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보물불상의 "손 한 번 잡아주이소"

  • 등록 2020-10-07 오전 3:30:00

    수정 2020-10-07 오전 3:30:00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훤칠한 키도 탐나는데 잘생기기까지 했다. 얼굴에 퍼진 우아한 미소는 자신감에서 나왔을 터. 말이 쉬워 1400년이지, 당신이라면 저이처럼 살아낼 수 있겠는가. 생존 자체가 자부심이고 자존심이다. 저 부드러운 손동작은 또 어쩔 건가. “고마 손 한 번 잡아주이소”로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한 누군가가 떠오를 판이다. 깨달음의 상징이라는 솟은 머리에 얹은, 꼬불거리는 머리카락까지 닮지 않았나.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 맞다. 이젠 이름만 들어도 착 감길 만큼 스타 반열에 오른,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했던 그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이다. 저이가 새 보금자리를 찾은 건 지난 8월 말.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다. 물론 영원한 단짝인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과 함께다. 경매에 나와서 충격, 유찰돼 또 한 번 충격을 던진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조용히’ 사들였더랬다. 사실 집중되는 시선은 박물관으로서도 부담이 됐을 거다.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았다 열었다를 반복하던 박물관이 최근 다시 문을 열면서 가장 먼저 한 일 역시 ‘스타 불상 챙기기’였다. 4주간(25일까지) 일반공개를 결정하고 불교조각실 유리관 안에 세웠다. 경매 파문부터 4개월여 동안 일어났던 일이다.

이로써 두 보물불상은 그들 생애에서 또 한 번 고비를 넘겼다. 간송 품에 들었던 건 운명이었고, 보물이 된 건 숙명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행보가 아니었던가. 그 북새통에 두 보물불상은 국내서 가장 유명한 문화재가 된 건 물론, 유명세도 미련없이 치렀다. 어찌 됐든 두 불상으로서는 해피엔딩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시장에 나오는 보물들이 이들과 같은 결과를 맞을 수 있을까.

두 보물불상이 경매에 나왔을 때 ‘간송’이란 키워드만큼, 세간을 당혹케 한 건 ‘보물을 사고팔아도 되는가’였다. 관심이 없었을 뿐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 수면 위로 뜨며 ‘불난 호떡집’이 된 셈인데. 다시 정리하자면 개인소유인 문화재는 거래를 할 수 있다. 국가소유일 땐 예외지만. 소재지가 바뀔 때 문화재청에 신고를 해야 하는 강제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국가기관은 문화재를 사적으로 매매하게 내버려뒀을까. 문화재를 소유·관리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 비용이 가장 큰 이유란다. 개인의 소유와 매매를 지켜보면서 보존상태만 점검하는 게 훨씬 수월하단 소리다. 그렇게 거래된 문화재는 지난 3년간만 볼 때도 13만 9600점에 달한다. 한 해 평균 4만 6500점이 사고팔린 거다. 그중 보물은 20점이었고, 경매에서 거래한 것도 6점이다. 20여년 된 서울옥션이 그간 거래한 보물도 21점이라니. 다만 국보가 나왔던 적은 아직 없다.

그러면 문화재를 사고파는 일이 비난받을 일인가. 아니다. 허가받은 매매업자를 통해 개인소장가가 거래내역만 제대로 신고한다면, 그것이 밀반출만 아니라면, 욕먹을 일은 전혀 아닌 거다. 일단 가치관이 변한 게 적잖게 작용한다. 보존비용을 감당하며 지켜낼 건가에 대한 판단기준이 후대에선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여기에 재정문제가 압박해온다면 소장철학은 더 헐거워질 테고.

유물, 게다가 문화재라면 끝까지 품고 있으라는 논리는 무성의한 ‘윽박지르기’일 수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잘 알지도 못하고 그래서 가치와 값을 제대로 매기지도 못하는, 대중의 ‘저평가’다. 이제껏 경매에서 팔린 현대미술품의 최고가는 132억원(김환기의 ‘우주’)이지만 고미술품은 35억 2000만원(보물 제1210호 ‘청량산괘불탱’)에 불과하니. 때마다 지켜내라고 목소리만 높이고 이후엔 나 몰라라 해선 보탤 일이 별로 없단 얘기다. 기본 중의 기본은 ‘관심’이다. “손 한 번 잡아주이소”라고 외치는 고미술품은 ‘옛 간송’의 저 두 불상만이 아니다.

지난 8월 국립중앙박물관이 간송미술문화재단으로부터 사들인 뒤 최근 일반에게 공개한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왼쪽)과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사진=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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