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로 푸는 사회문제]①사회성과연계채권(SIB), 넌 누구냐

민간펀딩 후 사회복지사업 진행…목표 달성때 예산투입
2010년 영국서 첫 도입후 서구권서 100여건 이상 진행중
정부·지자체는 예산 절감에 사전예방사업까지 가능해
투자자도 투자수익 얻어 사회복지투자 더 늘릴 수 있어
  • 등록 2020-01-24 오전 7:35:00

    수정 2020-01-24 오전 7:35:00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의 운영 구조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전체 가구 소득이 전국 평균보다 13% 이상 낮으면서 실업률도 전국 평균에 비해 25%나 높아 살기 힘든 도시가 있다. 이 곳에서는 생계가 힘들어진 부모들이 아이를 버리거나 다른 가정에 위탁하다보니 위탁가정이나 돌봄센터에서 생활하는 미성년자가 전체 청소년 인구 중 무려 6.1%나 된다. 이렇다보니 매년 시(市)가 위탁가정이나 돌봄센터에 지원하는 돈은 늘어나는데 이런 보호 받아야할 미성년자는 매년 4%씩 는다. 이 돈이 제대로 쓰여지는지 알 길이 없다.

이 시는 생각을 바꾼다. 위탁가정이나 돌봄센터에 무작정 재정을 지원하는 대신에 아이들을 돌봐줄 사회복지사를 양성해 이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사업을 한 비영리단체에 맡긴다. 이 단체는 기업이나 각종 기부단체에서 자금을 모아 사업을 수행한다. 시와는 ‘앞으로 3년 내에 위탁가정이나 돌봄센터에서 생활하는 미성년자를 15% 낮추겠다’는 게 목표를 약속한다. 정해진 기간 내에 이 목표를 달성하면 시는 투자원금은 물론이고 연간 6%에 이르는 투자이익을 이 단체에 제공한다.

이는 지난 2014년 프랑스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한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의 골격이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낯설지만 유럽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꽤나 활발하게 이용되는 방식이다.

SIB는 흔히 `눈 먼 돈`을 양산하는 기존 사회복지정책의 대안으로 등장한 개념이다. 민간 투자로 공공사업을 먼저 수행한 뒤 애초에 약정한 성과목표를 달성했을 때 정부나 지자체 등이 사후에 예산으로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해주는 식이다.

좀더 자세히 구조를 들여다 보면 이렇다. 일단 정부나 지자체는 SIB사업을 총괄할 운영기관을 선정해 계약을 맺는다. 이 운영기관은 민간투자자들로부터 사업자금을 조달한 뒤 사업을 수행할 기관을 뽑아 관리한다. 처음에 약정한 기간이 끝나면 독립된 평가기관이 사업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게 되는데, 이 평가는 정부나 지자체, 운영기관에 동시에 전달된다. 정부나 지자체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예산을 집행하면 운영기관은 이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되돌려주게 된다.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됐고 지난 2018년말 기준으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108건, 3억달러(원화 약 3400억원) 규모로 사업이 진행될 정도로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인 프로젝트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집행하는 사회복지사업이나 기업들이 하는 기부사업은 한번 책정되고 나면 무조건 돈을 써야하는데다 성과조차 상세히 따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 SIB는 이런 허점과 한계를 극복하는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여러 장점을 가진다.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는 사회복지에 마구잡이로 투자하는 대신에 목표했던 성과가 나왔을 때에만 자금을 집행하면 되니 예산을 아끼는 것은 물론 제대로 쓸 수 있다. 또 사전예방적인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사후 발생할 수 있는 사회비용을 줄이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설령 해당 사회복지사업이 제대로 된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한다 해도 자발적으로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리스크가 분산되는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과가 미흡할 때 원금에 손실을 입을 수도 있지만,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만족감과 함께 투자 수익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이를 가지고 더 큰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골드만삭스나 JP모건 등은 SIB를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지속가능한 안정적 수익원으로 생각해 투자기법과 평가방법 등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는 마치 아마존이 클라우드서비스로 형성한 생태계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모가 더 빛나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