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 "뻔뻔한 히어로물 노려…0.5점평 빵 터졌죠" [인터뷰]ⓛ

"새롭고 키치한 쾌감 선사하고파…위로 됐으면"
시즌 1은 안은영의 성장 드라마 프리퀄
넷플릭스와 작업 새롭고 신나, 극장이라면 못했을 것
  • 등록 2020-10-06 오전 11:01:36

    수정 2020-10-06 오전 11:01:36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나는 아무도 모르게 남을 돕는 운명을 타고 났다 XX”

푸석푸석한 단발머리에 회색 터틀넥, 주름진 롱치마를 펄럭이며 장난감 칼과 비비탄 총을 든 채 억척스럽게 젤리들을 퇴치하는 여자 보건교사. 걸핏하면 욕설에, 각국의 샤머니즘 도구를 모으는 이 이상한 여자는 사실 위기의 학교에서 학생들을 남몰래 돕는 히어로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의 주된 줄거리다.

이경미 감독. (사진=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을 접한 대중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놀랍도록 뻔뻔하고 불친절하기 이를 데 없다는 혹평들이 차고 넘치지만 기묘하고 아름답다는 열광적 반응들도 연일 쏟아진다.

이 작품의 각본을 공동 집필하고 연출을 맡은 이경미 감독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이 기이한 반응들을 누구보다 즐긴다.

“극장 영화였다면 모든 사람들이 말렸을 작품에 도전한다는 사실 자체가 즐겁고 신났죠.” 그는 최근 이데일리와 함께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와의 첫 작업 소감과 ‘보건교사 안은영’의 작업을 결심한 계기,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털어놓으며 이같이 회고했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 분)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 분)와 함께 이를 해결해가는 명랑 판타지 시리즈다.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를 집필하고 연출한 이경미 감독이 동명의 소설 원작자인 정세랑 작가와 의기투합해 내놓은 작품인데다 배우 정유미, 남주혁의 캐스팅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경미 감독은 “그간 각본을 직접 집필해 연출하는 방식을 고수해오던 저로서는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을 맡는 것이 새로운 작업이었다”며 “소설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 마음의 부담이 크고 무거웠지만 소설 자체가 지닌 재미있는 요소들이 무궁무진했다. 그래서 부담보단 이들을 해석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는 재미를 더 크게 느껴 작품을 택했다”고 회상했다.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데뷔작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넷플릭스란 플랫폼을 경험해보고 싶었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다”며 “제가 먼저 넷플릭스에 제안한 작품들도 있었는데 이 작품은 제가 넷플릭스에게 역으로 제안을 받은 작품이다. 그렇게 받아본 이 작품은 제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모든 걸 갖고 있었고 이참에 새로운 걸 시도해보자는 ‘도전’의 느낌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학교를 집어삼키는 두꺼비 젤리 괴물과 맞서 싸우는 여주인공, 뭐에 홀린 듯 미친 사람처럼 웃고 울며 옥상에 몸을 던지려는 학생들, 학교를 활보하는 오리들과 어딘가 의뭉스러운 사이비종교까지. 이상한 것들 천지이지만 구체적 설명은 없다. 드라마이지만 만화 혹은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퀘스트 게임처럼 느껴지는 건 이 때문으로, 전개가 불친절하다는 일각의 혹평이 쏟아지기도 하는 이유다.

이경미 감독은 “‘아무도 안 말렸나?’란 댓글과 함께 별점 0.5점을 준 리뷰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댓글을 보고 아주 빵터졌다”며 “그 댓글을 캡쳐해서 스탭들에게 보여줬더니 조명감독이 ‘아무도 안 말렸겠냐?’는 대댓글을 달았다더라(웃음). 그만큼 기존 영화판이였다면 불가능했을 도전을 우리가 했다는 점을 한 눈에 보여주는 댓글 반응이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불친절하다는 반응은 아마 밑밥이 많이 깔려 있어서인 것 같다”며 “처음부터 뻔뻔해지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드라마이지만 만화 같은 허용을 주자, 만화 히어로물 같은 이미지를 부여하자는 생각이 누군가에게는 불친절로 느껴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교사 안은영’ 스틸. (사진=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이 원작 소설과 가장 다른 점 중 하나는 ‘일광소독’과 ‘안전한 행복’의 존재다. 원작에선 ‘할아버지의 소독 업체’란 문구 정도만 나왔을 뿐이지만 넷플릭스에선 안은영이 맞서 싸워야 할 거대한 비밀과 음모를 지닌 미스터리한 존재들로 극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경미 감독은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당시 정세랑 작가님이 이미 4회 정도까지 각본을 집팰해두신 상태였다”며 “원작엔 없었지만 건네 받은 각본에는 일광소독과 관련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발전돼 있었다. 저와 작가님 모두 시리즈물을 염두에 두는 과정에서 단순 젤리 퇴치 소재 만으론 극을 이끌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즌 1은 원작에 있는 에피소드를 취사 선택하고 묶어서 안은영의 성장 서사를 알리는 히어로물 프리퀄 같은 느낌을 내고자 했다”며 “시즌 1이 밑밥만 깔았다면 시즌 2는 이를 본격적으로 풀 것이다. 다만 시즌 2를 언제 만나 볼 수 있을지, 시즌 2도 제가 맡게 될지 여부는 넷플릭스만이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피소드를 선택한 기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미 에피소드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었지만 따로 추가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것 중 하나가 수십년 동안 엄마를 기다리는 은영의 꼬마 친구 정현이의 에피소드였다”며 “은영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럭키한 완수와 혼란한 민우 두 친구의 에피소드도 굉장히 즐겁게 봐서 넣어달라 건의했다. 한아름 선생님을 따라다니는 오리들의 이야기도 넣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어서 넣지 못했다. 대신 오리가 학교 안을 계속 돌아다니는 장면들을 넣어 아쉬움을 달랬다”고 했다.

또 “어찌됐든 사람들이 계속 보고 싶어할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처음 볼 땐 발견하지 못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볼수록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여러 가지 것들을 굉장히 많이 구겨넣었는데 힘이 드는 작업이었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하려고 했다가 시도하지 못한 것들도 못지 않게 많았다. 공개된 날 에피소드 정주행을 하며 장면들을 살펴보니 그것들을 그냥 시도해볼걸 그랬나 싶었다”며 “나름 친절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한 장면들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부분들이 있던 것 같아 후회감도 든다”고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새로운 것, 키치적인 것을 즐기는 쾌감을 드리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내가 꿈꾸는 것과 가지고 있는 현실 간 괴리가 크다 느끼시는 분들, 외롭다고 부쩍 느끼시는 분들게 즐거운 판타지를 드리고 싶다. 인표와 은영 불완전한 두 사람이 무언가를 꾸역꾸역 해내가는 과정이 위안과 즐거움이 됐으면 한다”는 희망을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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