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사설] 대화와 상식이 통하는 새해 되기를

  • 등록 2015-01-01 오전 6:00:01

    수정 2015-01-01 오전 6:00:01

새해 아침이 눈부시다. 새로 맞는 양띠해 을미년(乙未年)의 첫 아침이다. 동해 바다의 새벽 어스름을 가르며 붉은 해가 힘차게 솟아오른 것이다. 어제 뜬 해 다르고, 내일 뜰 해 서로 다를 리 없건마는 오늘 이 아침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2015년이라는 새로운 연도의 시작을 뜻하기 때문이다.

새 아침을 맞으며 우리는 옷깃을 여미고 경건한 마음으로 소망한다. 내 가정의 행복과 사회의 안정, 나아가 우리 모두의 생활터전인 대한민국의 번영이 바로 그것이다. 이웃 간에 웃음과 활력이 넘치는 사회, 작은 구석구석까지 대화와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가꿔가자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에서 공연한 갈등과 마찰, 그로 인한 소모적인 고함소리가 말끔히 사라지기를 소망한다. 소외되고 약한 자들의 억울한 눈물과 굶주림으로 인한 고통과 아픔의 기억도 치유돼야 할 것이다. 해맑은 아침 햇살이 온누리에 골고루 비치듯이 각자의 기대와 소망이 고르게 이뤄지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의 여건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이해집단 간의 마찰과 반목은 여전하다. 미처 해결되지 못한 채 해를 넘겨온 갈등 현안도 수두룩하다. 보수와 진보 진영의 이념대립이 갈수록 심화되는 데다 세대 및 지역 간 갈등도 수시로 터져나오고 있다. 지금껏 겪어 왔고, 새해에도 겪어야 하는 안팎의 도전 과제다.

우리 사회가 아직 세월호 사태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개인업자의 탐욕과 정부 당국의 감독소홀이 겹쳐 일어난 사고로 300명이 넘는 아까운 생명을 차가운 바닷물 속에 떠나보냈으니 상처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쓰라린 교훈은 가슴에 간직하되 이제는 털고 일어나야 한다.

정치적 리더십 회복해야

세월호 사태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정치적 리더십의 혼란도 새해에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정치권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파장이 더 확대된 측면이 없지 않다. 특히 새 국무총리 후보자를 추천하는 과정에서의 ‘불통’(不通) 논란은 지금도 거의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선(秘線) 실세’니, ‘국정농단‘이니 하는 의혹으로까지 이어진 마당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3년차를 맞으며 이런 의혹과 논란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해의 경제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성장 전망치가 지난해에 이어 연속 4.0% 밑으로 처지게 됐다는 단순한 숫자적인 의미만은 아니다. 이미 장기 불황이 눈앞에 닥쳐왔고, 언제 벗어날 수 있는지조차 기약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시장에 계속 돈이 풀리고는 있지만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게 된 지경이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탓이다.

지난해 우리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 8000달러로 추산된다고 하지만 피부로는 거의 실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빈부격차의 고착화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대기업의 억대 연봉자들이 늘어가는 반면 아직도 지하 단칸방에서 겨울 추위를 견뎌야 하는 이웃도 적지 않다. 치솟는 전셋값을 대기 위해 은행 대출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노사 간의 대립도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할 과제다.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도 일률적이고 기계적인 접근 방식보다는 각각의 상황에 따른 맞춤 해법이 필요하다. 당장 새해를 맞아 각 아파트 단지마다 경비원들에 대한 재고용 문제가 숙제로 던져져 있다.

‘미생’(未生)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더 크게는 청년실업 문제가 당면 과제다. 사회 초년생들이 ‘완생’(完生)을 향해 꿈을 키워가고 있지만 대부분 ‘미생’(未生) 단계에서 좌절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과 하청기업, 재벌 오너와 피고용자로 구분되는 ‘갑’과 ‘을’의 역학관계가 문제려니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기업 규제를 풀기 위한 정부 노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외부적으로도 경제 여건은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다. 국제유가를 둘러싼 산유국 사이의 과도한 경쟁으로 앞으로의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전망하기조차 쉽지 않다. 경제 강대국인 러시아조차 국가 파산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재신임으로 인한 아베노믹스의 공세와 중국 경제의 연착륙 문제에도 유념해야 한다.

남북대화 노력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언젠가는 통일을 이룰 민족 공동체로서의 동질감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1월 중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열자고 북한에 공식 제안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북측으로부터도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오기를 바란다. ‘통일 대박’의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차근차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돌아보면 과거에도 새해라고 해서 모든 일이 꼭 순탄하게 시작했던 것만은 아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슬기와 지혜를 모아 극복해나가야 한다. 새해를 다 보내고 마지막 달력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서로 노력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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