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얀 오바마' 부티지지가 남긴 것

  • 등록 2020-03-03 오전 6:00:00

    수정 2020-03-03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오늘 밤, 비현실적인 희망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지난달 초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첫번째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승리를 확인한 직후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첫 동성애자 후보이자 38세의 젊은 열혈 정치인은 첫 레이스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비현실적인’ 것이 됐다. 14개주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이른바 ‘슈퍼 화요일’을 이틀 앞둔 시점이다. 그는 1일(현지시간)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과 미국의 단결을 돕기 위해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며 중도하차를 선언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그의 이번 결정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미국 사회가 아직 동성애자 대통령을 허락할 정도의 다양성을 수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38세의 젊은 나이라는 점 역시 미국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데는 유리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어 세계 최강국 미국을 이끌어가기에 적합하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부티지지 전 시장이 남긴 것은 적지 않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도전해 성취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미국 최초의 동성애자 대통령’에 도전했다는 점, 그리고 실제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가능성과 젊은 밀레니얼 세대로서 ‘변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갈망을 보여줬다는 점 등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사람들이 대놓고 말을 못했을 뿐 동성애자로서의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아이오와나 뉴햄프셔 이후로는 돌풍이 가라앉을 것이란 예상이 대다수였다”면서도 “아직은 더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의 중도하차로 민주당 경선에서 누가 웃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가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음성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는 보도가 전해졌고, 초기 예상대로 70대 후반의 바이든-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양강구도가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기세도 예사롭지 않지만, 어찌됐든 다소 진부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는 결국 ‘찻잔 속 돌풍’으로 끝났지만, 그에게도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계속 배우고 준비해갈 것이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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