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100일 성적표’

  • 등록 2017-08-18 오전 6:00:00

    수정 2017-08-18 오전 6:00:00

숨가쁘게 달려온 100일이다. 국정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 정책들이 이틀꼴로 하나씩 발표됐으니 현기증이 날 만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래 나라의 모습이 달라졌고, 80%를 웃도는 국정 지지도로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임기 초반에는 인기가 높은 게 당연하다고 하지만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보아도 월등한 편이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상태에서 금방 국정이 안정을 찾은 것이다. 어제 첫 기자회견이 시나리오도 없이 이뤄진 데서도 이러한 자신감을 엿보게 된다.

무엇보다 권위에서 탈피하려는 문 대통령의 파격 행보가 돋보인다.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일반 직원들과 어울려 식사를 했는가 하면 휴가지에서 마주친 시민들의 셀카 요청에 응하기도 했다. 그동안 통행이 제한됐던 청와대 앞길이 전면 개방돼 국민 품으로 돌려졌다는 자체가 상징적이다. 참모들과 함께 커피잔을 들고 경내를 거닐며 대화를 나누던 모습도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재인표 개혁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서민들을 보듬겠다는 뜻이다. 부자 증세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시류에 편승했던 기득권 세력이 구석으로 밀려나는 반면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임기 초반의 지지도를 바탕으로 조속히 결말을 보겠다는 속내가 읽혀진다.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정책이 미처 검증되지 않은 속단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것이다. 방향이 맞다고 해도 현실 여건상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이미 30% 가까이 공사가 진행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중단시킨 ‘탈(脫)원전’ 정책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점이다. 장기적인 전력수급 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한 도전이다. 기업인들과 맥주잔을 들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지만 기업을 압박하는 정책도 여전하다.

정책 추진에 적잖은 예산이 들어간다는 게 문제다. 공무원을 늘리고 기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만 해도 간단치가 않다. 건강보험을 강화해 국민 건강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한다는 의지도 나무랄 데 없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다. 내년부터는 기초연금이 인상되고 아동수당도 새로 지급된다. 재원조달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서 공연히 불안하고 조바심이 드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정부 내에서도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구나 국회 입법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야당과의 협치관계도 원활치가 않다.

문 대통령 스스로 이념과 편가르기에서 벗어나겠다고 다짐했으면서도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과거 정권의 적폐 청산작업을 벌이고 있으면서도 자기 진영의 잘못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듯한 태도다. 장관이나 참모에 세금탈루 및 부동산투기의 당사자들을 버젓이 발탁한 게 그것이다. 검증 과정에서 제발로 물러난 몇몇 사람은 곁가지일 뿐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 목표가 의심받게 돼서는 곤란하다.

대북 문제에 있어서는 편차가 더욱 크다. 핵·미사일 도발로 인한 북한과 미국의 일촉즉발 긴장상태가 해소되는 국면이지만 아직 사드 하나 제대로 배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뜻이겠지만 공연히 문제만 확대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서도 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돼야 한다. 높은 지지율에 만족할 게 아니라 민심은 표변하기 쉽다는 점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인기가 무능했던 전 정권에 대한 비교우위로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도 솔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 대통령이 과거 적폐와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앞으로 5년간의 치적이 다음 정권에서 자칫 비슷한 처지에 놓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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