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1,000,000,000,000원.’ 동그라미만 12개, 무려 1조원이다. 평범한 샐러리맨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이다. 기적이라는 로또 1등 당첨금이 보통 10억원대 초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입이 쩍 벌어지는 거액이다.
책은 1조원을 다루는 최고수 승부사들의 이야기다. 소수의 비공개 투자자에게서 모집한 자금으로 운영되는 사모펀드들이 보여주는 M&A(인수합병)의 민낯은 말 그대로 전쟁터다.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각종 전략과 전술이 동원된다. 그 덕인지 사모펀드 창업자 중에는 억만장자가 많다. 실제 그 주역들은 인수 후 기업 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단 한 건의 거래로 수조원의 이익을 내기도 한다. 반대로 황금을 좇다가 쪽박을 차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는 ‘리스크 관리의 종합예술’이라는 평가부터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도박’으로까지 불리기도 한다.
저자들이 경제지 현역기자인 탓에 책을 읽는 속도감이 상당하다. 한국 사모펀드 태동기부터 주요 M&A 현장을 지켜본 저자들은 지난 10년간 국내 사모펀드 주역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꼼꼼하게 담아냈다. 2012년 유통업계 알짜 매물이었던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의 인수전 막전막후나 천문학적인 수익을 남긴 오비맥주 인수전을 보고 있자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릴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