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단순 실수인가 의도적 누락인가

부시 ‘동맹 리스트’서 韓國 제외
파병 규모와 언급 순서 대체로 일치
300명 濠는 동맹, 3600명 한국은 “…”
  • 등록 2004-09-05 오후 7:59:07

    수정 2004-09-05 오후 7:59:07

[조선일보 제공] 부시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공화당 대통령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한국을 동맹국 리스트에서 빼고 언급하지 않은 사건의 심각성이 정부·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3600여 명의 군대를 이라크에 보냈다. 그런데도 부시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동맹국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향후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미국 공화당이 정강정책에서 일본을 핵심동맹(Key Ally)으로, 한국은 민주적인 파트너(Democratic Partner)로 차별적으로 규정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수락연설에서 영국·폴란드·이탈리아·일본·네덜란드·덴마크·엘살바도르·호주 등 8개국 이름을 차례대로 불렀다. 이 순서는 대체로 파병규모와 일치한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380명을 보낸 엘살바도르와, 300명을 보낸 호주까지 언급했지만 한국은 호명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00명 규모의 서희·제마부대를 파견한 데 이어 최근 3000명을 추가로 보낸 바 있다. 외교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군대를 보내고 우리나라가 부시 대통령의 언급에서 빠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 무장세력이 한국군 철수를 주장하며 김선일씨를 살해하는 등 한국이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동맹국으로 인식하지 않은 것은 최근 한·미관계의 이상기류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공화당 전당대회 현장에서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직접 들은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부시 대통령이 한국을 언급하지 않는 것을 보고 믿을 수가 없어서 대통령 연설문을 다시 구해 읽어봤다”며 “그러나 연설문에서도 한국은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앞으로 한·미관계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질 것이란 신호로 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 1991년 걸프전 때 일본은 군대 파견 대신 거액을 냈으나 미국으로부터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었다. 일본은 그 일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대미외교를 재정비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일을 ‘단순 실수’로 규정하고, 파문을 덮으려 하고 있다. “부시 후보팀 담당자들이 미 국무부에 구체적인 내용을 자문하지 않은 채 연설문을 만들다보니 한국이 실수로 생략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부시 대통령이 꼭 파병 순서대로 동맹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크게 의미를 부여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평소 부시 대통령 연설이 정교하지 않다”며 “전반적으로 한·미관계가 좋지 않지만, 부시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한국을 제외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파병 문제로 밀고 당기면서 미국을 계속 자극해왔다”며 “3600명이나 파병하고도 미국 대통령의 머리 속에 한국이란 나라가 각인돼 있지 않다면 한·미관계가 심각한 단계로 접어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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