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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가지만 뻗은 나무 사이로 소복이 눈이 쌓였다. 그 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이들. 뭔가 의식이 있는 모양이다. 깔끔하게 유니폼을 갖춰 입었다. 몇몇이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썼지만, 그냥 넘겨버릴 재밋거리로만 보일 뿐, 그저 잔잔하고 평화롭다. 그런데 딱 하나가 걸린다. 가운데 세운 허연 형상이 말이다. 마치 포위당한 듯 이끌리며 일행을 따르는 중이니. 저이는 누구고 저들은 어디로 가는 건가.
‘길을 잃다 1’(Getting Lost 1·2019)은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그 미세한 갈등과 균열, 상처를 단정한 인물과 화사한 색으로 표현한 ‘반전’인 셈이다. 허연 형상은 작가가 의도한 바로 그 충돌의 지점이다. 이른바 ‘유령’의 등장. 삶의 고통에 맞닥뜨린 의심·두려움 등을 비유했단다. 따뜻한 냉소가 흐르는 겨울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