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독서로 사교육 걱정 없어요”…전교생 5.8배 늘어난 현북초

[시골학교의 유쾌한 반란]⑤강원 양양 현북초등학교
5년 전 전교생 9명 폐교 위기서 올해 52명으로 늘어
전교생 원어민과 1대1 화상통화로 “영어 실력 향상”
매월 읽은 책 전교생 앞 발표하는 독서교육도 호평
  • 등록 2023-11-02 오전 6:01:00

    수정 2023-11-02 오전 6:01:00

[양양=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지방의 마을들이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인구 감소 시·군·구 89곳 중 85곳이 지방입니다. 지방 소멸의 위기 속에 학교마저 사라지면 새로운 인구 유입 가능성은 아예 차단됩니다. 이데일리는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교육의 질을 제고, 시골 학교를 살려가는 사례를 5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1.경북 포항 청하중

2.경북 문경 당포초

3.경남 거제 둔덕중

4.전남 구례 중동초

5.강원 양양 현북초

현북초 학생들이 강사에게 서핑 강습을 받고 있다.(사진=현북초 제공)
“요즘 전입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 와요. 폐교 위기였던 5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죠.”

강원도 양양 현북면 소재 현북초등학교에서 만난 노순현 교감의 말이다. 현북초는 1931년 개교한 현북공립보통학교가 전신이다. 올해로 개교한 지 92년 된 유서 깊은 학교지만 2018년엔 전교생이 9명에 불과, 폐교 위기를 겪었다. 이후 2020년 16명으로 증가한 학생 수는 2021년 27명, 2022년 44명에 이어 올해는 52명으로 5년 만에 5.8배 늘었다.

현북초의 위기는 교사들의 헌신으로 극복될 수 있었다. 작은 학교의 약점을 강점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2018년부터 현북초에 재직한 강성욱 교무부장은 “학교가 통폐합 위기에 처했을 당시 교사 3명이 모여 학교가 없어지지 않도록 노력해보자고 다짐했다”며 “학교 하나가 폐교되면 지역사회의 미래도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교생 5.8배 증가…영어·독서교육 주효

현북초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력한 프로그램은 영어와 독서교육이다. 졸업 후에도 활용도가 높은 교육에 집중하자는 교사들의 아이디어가 시발점이 됐다.

먼저 전교생을 대상으로 매일 20분씩 필리핀 현지인과 영어로 진행하는 화상 대화를 시작했다. 1교시 전이나 점심시간, 방과 후 등 틈새 시간을 활용한 비교과 프로그램이다. 한 교육업체의 교육 기부 사업을 활용해 시도했는데 교육 효과가 생각보다 컸다. 오영근 교장은 “전교생이 1학년 때부터 화상으로 현지 원어민과 통화하기에 고학년이되면 자연스럽게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했다.

지금의 현북초를 있게 한 데에는 독서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독서교육도 영어와 마찬가지로 오전 시간이나 방과 후를 활용한다. 학기 초 수요 조사를 통해 읽고 싶은 책을 신청받아 학급 문고에 비치한 뒤 매월 한 권 이상은 읽게 만드는 게 현북초의 교육방침이다.

특히 책을 읽은 뒤에는 매월 ‘다모임’이란 전교생 모임을 통해 독후감을 발표한다. 글을 써서 읽는 발표가 아니라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만들어 전교생 앞에서 본인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강성욱 교무부장은 “전교생 앞에서 책을 읽고 느낀 점이나 본인 생각을 발표하기에 자신감·표현력이 생기게 된다”며 “PPT를 준비할 때는 독서 후의 의견·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PPT 능력은 졸업 후에도 꾸준히 활용하는 능력이라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현북초는 영어·독서교육 외에도 방과 후 코딩 수업도 하고 있다. 2019년 교육부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로 선정된 것이 발단이다. 일상에서 소프트웨어를 이용,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게 수업 목적이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컴퓨터 언어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초 코딩 역량을 배우고 있다.

도시에선 사교육으로 배워야 할 영어·독서·코딩을 공교육 안에서 해결해주니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학생 수가 적어 영어로 1대1 화상통화가 가능하며 독서·코딩도 밀착 지도를 받을 수 있다. 교장·교감을 제외한 현북초 교사 수는 총 8명으로 교사당 학생 수는 6.5명이 전부다. 장희영 학부모는 독서교육에 대해 “공부하고 시험 치는 게 전부가 아니라 책을 통해 배운 것을 발표하면서 아이가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현북초의 이러한 교육방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입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가 수시로 걸려 오고 있다. 노순현 교감은 “학년별 정원이 정해져 있어서 문의가 와도 전학생을 많이 받지 못한다”고 했다.

현북초 학생들이 영어로 화상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 현북초 제공)
코딩에 서핑까지…학부모 사이 입소문

현재 현북초 재학생 52명 중 84%인 44명은 수도권 등 강원도 외 지역에서 전학 온 학생들이다. 나머지 7명도 현북면 외 지역에서 이사를 와 현북초에 다니고 있다. 현북면 현지 학생은 1명에 불과하다. 현북초가 위기를 극복한 데 이어 학생 교육에 열정을 쏟자 나타난 변화다.

자녀를 현북초로 보내려는 학부모가 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시선도 변했다. 현북초가 인구절벽으로 고민하는 지역사회의 ‘보물’이 된 셈이다. 현북초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학교에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교육 장소를 최대한 지원해주려고 한다”고 했다.

현북초가 전교생 대상으로 서핑 수업을 하게 된 것도 이런 점 덕분이다. 현북초 학생들은 1학년 입학 뒤부터 체육 시간이나 창의적체험활동을 통해 서핑 수업을 받는다. 강사들의 1대1 지도를 받을 수 있어 저학년부터 수업이 가능하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서핑 수업장은 학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서핑장에서 만난 6학년 오윤혁 군은 “경기도의 학교를 다니다 2년 전에 현북초로 왔는데 여기에 와서 서핑이란 스포츠가 있다는 걸 알았다”며 “졸업 뒤에도 이곳에 계속 살면서 아빠와 서핑하러 오고 싶다”고 했다.

같은 학년인 채원이도 4학년 때 이사를 와서 현북초에 다니고 있다. 졸업 후에는 근처 양양중이나 현북중에 진학하길 원하고 있다. 이채원 양은 “6학년이 5명뿐이라 도시에서 학교 다닐 때와 달리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현북면 출신인 보민이는 4학년 때 채원이가 전학을 오면서 서로 ‘베프’가 됐다. 김보민 양은 “독서·영어·서핑수업 등이 유지돼 학생들이 계속 전학을 오고 학교도 문 닫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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