽게 꺼지는 것도 아니고. 금리가 내려갔다는 사실의 70-80%는 (펀더멘털로) 인정을 해줘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연초 랠리는 좀 과하지 않나 싶어요. 미국이 변수이기는 하지만. 만약 2월에도 경제가 안 살아난다면 좀 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써야합니다. -리포트를 쓰실 때 여러가지 경제지표를 참고하실 텐데요. 무엇을 주로 보십니까. ▲저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지표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숫자의 오류 가능성이 너무 높아요. 일례로 산업생산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이상인데 이것으로 진정한 산업생산을 평가할 수는 없죠. 미국처럼 다양한 데이터를 모두 봅니다. 남들이 잘 안보는 고용지표도 참고하구요. 저는 어떤 지표를 보느냐보다는 그 지표의 이면에 숨겨진 진짜 뜻이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애널리스트라는 것이 한쪽이 약하다고 하면 연쇄적으로 약하다고 하는 군중심리 같은 것이 있는데요. ▲그런 묘한 심리가 있습니다. 한 쪽에서 나쁘다고 쓰고 뒤따라서 또 쓰고 그러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마저도 "아닌가" 하고 갸우뚱하게 되고 그래서 상승작용을 일으키죠.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 애널리스트들이 기술주에 대해 누가누가 더 나쁘게 보나 하고 경쟁하는 것입니다. 이제 내성이 생길만도 한데. 그 사람들은 아마 70달러 하던 시스코가 10달러가 돼도 직성이 안 풀린 듯 합니다. 이미 닷컴들은 다 맛이 간 상태고 남아있는 것도 거의 없어서 지금 그 쪽에서는 그런 주식들을 “ex-블루칩” 이라 부릅니다. 예전에 잘 나갔지만 지금은 애물단지에 불과하다는 의미죠. 물론 IBM, GE 등 진짜 블루칩들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한 때 뉴블루칩이라 불리며 미 경제의 상승을 주도했던 선마이크로시스템즈 같은 기업들의 주가가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아직 PER가 높다는 게 미국의 문제죠.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습니까. ▲수정은 언제든지 될 수 있습니다. 원래 V자 회복 전망은 성장률에 기인한건데 비관적 시나리오로 보면 2% 대로 간다는 전망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일부 국내 증권사에서는 성장률이 2.8%까지 내려간다고 강한 어조로 썼지만. 저도 물론 그렇게 할 수는 있습니다. 홍콩에 있는 아시아리서치팀 보스한테 "까짓거 성장률 2%대 라고 쓸까요" 라고 물었더니 "네가 나설 필요 없다. 어차피 안 좋다는 거 다 알고 있는데 적당히 깎아라"라고 하더군요. 나와있는 수치나 싸이클상으로 보면 올해 하반기쯤에는 반등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반기에는 V자 회복이 있을 것이다라고 쓴 겁니다. 한국에서는 이제까지 V자 회복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구조조정보다 경기부양이 우선이다" -지금까지 써낸 리포트는 제목 등이 무척 강렬해서 마치 주식쪽에 있던 “스티브 마빈”을 연상시킨다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뭐가 그렇게 강렬하죠?(웃음) -시장이 기억하는 문제작이 2편이나 있지 않습니까. “하드랜딩”과 “V자회복”. 두가지 주제 모두 오부장께서 먼저 언급한 것 아닌가요. ▲앞뒤말이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V자 회복이 되려면 하드랜딩이 앞서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하죠. 골이 깊어야 산도 높아지는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지난해말에는 분명 하드랜딩을 이야기하셨는데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걸 안 하면 시장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과 둘째는 정부에게 신경 좀 쓰라는 의미였죠.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도 모르고 그 때 정부는 구조조정(restructuring)이니 뭐니 한다며 거기에만 신경쓰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restructuring”이라는 말을 무척 싫어합니다. -왜 그렇죠? ▲restructuring이라는 게 말이 쉽죠. 한 꺼풀만 벗겨서 "대체 restructuring이 뭐냐" 고 물어보면 사람마다 다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경제학을 배운 사람인데 경제학 교과서에는 restructuring이라는 단어를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어요. 지금 노조는 구조조정 결사반대를 외치고, 정부는 구조조정 해야한다고 난리고, 외국 사람들은 한국은 구조조정이 안 돼서 문제라고 하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닙니까. 그럼 이게 대체 뭐냐는 말이죠. 시티 내부적으로는 restructuring에 대해 경기반등의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restructuring이 안돼서 “너희는 꽝이다”라는 건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고 오히려 우리는 경기가 반등했을 때 restructuring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restructuring을 제대로 안 할 바에는 경기부양이라도 하라는 거죠. 근데 그걸 못하니...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라는 식은 곤란하다는 겁니다. -손놓고 있지만 말고 뭔가 해야한다는 뜻입니까. ▲물론입니다. 사실 경기부양책을 쓰면 국내에서는 체감하기 힘들지 몰라도 외국투자자들은 더 좋아해요. 그 단적인 예가 일본이죠. 자기들이 다 일본주식 사 놨는데 주식 값이 올라야 할 거 아닙니까. 사실 외국인들이 무척 이중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중요한 건 성장이지 구조조정이 아닙니다. 자기가 투자한 돈이 아깝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건 수익성(earnings)인 것 같네요. ▲earning이든 뭐든 무엇보다도 기업경기전망(Business outlook)이 밝아야만 합니다. 그래야 earning도 나오게 되죠. 사람 자르는 식의 구조조정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 한국은 사람을 많이 자르기도 했고.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 -오부장께서 쓰신 “경기부양을 선택하라”는 보고서는 edaily내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경기부양이든 구조조정이든 둘 중 하나는 해야하는데 하려면 경기부양을 해야한다는 내용을 보고 씨티가 정부를 도와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혹시 그 보고서 이후 정부측에서 만나자는 제의는 없었나요? ▲전혀 없었어요.(웃음) 기본적으로 씨티에서도 현대전자 문제에 깊이 관여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다 나쁘다, 쓰러진다 말할 때 우리까지 그러면 안된다는 건 있을 수 있죠. 그렇게 하면 완전히 숨 넘어가는 사람에게 칼 꽂는거 아닙니까. 어떻게 보면 씨티에서 정부보다 먼저 현대전자가 괜찮다고 판단한 거죠. 사실상의 경기부양 효과를 일으켜 사람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단기적이지만 일조를 했다고 봅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에요 그린스펀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쏠리는 이유말입니다. 지금 당장의 금리인하가 큰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안정감을 얻고 싶은 심리죠. -다른 이코노미스트들과 교류가 있습니까. ▲없어요. 저는 제 직업을 청기와장수같다고 생각합니다. 교류할 시간도 없고, 사실 주식시장의 애널들을 보면 서로에 대해서 경쟁심리도 많이 느끼는 것 같은데 그런 건 별로 없어요. -하바드에서 공부할 때 전공분야는 뭐였습니까. ▲거시경제, 특히 소비 관련을 공부했습니다. 소비가 무엇에 의해서 결정되느냐 같은 주제로. 박사학위를 끝내지는 못했어요. -유학을 하게 된 동기는 뭐였습니까. 고등학교때부터 대학졸업때까지 수석을 놓친 적이 거의없다고 들었는데요. ▲학력고사 수석이라고 알려져 있을 뿐이에요. 그거 말고는 뭐...원래는 이과쪽을 지망하려했습니다. 아버님이 서울대 법대를 나오셔서 공무원 생활을 하셨는데 공무원 생활이라는게 빤해서 어머니가 힘들어하셨어요. 아버님을 보면서 법대갈 생각은 추호도 안했죠. 공무원은 돈 못 번다는 생각이 뼈속 깊이 박혀 있어서. 나중에 보니까 서울대 법대가 무척 좋은 학교더라구요.(웃음) 자연계로 가려니 아버님이 과학자해서는 한국에서 출세하기 힘들다고 극구 말리시고, 솔직히 지금 철들고 나니까 아버님의 그 말씀이 공감이 갑니다. 그래서 전공을 결정하려고 보니 남는 건 경제학밖에 없었어요. 요즘에야 젊은 사람들이 생각이 바뀌어서 경영학과도 많이 가지만 우리 때만 해도 문과생들이 택할 수 있는 과는 법대, 그게 싫으면 경제학이었으니까요. 그래서 학교 졸업하고 보니 뭔가 허전했습니다. 바로 취직하기도 그렇고, 다른 친구들처럼 고시 볼 마음도 없고, 그래서 유학을 선택했죠. "자네는 교수될 것 같지는 않은데" -대학시절에도 역시 공부를 잘 했다던데 교수님들의 주목도 많이 받았겠어요. 어떤 분들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습니까. ▲정운찬 교수님, 한승수 교수님 등이죠. 뭐 맨날 일등만 한 건 아니었고 성적은 그런대로 잘 나온 편이었어요. 어쨌든 주목을 받고 장도에 오르긴 했는데 한승수 교수님이 악수하면서 그러시더라구요. 그 때 막 비서실장 하시고 주목을 많이 받으시던 때인데 그분이 그러셨어요. "자네는 교수될 것 같지는 않은데...뭔지는 모르지만 무척 재미있는 일 할 것 같구만" 이라고. -유학생활은 어땠나요? ▲가서 공부를 따라가는 건 사실 어렵지 않았어요. 그러다 중간에 군대 문제가 걸려있어 다시 한국에 들어와 입대했죠. 군대에 갔을 때 사수가 하버드 MBA를 나온 사람이었습니다. 그 선배가 투자은행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 가서 이코노미스트라는 걸 하면 별로 하는 것 없이 돈도 많이 준다고 하더라구요. 가뜩이나 교수는 싫고 뭐 딴 거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그런 것도 있나 싶었죠. 교수만 해야하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일이 생긴거죠. 군대 마치고 돌아갔더니 2년의 공백기간 때문인지 공부가 잘 안됐어요. 논문도 잘 안 써지고. 박사 수료까지는 논문만 남았었는데 이 논문 쓴다는 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게다가 지도교수라는 사람이 "너는 박사하는 것 보다 딴 거 하는게 더 맞을 것 같다" 고 말하더군요. 그 말은 즉 "너는 여기 적당하지 않으니 딴 데가서 딴 길 알아봐라" 이거죠. 그래서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한국에 들어가고 보자. 연봉 천만원을 받더라도 들어가서 일 하는게 낫지 여기선 폐인되겠다" 라는 생각에 귀국했습니다. 그 때 우연찮게 지금 삼성증권 상무로 계시는 박진회 상무를 만나 씨티은행 입사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게 언제죠 ▲96년이죠. 그리고 97년 말에 IMF가 터지면서 이코노미스트로서의 눈을 뜨게 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뭐 이코노미스트라는 것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98년부터 현장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실전 경험이 풍부해야 -학위를 목전에 두고 귀국했는데 거기에 대해 일말의 미련이나 후회는 없습니까. ▲없어요. 현장에서 배우는 게 거기서 허송세월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계통의 사람들 보면 박사학위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어요. 박사학위 소지자들은 대부분 IMF나 세계은행에서 커리어를 쌓고 돈 벌겠다고 투자은행쪽으로 발길을 돌린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 얘기들어보니 IMF나 세계은행도 거의 제2의 재경부나 마찬가지더라구요. 상당히 관료적인 조직이라 연줄이 중요하고 위로 올라가는 거 바늘구멍 뚫기보다 힘들고. 그러니 연봉 몇 십만불 주는 투자은행에 오는 거죠. 박사학위 목전에서 관둔 나같은 사람도 무척 많아요. 따지고 보면 그린스펀도 나랑 똑같은 경우죠. 나중에 뉴욕대에서 박사학위를 주긴 했지만. 우리 리서치 헤드도 박사학위가 없습니다.(웃음) 내가 대학교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면 모르겠는데 그럴 맘도 겨를도 없고...그냥 이거 70세까지 할 생각입니다. -학문으로서 경제학을 택한 것은 만족하십니까. ▲경제학 이론과 금융시장에서 이코노미스트가 봐야할 것은 전혀 별개입니다. 경제학원론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는 첨단을 달리는 실무 현장에서 결론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죠. 경제는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대학에서 배운 건 오직 그거 하나죠. 저는 정말로 이코노미스트가 연예인이랑 같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자산운용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까. ▲아직은 이코노미스트로 할 일이 남았기에 그런 생각 없습니다. 전혀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닌데. 글쎄...만일 하게 된다면 스트레티지스트 정도? 이렇게 해라 저저렇게 해라 전략을 제시해주고 실무는 밑에 있는 사람들이 하고, 그런 방식으로 한다면 모르죠. 내가 직접 한다? 우선 나이가 걸려요. 대부분의 딜러가 30대 초반이 아닙니까. 30대 후반 40대 초반 돼서 오면 누가 받아줄까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내은행에서 일할 생각도 있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그쪽은 경험이 없어서. 사실 글로벌 리서치조직의 일원으로 있다는 것이 아직 제게는 많은 이득이 됩니다. 배울점도 훨씬 많고. 저를 씨티에 입사하게 만든 박 상무께선 그런 고민 끝에 회사를 옮기셨습니다. 물론 저도 그 분이 삼성증권으로 옮길 때 하셨던 고민을 할 때가 오겠죠.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데이터를 의심하고 숨겨진 의미를 찾아라" -다른 이코노미스트들과 자신의 차별점이랄까 장점은 무어라고 보십니까. ▲앞서 말했듯이 숫자를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잘은 모르지만 결과물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데이타가 나오면 우선 의심을 해봐야하는데 배운 이론이라던가 과거 경험이라던가 그런데 얽매여서 단순하게 생각한다” 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로서의 한국의 프로페션은 내가 만든다" 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이코노미스트는 무조건 극단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고. 수없이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수많은 리포트를 써내는데 극단적으로 쓰지 않으면 누가 그걸 읽어주겠습니까. -리포트를 쓰면서 생긴 에피소드는 없나요? ▲인터넷이 발달한 후 이코노미스트들의 리포트를 쉽게 쉽게 받아보는 건 좋은데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부담이 됩니다. 저번에도 이 정도면 조정을 받을 것 같다고 썼더니 딜러가 전화해 "오부장. 그런거 쓸거면 미리 얘기나 해주고 쓰지. 어제 채권 샀는데 어떡하라구" 라고 하더라구요. 그거 말고는 글쎄? 아마 옛날에 쓴 리포트 지금 읽으면 부끄러워서 못 볼겁니다. (인터뷰 하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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