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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사 줄줄이 녹색금융 선언
최근 국내 굴지의 금융기관들은 연이어 녹색금융을 선언하고 있다. 탄소중립 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다.
KB금융그룹은 지난 9월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모든 계열사가 동참한다. 앞으로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채권 인수 등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하는 것이다. 신한금융도 지난 13일 2050년까지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제로 카본’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투자자산의 탄소배출량을 측정, 탄소 다량배출 기업 및 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를 줄이고, 친환경 분야 금융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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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수 KDB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기후변화 과정에서의 산업구조 재편 수요와 지속가능발전 재원 소요 등을 고려해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상품과 서비스 확충 등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의 행보는 우리보다 빠른 편이다.
노르웨이국부펀드와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스웨덴공적연금 등 초대형 국부펀드와 연기금들은 이미 탈석탄을 선언했다. 미국 민간 금융회사에선 지난 2015년 미국 씨티뱅크와 모건스탠리가 석탄투자 중단에 동참했다. 현재 1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금융사 중 39곳이 탈석탄 정책을 발표한 것으로 보고됐다.
현재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는 주요 선진국을 비롯해 70여곳에 이른다. 경제발전이 중요한 중국도 2060년 달성을 내걸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녹색금융전략’과 EU의 ‘지속가능 금융 행동계획’ 등 일부 기후변화 대응 선진국은 구체적 계획을 마련한 단계다. 김종대 인하대 지속가능경영연구소 소장(경영대 교수)은 “국내에서도 EU와 영국 등을 벤치마킹해 녹색채권 발행 촉진을 위한 기준과 지원제도 마련, 특성화 대학원 등을 통한 녹색금융 전문가 육성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석탄 금융 전면화는 ‘신중’…수익성 갖춰야”
다만 탈석탄을 골자로 한 녹색금융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대표적인 이슈가 국책은행의 해외 화석연료발전 투자 논란이다.
‘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를 보면, 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은 각각 4조8585억원과 2696억원의 규모의 해외 석탄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투자 및 보증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해외 석탄금융 때문에 우리나라는 외부에서 ‘무늬만 녹색’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됐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은 국내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중단키로 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탈석탄 취지에 동의한다면서도 “400여개 관련 업체의 생존문제가 있다”며 해외 석탄발전 사업은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은은 석탄 투자의 심사를 강화해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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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권에선 방향성은 동의하면서도 어떻게 수익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 의문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 주요 목표도 녹색금융으로 에너지 고효율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등 관련 산업 투자를 촉진해 수익성에 기반한 시장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데 맞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