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지면으로나마 서신을 드리게 된 것은 과거 대사님과의 개인적인 대화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2007년 2월이었으니, 정확히 13년 전의 일입니다. 대사님께서는 아직 참사관 직책이셨고, 저는 경향신문 논설위원으로 재직할 때였지요. 스쳐 지나가듯이 짧은 대화였지만 약간은 불편한 내용이었습니다.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지난 사례를 거울삼아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오래전의 일이기도 하지만 주말을 틈타 부산의 겨울철 필드에서 라운딩을 겸해 처음으로 만난 자리였으니만큼 기억이 잘 나지 않으시리라 여겨집니다. 대사님께서는 당시 닝푸쿠이(寧賦魁) 대사를 모시고 부산에 내려왔고, 저희 쪽에서는 전·현직 언론인 몇 명이 참석했었지요. 어느 기업인의 주선으로 마련된 비공식 자리였습니다.
그에 앞서 중국 창춘(長春) 동계아시안게임 시상식에서 우리 쇼트트랙 여자 선수단이 ‘백두산은 한국땅’이라는 글자를 펼쳐 보임으로써 외교문제로까지 확대됐던 세리머니 해프닝과 한국에서의 파룬궁(法輪功) 활동이 화제에 오른 뒤끝이었습니다. ‘백두산 세리머니’에 대해 우리 정부가 중국에 유감을 표명한 상황이었으니 음주측정 거부사건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하는 얘기가 나올 것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꺼낸 얘기였지요.
그러나 대사님께서는 오히려 언성을 높여 우리 경찰의 처사에 마땅치 않은 기색을 드러내셨습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 기자회견도 한국말로 진행하셨을 만큼 한국말이 워낙 능숙하시기에 의사가 잘못 전달될 소지가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표출하신 것입니다. “당사자가 신분증만 제시했다면 간단히 끝날 일이었지 않은가”라고 가볍게 운을 뗐던 제 입장이 곤혹스러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다음 얘기는 생략해도 될 것 같습니다. 감정 섞인 대화가 몇 마디 더 이어지긴 했지만 공항에 도착하면서 그대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직후에도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났는가 하면 서해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의 우리 해경대원 폭행치사 사건 등이 이어졌습니다. 최근 홍콩시위를 놓고 대학가에서 양국 학생들 간의 마찰이 빚어진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문화적으로도 공통 요소가 적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서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부터 원활히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사님께서 서울에 계시는 동안 양국 관계가 한층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