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역화폐 논란 국책연구기관에 재갈 물리는 여당

국정감사서 김유찬 조세연 원장 압박
'재벌대변'·'불순' 표현 써가며 비판
유의미한 논쟁 대신 '위축효과' 우려
  • 등록 2020-10-12 오전 5:30:00

    수정 2020-10-12 오전 5:30:00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정부가 골목상권을 지키려고 골몰하는데 국책연구기관이 이런 시각을 갖는 건 몹시 온당치 않다.”

지난 7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여당 중진 의원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 보고서를 비판하며 한 발언이다. 국책연구기관이 정부와 다른 시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여당 의원들은 기재부 국감장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장을 몰아붙였다. 발언 수위는 점점 거칠어지며 ‘유통재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아연실색’, ‘불순’ 등의 표현까지 등장했다.

전국 243개 지자체 중 229개 지자체에서 발행한 지역화폐 규모는 총 9조원에 달하고, 내년엔 15조원까지 확대 예정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대부분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도입한 상황에서 지역 내 소상공인 매출은 증가할 수 있지만 인접지역 소상공인 매출은 줄어드는 상쇄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출 증대가 동네마트·식료품점에서만 나타나고 다른 업종에선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통계자료 분석내용을 담았다.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에 불을 당긴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였다. 그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일방적 주장”이라며 “정부정책을 훼손하는 국책연구기관을 엄중문책해야 한다”고 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을 ‘적폐’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 지사의 거친 발언은 생산적 토론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국책연구원장을 국정감사장까지 불러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고서를 냈다고 타박하는 일부 여당 의원들의 모습을 본 연구원들 사이에선 향후 연구보고서의 자율성·독립성에 대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사퇴하며 “정부가 연구원을 싱크탱크(두뇌)가 아닌 마우스탱크(입)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국책연구기관의 기능이 ‘싱크탱크’인지, ‘마우스탱크’인지 논란은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