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의 채권프리즘)적자생존과 포트폴리오

  • 등록 2005-02-21 오전 8:50:00

    수정 2005-02-21 오전 8:50:00

[edaily] 금리나 주가가 한번씩 급변동하면 펀드 매니저들이 사라진다. 채권시장은 신용충격이 오거나 금리가 급등하면 펀드 매니저들이 조용히 어디 가고 없어지곤 한다. ◇ 환경변화와 생존 소로스는 87년 주가 급락시에 많은 손실을 보면서 손절매(loss cut)를 단행했다. 왜 손절매를 했냐고 물어보니까 생존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즉 지금 손절매을 하지 않고 있다가 주가가 더 떨어지면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되지만 지금 손실 정도에서 손실을 제한하면 다시 후일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항우는 오강을 건너가서 후일을 도모하라는 충고를 듣지 않고 오강을 등지고 자신의 부하들과 최후를 같이 맞이했다. 비록 후대의 사람들이 패왕별희를 보면서 항우의 비극을 슬퍼하고 있지만 항우는 생존하지 못했다. 여러분은 항우처럼 비극적이지만 극적인 삶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잠시 남고 싶은가 아니면 생존하고 싶은가. 이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생존이 더 중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우리를 구성하는 유전자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 자연의 생존방식 자연에서 유전자는 동물이나 식물이라는 몸을 이용하여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의 몸은 유전자가 생존하기 위한 매체에 불가한 것일 수도 있다. 유전자는 자연에서 1등이 되려고는 하지 않는다. 이들의 목적은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계속 생존하는 것이다. 생존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포유동물과 같은 고성능 기계를 만들기도 하고 바퀴벌레처럼 새끼를 무지 많이 낳아서 생존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다양한 종을 계속 만들어 놓는다는 것이다. 우수한 종이라고 모두 같게 만들어 놓으면 예기치 못한 환경변화에 멸종하기 때문이다. 생물은 미래를 예측하지 않고 다만 다양한 종을 만들어 생존에 대비하고 있을 따름이다. 어떠한 환경변화도 모두 견딜 수 있는 우수한 종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종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오만이다. 기업이 자꾸 업종을 다양화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 때문이다. ◇ 펀드의 생존방식 인덱스 펀드는 환경변화를 예측하지 않고 분산투자만 해놓는다는 점에서 자연의 생존방식과 유사하다. 따라서 일등이나 돈을 한번씩 많이 버는 게 아니라 생존이 목적이라면 인덱스 펀드처럼 하면 된다. 자존심 상하는 일들은 많이 있지만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미래의 환경변화를 예측하면서 행동하고, 또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많은 포획물을 획득하고 싶은 생각에서 다양화하지 않고 한 곳으로 집중한다. 이것은 성공하면 많은 돈을 벌지만 성공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사망한다. 결과는 항상 확률적으로 정해진다. 극히 소수의 사람이 성공하고 나머지는 사라진다. 그렇지만 그 꿈을 보고 달려든다. 퀀텀 펀드를 운용했던 짐 로저스는 성공을 하고 37살에 은퇴해 버렸다. 지속적인 성공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덱스처럼 자존심 상하게 살아가지도 않고, 헤지펀드처럼 한 곳에 집중투자해서 성공하면 은퇴하는 방법이 아닌 방법은 없는 것일까. 즉 장기적으로 시장에 있으면서 자존심도 상하지 않는 운용 방법은 없을까. 그것은 핌코의 빌 그로스 같은 방식이다. 평소에는 아주 다양한 전략들을 섞어놓고 시장이 두려움에 휩싸일 때 펀드에서 20% 정도 편중되게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꾸준히 구사한다면 장기 생존과 명성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다. ◇ 핌코와 빌 그로스 (W.H. Gross) 빌 그로스는 평소에 매우 다양한 전략들로 펀드를 구성한다. 이것은 환경변화에 잘 견딜 뿐만 아니라 부담하는 위험의 단위당 수익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미국 채권시장은 다양한 클래스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단기적인 전망이 아니라 움직일 수 없는 장기적인 전망에 근거하여 투자한다. 소위 플랑크톤 이론이라고 하는데 고래도 플랑크톤이 없으면 살 수 없듯이 경제의 장기적인 필수 요건을 점검하는 것이다. 인구구조 같은 것이 대표적인 것인데, 인구구조의 구조적인 변화는 경제에 반드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플랑크톤 같은 것이다. 주택경기나 저축, 소비 등에 강력한 추세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핌코는 매년 3년 정도 뒤의 경제를 예측하며 이때는 인구학자나 사회학자들의 발표를 듣는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또 장기적인 추세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방향을 조금 편중되게 한다. 예를 들어 인플레 연동채권의 편입비중을 조금 높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다가 시장이 흔들리면서 저평가된 채권이 나오게 되면 여기에 또 투자를 집중한다. 다만 투자의 집중은 20%를 넘지 않는다. 주택저당채권(MBS)의 가격이 급락할 때 핌코는 20% 정도 이를 사모았다가 가격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이익을 많이 얻었던 때가 있었다. 물론 이것은 장기적인 전망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즉 기본적으로 다양한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놓고 미래에 대한 플랑크톤과 같은 가능성이 매우 높은 환경 변화 예측과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이 만들어 내는 가격변화에서 추가적인 이익을 얻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 역시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제한된 범위 내에서 투자한다. ◇교토삼굴 인간의 생존역사는 자연의 생존 역사에 비하면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하다. 자연을 돌아보면 수십억년을 생존해온 생물들의 다양한 지혜가 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공중에서 한동안 머무르는가 하면 순간적인 속도로 이동하는 잠자리를 보면 경이 그 자체이다. 꾀 많은 토끼는 굴이 세 개 있어서 능히 죽음을 면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은 단순해서 팔만한 굴이 별로 없는 게 단점이기는 하다. 이런 의미에서 점차 해외 채권시장에도 진출해야 한다. 다음에는 해외 채권투자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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