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에홀리다③ 기자 한복체험기 "설정 아닙니다"

경복궁 인근 한복대여점 아침부터 북적
저고리·치마 맞춰 고르는 데만 20분
한복입은 사람은 경복궁 입장도 '공짜'
서점·지하철·영화관 등까지 활보
'한복우수성' 느낄 수 있던 기회
  • 등록 2015-10-16 오전 6:16:00

    수정 2015-10-16 오전 7:46:02

지난 9일 한복을 입고 나선 기자가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정전 앞에 서자 인도에서 온 외국인관광객이 “뷰티플~”을 연발하며 함께 사진찍기를 요청해왔다(사진=이윤정 기자).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난 9일 ‘한글날’ 서울 종로구 경복궁. 나들이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거리는 북적거렸다. 유난히 한복을 입고 활보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한글날’이라선가. 그런데 아니다. 굳이 한글날이라서가 아니라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는 한복열풍 덕이다. 기자가 황금연휴에 이곳에 ‘뜬’ 이유도 트렌드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직접 한복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정오. 경복궁 인근의 한 한복체험점을 찾았다. 가게 안은 이미 한복을 고르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돌아다니기 편한 한복을 문의했지만 20~30여벌 정도 갖춰둔 생활한복은 이미 동이 났단다. “남아 있는 한복 중 알아서 골라야 한다”는 가게 주인의 말에 더 예쁜 한복을 차지하려는 쟁탈전이 벌어졌다. 피팅을 도와주는 직원 송유림(23) 씨는 “오늘만 벌써 100명 이상이 다녀갔다”며 “주말에 비소식이 있어서인지 오늘은 특히 많이 몰린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성인이 된 후 거의 입어본 적이 없는 한복을 고르려니 영 감이 안 왔다. “저고리를 먼저 고르고 치마를 골라 보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색깔 맞추기가 여간 쉽지 않다. 20분 이상을 왔다갔다 한 후에야 드디어 하루체험을 도와줄 한복을 고를 수 있었다. 대여가격은 3만원부터인데 이날 빌린 한복의 가격은 5만원이었다. 반납은 오후 5시까지. 직원의 도움으로 한복을 차려입고 나오긴 했는데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아직은 어색했다.

지난 9일 ‘한글날’에 찾은 경복근 인근 한복체험점은 많은 여성으로 북적였다. 이 틈에 끼어 기자(오른쪽 두번째)가 한복을 고르고 있다(사진=이윤정 기자 younsim2@).


점심때가 지난 터라 한복을 입고 근처 식당을 찾았다. 메뉴는 이탈리안 파스타와 피자. 한복과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식당직원의 말이 한복을 입고 찾아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주변에 한복체험·대여점이 많아서인지 주말엔 특히 많다고 했다. 식사를 마친 뒤 경복궁으로 향했다. 한복사진을 찍기에 사실 고궁만큼 알맞은 장소도 없다. 입장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섰는데 매표소 직원이 한번 쳐다보더니 “한복을 입은 사람은 무료입장”이라고 그냥 들어가란다.

쾌재를 부르며 궁 안으로 들어서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친구 6명과 한복체험을 하러 왔다는 고등학생 정승원(17) 양은 “한복을 입으니 행동을 조심하게 되고 저절로 여성스러워지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사진이 예쁘게 나와서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근정전 앞은 더더욱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 대열에 동참해 셀카라도 한 장 찍어보려고 포즈를 잡고 섰는데 한 외국인이 다가와 “뷰티플”(예쁘다)을 연발하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인도에서 온 관광객이라고 했다. 이 모습을 본 중국인관광객도 사진을 찍자고 하는 바람에 졸지에 연예인이 된 기분이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황다은(23·대학생) 씨는 “정말 오랜만에 한복을 입어봤는데 생각보다 예쁘고 편하다”며 “평상복으로 한복을 계속 입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점점 익숙해졌다. 고궁을 벗어나 시내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보로 이동하기 쉬운 광화문 한 대형서점을 찾았다. 잠시 서서 책을 들춰봤지만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내친김에 영화관까지 가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종로로 이동하는 길. ‘한복동지’가 함께했던 경복궁과 달리 ‘무슨 촬영을 하는 건가’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화관에 도착해 팝콘과 콜라까지 사고 나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어린시절 두 살 터울의 언니와 ‘공주놀이’를 한답시고 수시로 장롱에서 한복을 꺼내입고 놀았던 기억이 났다. 성인이 돼서 입어본 한복의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소 불편함은 있지만 색감 등이 너무 아름다워 우쭐한 마음까지 들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전통의상과 견주어봐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 한복이었다. ‘한복열풍’이 단순히 젊은층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이들이 한복의 우수성을 느껴보는 기회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복체험기 시내편. 기자가 한복을 입은 채 서울 광화문 한 대형서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지하철, 영화관을 두루 돌아다녔다(사진=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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