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손발 끝 파랗고 수유시 힘들어하는 아이…'선천성심장병' 의심

이창하 세종병원 흉부외과 부장은 20여년간 소아심장수술 한 우물…복잡심장질환 연구 활발히 진행
복잡 심장 기형 환자, 다학제 접근 통해 치료한다
손발 끝이 파랗게 보이거나 수유 시 힘들어한다면 검사 받아야
  • 등록 2021-01-15 오전 12:03:03

    수정 2021-01-15 오전 12:03:03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심장병 하면 성인 환자를 떠올리기 쉽다. 대개 심장 판막 기능 이상으로 숨이 차거나, 관상동맥이 좁아져 협심증이 생기거나, 대동맥이 늘어나거나 찢어져 생명이 위험해진 경우다. 이러한 성인 심장병은 근본적으로 정상 심장이었으나 노화 또는 위험 요인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병이 생긴 것으로 선천성심장병과 완전히 구별할 수 있다.

선천성심장병은 출산 당시부터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대략 신생아의 1% 정도 빈도로 발생하며, 다양한 심장 기형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심장 안에 구멍이 있거나, 처음부터 심장판막 모양이 이상하거나, 심장이나 혈관 연결이 잘못돼 있는 사례가 많으며 출생 직후 급하게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큰 문제 없이 성장하는 환자도 있다.

이창하 세종병원 흉부외과 부장은 “최근 선천성심장병 환자 발생 추이를 보면 점점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출산율이 급감해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산전 태아 심장 초음파 검사로 복잡한 선천성심장병 진단이 쉽게 이뤄져 임신 중절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천판막 기형 환자에 국내 첫 원뿔성형술

단순한 선천성심장병은 출생 후, 시술이나 수술적 치료로 비교적 쉽게 치료된다. 하지만 산전 태아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복잡 심장 기형 진단을 받은 경우 산부인과, 소아심장 분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의료진이 모여 태아의 심장병 치료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 부장은 “많은 케이스에서 이러한 논의 없이 임신 중절이 쉽게 권유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며, “복잡 심장 기형이라도 적절한 시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케이스가 다양해 나타나는 증상도 제각각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두 가지 증상이 있다. 심장 기형으로 폐로 혈류가 충분히 가지 못하거나 전신 순환과 폐순환이 충분히 섞이지 못하게 되면 청색증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에는 입술이나 손발 끝이 파랗게 보여 육안으로 쉽게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말초산소포화도 측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심부전을 꼽을 수 있다. 심부전은 심장 안에 구멍이 있거나 심장 판막 기능에 이상이 있어 효율적인 혈액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환자의 나이에 따라 나타나는 양상이 다양한데, 어린 아이이라면 보채거나 땀을 많이 흘리거나 수유 시 힘들어하고 끊어 먹는 증상을 보인다. 비교적 큰 아이들이나 성인이라면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숨이 차거나 피곤해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는 환자들도 있으므로 신생아 검진 시, 심잡음이 들리거나 또래보다 성장 발육이 늦다면 선천성심장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 재수술 필요한 케이스라면 정기적인 추적관찰 필수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약물 복용 또는 심장중재시술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선천성심장병의 대부분은 수술이 필요하다. 만일 어렸을 때 수술을 받은 아이가 성장했는데도 수술 부위 및 그 주변이 같이 성장하지 못하거나 과거 인공판막, 인조혈관 수술을 받았다면 향후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이 부장은 “간혹 수술 받은 아이는 약하다고 생각해 일상생활이나 또래와의 활동을 제한하는 부모가 있는데, 자녀를 과잉 보호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육체 및 정신 건강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며, “담당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함과 동시에 주의사항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야 하고, 복잡심장기형으로 수술을 받았거나 인공 판막, 인조혈관 수술을 받았다면 기능이 떨어지거나 판막 변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유심히 상태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20여 년 간 소아심장수술 한 우물…복잡심장질환 연구 활발히 진행

세종병원 흉부외과 이창하 부장은 소아 심장 수술의 대가로 꼽힌다. 20여 년 간 신생아부터 50~60대 성인 선천성심장병 환자 등 폭넓은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을 진행해왔으며, 특히 복잡 심장 기형 수술 분야에서 다양한 수술법에 정통한 소아 흉부외과 의사다. 이 부장은 2008년, 국내에 엡슈타인 기형에서 원뿔성형술을 최초로 도입했다.

이 수술은 2007년 브라질 의사가 처음 발표한 방법으로 삼천판막의 선천성 기형으로 판막 기능이 떨어진 엡슈타인 기형 환자에서 판막을 정상에 가까운 모양과 기능으로 회복시켜주는 수술이다. 최근까지 30건 이상 시행해 수술 후 중장기 추적 조사 결과 우수한 생존율과 판막 기능 향상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복잡수술 중에서도 고난도의 술기가 필요한 대혈관근부치환술을 통해 복잡 대혈관전위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으며, 부정맥 수술과 병행한 선천성 심장병 수술 사례를 국제 학회에 발표, 보다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선천성심장병을 앓고 있는 부모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덜어주고, 치료 의지를 높이기 위해 선천성심장병 전문 사이트 ‘아이심장’을 운영 중이며,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강연을 펼치고 있다.

이창하 세종병원 흉부외과 부장이 태어나자마자 심장에 문제가 생긴 신생아를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하고 있다. 사진 세종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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