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철거 경제학]'사람이 먼저다' 변하는 고가도로

  • 등록 2015-10-01 오전 6:00:00

    수정 2015-10-01 오전 10:41:10

△ 홍제 고가도로 인근의 유진상가 주변 [사진=이상정 대학생 인턴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30년 넘게 그늘져 있던 길가에 햇빛이 들고, 차도 밑 간판이 사람들 눈에 띄기 시작했다. 탁 트인 도로 앞 상가로 사람들 발길이 이어지면서 동네는 활기가 넘치고 있다. 2012년 고가차도 철거 이후 탈바꿈한 서대문구 홍제동 유진상가 주변 상권 이야기다.

‘경제 성장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고가도로가 하나 둘 없어지고 있다. 1960~70년대 급증하기 시작한 서울시내 교통량 해소 방안으로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2000년대 들어 교통 패러다임이 바뀌고 보행 중심의 도시 미관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신 고가도로 철거로 막힘 없이 시원하게 뻥 뚫린 거리에는 커피숍·미용실·패스트푸드점 등이 들어서면서 신흥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2년 동대문구 전농동 떡전 고가도로부터 이달 서대문까지 서울시내 철거된 고가는 총 18곳에 이른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만든 고가도로가 현재는 교통 정체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고가가 철거되면 시가지 도로에 대한 활용 방안까지 마련돼 경제적인 부가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1971년 3월 8일 서대문 고가차도 입체교차로 공사 [사진=서울시]
실제로 서울시내 철거된 18개의 고가도로 가운데 10곳(청계·미아·광희·혜화·회현·노량진·홍제·문래·약수·서대문 고가)을 돌아본 결과, 주변 상권 매매·임대료가 최고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한 고가도로의 위용에 압도당했던 주변 부동산의 기가 살아난 것이다.

지난해 9월 철거를 갈무리한 약수 고가도로 인근 상가 매매가격은 지난해 3.3㎡(1평)당 5000만원에서 이달 현재 8500만원으로 일년 새 70%(3500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2008년 8월 사라진 광희 고가차도는 철거 이전 매맷값이 평당 3000만원었지만, 이달 현재 7000만~1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홍제 고가도로 인근 유진상가 주변도 고가 철거 이후 상가 권리금이 3년 동안 평균 2000만원 넘게 상승했다. 선종필 상가뉴스 레이다 대표는 “고가도로 철거로 주변 미관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인근 지역 상권까지 살아나 상가 임대료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철거가 능사는 아니다. 서울시의 경우 노후도가 심하지 않고 지역 교통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고가도로는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고가 밑 공간을 재활용하거나 보행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2013년 12월 총 사업비 4억 4000여 만원을 들여 성수역 1층 하부 교각에 지은 수제화 공동브랜드 ‘프롬에스에스’ 매장과 최근 추진 중인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고가 하부공간의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가 제한적인데다 고가 존치를 둘러싼 지역 주민과의 갈등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도시의 패러다임이 과거 자동차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사람과 보행 중심으로 바뀐 것”이라며 “도시를 사람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개발할 수 있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 서대문 교차로 마지막 구조물을 인양하는 모습 [사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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