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가 희망이다-좌담회]②"스타트업 이어 '스케일업' 지원 절실"

벤처 전문가들, "창업 지원에서 스케일업 집중해야" 강조
스타트업 혁신기술 육성할 민간 기구도 절실해
"재도전 벤처 연수원·재기자금 별도 운용 등 정책 재정비"
  • 등록 2020-01-21 오전 6:05:45

    수정 2020-01-21 오전 6:05:45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16일 경기도 판교테크노벨리 다산네트웍스에서 열린 이데일리 신년기획 ‘벤처가 희망이다’ 좌담회에 참석한 이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혁신정책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이정희 중앙대 교수,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벤처투자액이 사상 처음 4조원을 돌파하고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이 11개를 기록하는 등 ‘제2벤처붐’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데일리는 ‘벤처가 희망이다’를 주제로 신년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벤처기업인과 정부, 학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벤처업계의 양적 성장과 최근 벤처활성화법 통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기업인들은 벤처생태계가 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 창업 지원보다 ‘스케일업’(scale-up)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성장금융 활성화와 벤처 재도전을 위한 ‘창업자 공제제도’, ‘재도전 벤처 연수원’ 등을 제안했다. 또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을 통한 민간투자 활성화도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규제개혁을 위해 만든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규제혁신 제도를 계속 보완하면서 스케일업 예산 별도 책정, 성장금융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적극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참석자=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혁신정책관,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가나다순·이상 5명)

◇이정희 중앙대 교수(사회)=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벤처기업특별법 개정안과 벤처투자촉진법, ‘데이터3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한해 우리나라 벤처산업 발전을 위한 민간과 정부의 노력과 성과를 평가한다면.

▷안건준 회장= 지난해는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수출분쟁, 신구산업간 갈등 등 세 갈래 위기 속에서도 데이터3법 등 벤처활성화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며 변화의 물꼬를 텄다. 또 3만 6000여개 벤처인증기업 매출액은 192조원을 돌파했고, 벤처기업 근로자 수도 76만명을 넘어섰다. 벤처기업 절반 가까이는 첨단소재나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와 같은 4차산업혁명 분야에 종사한다. 국가기술경쟁력 향상에도 벤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황철주 회장=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도 느꼈지만, 전 세계가 기술과 혁신을 이야기한다. 특히 4차산업혁명 분야 기술은 모두 데이터에서 나오는데, 최근 데이터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술 중심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 예전에는 대기업 위주 성장 정책을 펼쳤지만, 이젠 중기부가 있기 때문에 급격히 바뀔 수 있다.

▷남민우 회장= 특히 데이터3법 국회통과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대로 가는 초석을 다졌다고 볼 수 있다. 벤처투자금액도 늘어나고, 민간이나 정부 누가 주도하든 간에 벤처업계 볼륨이 커지고 생태계가 좋아진 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오기웅 국장= 2018년에 ‘제2벤처붐 조짐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해 초부터는 ‘제2벤처붐이 가시화한다’는 표현을 썼다. 올해 초엔 ‘제2벤처붐이 왔다’라며 다른 쪽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 ‘제1벤처붐’을 경험했지만, 그땐 코스닥 시장을 기반으로 벤처붐이 일어났기에 거품도 금방 꺼졌다. 그러나 지금은 벤처캐피탈(VC)이 기반이다. 주식시장과 무관하게 벤처투자시장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16일 경기도 판교테크노벨리 다산네트웍스에서 열린 이데일리 신년기획 ‘벤처가 희망이다’ 좌담회에 참석한 이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이정희 중앙대 교수,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혁신정책관.
◇사회= ‘제2벤처붐’이라고 할 만큼 지난해 벤처업계가 활성화한 점은 맞다. 다만 최근 ‘타다 논란’ 등 벤처기업들은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벤처생태계 발전을 가로막는 아쉬운 점도 많다.

▷황 회장= 혁신을 가로막는 두 가지는 고정관념과 기득권이다. 기득권 중 하나가 규제다. 그동안 정부가 벤처기업 성장을 이끌었고,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좋은 씨앗을 사막에 심을 수는 없다. 창업이라는 씨앗만 많이 뿌릴 게 아니라, 사막에 물을 주는 생태계 조성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남 회장=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규제는 순증하고 있다. 국회 입법 자체가 규제다. 그런데 그 법은 ‘진흥법’ 등 이름으로 만들어진다. 그 안에 창업을 규제하는 내용이 다 들어 있다. 규제샌드박스도 마찬가지다. 규제샌드박스로 한쪽에선 규제를 해결했다고 환영하는 분위기인데, 또 다른 쪽에서는 불만이다. 어찌 보면 규제샌드박스가 오히려 새로운 규제인 것이다. 한쪽에 줄을 세워놓고, 넘어야 하는 허들을 만들었다. 좀 더 시장중심적인 접근을 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오 국장= 규제가 최근에 문제가 되는 건 그만큼 벤처업계 역동성이 커지는 ‘신구 전환기’이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경제 질서로 헤게모니가 넘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이해충돌이 일어난다. 다만 어떤 규제의 필요성을 정부가 입증하지 못하면 폐지하는 ‘규제 입증 책임제’라는 역발상 제도를 도입하는 등 규제혁신 제도를 끊임없이 발전해나갈 계획이다.

▷안 회장= 창업 지원은 좋았지만 스케일업 부분은 아쉽다. ‘제2벤처붐’을 선언한 지난해 초 이후에도 변화 모멘텀이 있었지만, 스케일업 성적이 아쉬웠다. 기업형벤처캐피탈(CVC)로 대표되는 민간투자 활성화도 부족하다. 벤처생태계에 성장 비전이 있는데도 우수 인력 유입이 안 되는 것도 문제다.

◇사회= 규제 문제는 참 무거운 주제다. 벤처생태계가 말 그대로 ‘희망’이 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필요한가.

▷안 회장= 우선 벤처기업이 스케일업 할 수 있게 돕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또 ‘성실 실패’, 즉 온 힘을 다했음에도 실패한 이들을 위한 재도전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벤처기업협회에서는 ‘창업자 공제제도’를 제안한다. 비슷한 성공 사례로는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이 있다. 재도전을 돕기 위한 ‘재도전 벤처연수원’도 필요하다. 재도전 활성화를 위한 ‘컨트롤 타워’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 여기저기 흩어진 재기 자금도 한 곳에 모아서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

▷황 회장= 민간에서 ‘혁신성장 초기육성기구’를 만들어 스타트업 혁신기술 육성에 나서야 한다. 혁신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민간 기구를 둬야 한다. 혁신경제를 만들려면 혁신기술이 먼저 시장에서 통용되도록 해야 한다.

▷남 회장= 금융 분야에서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스케일업 하는 데 가장 큰 애로가 성장금융이다. 실적이 주춤해도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 예전에 삼성 등 대기업이 클 때 정부가 어떻게 했나 보자. 재도전 금융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들도 해고를 당하면 실업급여를 주는데, 창업가들이 실패했을 때 해주는 게 있나. 중기부가 힘이 있을 때 벤처기금을 만들고 성장금융을 만들자는 것이다. 중기부가 조 단위 기금을 들고 운영했으면 한다.

▷오 국장=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기업들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측면에서 지원하려고 한다. 정부가 스케일업 금융도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 스케일업 예산도 별도로 책정했다. 아쉬운 점들을 보강해 올해 말에는 여러 상징적인 숫자가 바뀌길 기대한다.

◇사회= 인재 유입 문제도 지적했는데, 대부분 청년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원한다. 한국 벤처의 미래를 누가 이끌어 가느냐도 심각한 문제다.

▷안 회장= 벤처생태계가 높은 성장 비전이 있음에도 우수 인력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 대기업에 너무 많은 인재가 몰린다. 인재 선순환이 되지 않는 상황을 중기부가 계속 이야기하고, 우수 인력 유인책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남 회장= 인재난은 인센티브 시스템 문제다. 다산네트웍스나 크루셜텍 같은 기업들로 어떻게 청년들을 데리고 올 것이냐. 그리고 거기에 정부가 얼마나 개입할 것인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 인재 불균형도 해소된다.

▷황 회장= 모방경제에서는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혁신경제 시대다. 예전에는 스펙 있고 많이 아는 사람을 인재라고 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인재를 구할 방법보다 리더십과 기업가정신을 길러줄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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