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백만원대 패딩 점퍼 없어서 못판다고..

  • 등록 2012-12-11 오전 8:50:03

    수정 2012-12-11 오전 8:58:29

[이데일리 이성재 기자] “100만 원대 패딩 점퍼 ‘완판’.. 없어서 못 판다” 시중 한 백화점이 캐나다에서 수입한 패딩 점퍼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인기 라인은 모두 완판됐다. 제품 구입을 위해 수십 명의 대기자까지 줄을 섰다고 한다. 현재 이 백화점은 물량이 대부분 판매돼 추가 입고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불황이란 말이 무색하게 들릴 정도다.

올 초 아웃도어 제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중고생들의 교복으로 불리는 노스페이스가 일진(학교 짱)의 상징으로 주목받으며 계급도까지 나왔다. 일부 학생들은 노스페이스 점퍼를 가지려고 다른 학생의 옷을 빼앗거나 돈을 갈취하는 범죄까지 서슴지 않고 자행해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됐다.

수십만 원에 달하는 옷을 가계 형편상 무리인 줄 알면서 행여 자식이 왕따를 당할까 봐 등골이 휘면서까지 사 주는 것을 풍자해 ‘등골 브레이커’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등골 브레이커가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광적인 노스페이스 열풍이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트렌드만 쫓아가는 우리 사회의 단편을 고가 패딩 점퍼에 목을 매는 진풍경으로 연출되고 있었다.

언론계 한 선배는 아웃도어 시장의 거품이 화제가 되면서 얼마 전 자신의 집에서 일어난 일을 소개했다. 불과 1년 전 노스페이스를 사 달라고 조르던 딸을 위해 큰 마음 먹고 사준 패딩 점퍼를 이제 안 입겠다고 해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요즘 노스페이스를 누가 입느냐”는 딸의 고집에 결국 새로운 점퍼를 사 준 선배는 “내년에 또 뭐를 사달라고 할까 봐 격정 된다”고 말했다. 선배는 60여만 원이나 준 점퍼를 1년도 안 돼 새로운 것을 사달라고 하니 정말 등골이 휜다고 토로했다. 요즘 부모들 사이에 아이들이 벗어둔 노스페이스를 대신 입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선배의 이야기를 쓴 소주의 안주로 넘겼지만 거품 낀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심각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12월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아웃도어 업체는 모두 45곳으로 100개가 넘는 브랜드가 경쟁 중이다. 올해만 10여 개가 넘는 브랜드가 출시됐다. 내년에는 7~8개 브랜드가 추가로 론칭 할 계획이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시장은 지난 2003년 이후 평균 25%씩 성장했다. 2006년 1조 원에서 지난해 3조6000억 원(업계 추정)으로 5년새 3조원 이상 늘었다. 올해는 전체 매출규모가 5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10여 곳의 대형 브랜드가 차지하다 보니 살기 위해 무리하게 전개하는 마케팅 비용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각 신문과 TV를 장식하는 광고 중 하나가 아웃도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여만원이 넘는 고가의 패딩 점퍼가 생겨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아웃도어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지난 10월 조형래 컬럼비아 대표는 이러한 아웃도어 시장을 향해 “뚜렷한 정체성 없는 브랜드는 퇴출당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론칭한 아웃도어 브랜드 ‘더 도어’가 매출 부진을 이유로 6개월만에 철수했다. 잘 나가던 노스페이스마저도 최근 소비자들이 돌아서면서 판매가 줄고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웃도어 업체들도 알고 있다. 화려함만 쫓다보면 소비자들의 마음이 오래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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