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원 브라질 국채 투자자 '패닉'

투기등급 직전으로 강등…헤알화 12년만의 최저치
국내 증권사 브라질 국채 판매잔고 6조 웃돌아
금융투자업계 전문가 "손절매도 고려해야"
  • 등록 2015-08-18 오전 6:00:00

    수정 2015-08-18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개인사업을 하는 이모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지난해 8월 여유자금 1억원을 투자한 브라질 국채 때문이다. 연 10%대의 고금리를 준다는 소리에 솔깃해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지만, 투기등급 직전까지 떨어진 브라질의 신용등급 소식에 ‘이러다 1억원을 모조리 날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태산이다. 여기다 헤알화 가치는 끝을 모르고 떨어지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16일 기준으로 이씨의 브라질 국채 투자 자산평가액은 이자수익을 감안해도 7800만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현재 시점에서 중도 환매할 경우 투자한 지 불과 1년 만에 원금의 22%를 날리게 되는 셈이다.

연 10%대 고금리와 비과세 혜택에 매력을 느껴 뭉칫돈을 쏟아부은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직전까지 떨어지고 헤알화 가치가 12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치는 등 브라질 경제와 금융시장이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보유한 브라질 국채의 투자 손실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워낙에 브라질 채권에 투자한 금액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증권사를 통해 지난 2011년부터 7조원가량의 브라질 국채가 개인투자자에게 팔렸다. 국내 전체 해외 채권 판매 중에서 브라질 채권은 9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이다. 1인당 5000만원을 투자했다고 계산하면 브라질 국채 투자자는 14만명에 달한다.

2012년부터 헤알화 가치가 급락세를 나타내고 브라질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투자 비중 축소를 권유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여전히 브라질 국채에 물려 있는 투자자들은 많다. 현재 2조원이 넘는 잔액을 기록 중인 삼성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과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브라질 국채 판매 잔액은 6조원을 넘어선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에 근접하긴 했지만 풍부한 외환 보유고와 낮은 단기외채 규모, 잘 분산된 외채 만기 등을 고려할 때 ‘설마 브라질이 채무불이행(디폴트)까지 가겠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멈출 줄 모르는 헤알화 가치 하락세는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의 손실을 더 키우는 분위기다. 원자재 가격 하락, 미국 금리 인상 여파 우려와 더불어 위안화 평가절하 쇼크까지 덮치면서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는 올 들어 23% 넘게 떨어졌다. 그만큼 투자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한 증권사 채권전략팀장은 “지금 브라질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생각하면 현재 달러당 3.4~3.5헤알을 오가는 헤알화 가치의 저점을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손절매도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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