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 하나가 2500원"…물가 폭등에 전통시장 설대목 실종

최강 한파에 추위 취약한 전통시장 찾는 발길 뜸해져
불황 여전한데 농축산물값 폭등하며 구매력까지 하락
평년과 비교해 배추값 39.8%, 무값 60.7% 등 인상
  • 등록 2018-02-15 오전 7:00:00

    수정 2018-02-15 오전 7:00:00

서울 광진구 자양골목시장의 모습.
[사진·글=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한파 끝나서 이제 좀 나아지나 했는데 경기는 안좋은데 물건값만 오르니 장사 다 망했죠.”

서울 광진구의 자양골목시장에서 18년째 채소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54)씨는 대목인 설이 올해는 즐겁지 않다. 김씨는 “지난주엔 너무 추워서 채소도 얼고 사러 오는 사람도 없어서 설 대목인데도 4일 동안 가게 문을 닫았다”며 “날이 풀려서 오늘은 사람들이 장을 보러 나오겠지 하고 기대를 했는데 채소값이 오른 탓에 매출이 작년 설대목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고 하소연했다.

설 특수를 기대하고 있었던 전통시장이 연이은 한파에 물가까지 올라 울상을 짓고 있다. 열흘 가까이 이어진 한파로 인해 추위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진 데다 한파와 폭설로 채소값까지 오른 탓이다.

설 명절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오전 11시쯤 찾은 서울 광진구의 자양골목시장은 설 대목인데도 인적이 드물었다. 비·바람을 막기 위해 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이었지만 앞 뒤가 훤하게 트인 탓에 영하 9도의 찬바람이 그대로 시장 안까지 들이쳤다. 투툼한 겨울옷을 겹쳐 입고 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도 오른 물가에 혀를 차다 빈장바구니를 든 채 돌아섰다.

자양골목시장에서 20년째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한순(58)씨는 “아무래도 대목이다 보니 기대를 했는데 물가가 많이 오른 탓인지 다들 기껏 시장에 나와도 구경만 하고 과일을 사는 사람이 없다”며 “예년에 비해 올해 수입이 절반은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한 과일가게에서 상인이 과일이 얼 것을 우려해 전기히터를 돌려놓은 모습.
다른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서울 동대문구의 경동시장은 장을 보러 나온 중·장년층으로 북적였지만 물건을 담는 모습을 보기 쉽지 않았다. 상인들은 혹시라도 채소가 얼까봐 담요를 덮어두거나 전기히터를 켜놨다.

경동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노경순(55)씨는 “한파가 가셔서 가게 문을 겨우 열었는데도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밖에 안된다”며 “25년 동안 채소가게를 운영했지만 올해 같은 설은 정말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주요 농축산물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이상 한파가 기승을 부려 출하작업을 하지 못한 여파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주요 농산물 일일 도매가격에 따르면 무 가격(서울 가락시장 기준)은 개당 2187원으로 평년(최근 5년 평균치)보다 129%(955원) 올랐다. 말린 고추(600g당 1만1800원)와 시금치(4kg당 1만7496원), 애호박(20개당 3만1906원)도 각각 56.6%(4267원), 69.6%(7178원), 23.9%(6145원) 상승했다.

이 때문에 설 명절을 맞은 시민들의 시름도 깊다. 날이 풀려 시장에 장을 보러 나왔다던 김모(63)씨는 오른 채소값에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얼마 전만 해도 애호박 값이 1500원이었는데 지금은 2500원이라서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지난주보다 추위가 덜해서 살 게 없나 보러 나왔는데 비교적 저렴한 재료들로 어떻게든 설을 보내야 겠다”고 말했다.

이경자(70)씨도 “설을 맞아 자식이랑 손주들이 집에 오니 맛있는 것을 배불리 먹여야 하는데 물가가 만만치 않다”며 “그래도 다 모이는 게 1년에 몇 번되지 않으니 무리해서라도 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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