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 개발축''의 추락

집값 상승 이끌던 강남~분당~용인 라인 ''악소리'' 난다
연초 이후 3억 하락한 곳도 집값 떨어져도 종부세 제자리
  • 등록 2008-06-24 오전 8:31:57

    수정 2008-06-24 오전 8:31:57

[조선일보 제공] 경기도 분당에 사는 이모(37·회사원)씨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집값 상승이 절정으로 치솟던 2006년 10월, 서현동 A아파트(92.5㎡)를 4억7000만원에 구입했는데 지금은 4억원대 초반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매월 85만원 내던 은행 대출이자도 3~4개월 뒤부터는 원금까지 갚게 되면서 매달 190만원으로 불어난다. 이씨는 "늘어나는 금융비용에 내년 초 판교 입주가 시작되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앞이 캄캄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동안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경부개발 축(軸)' 주변 아파트 값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해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지구가 들어서며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분당·용인·과천·수원·화성 지역 아파트 값이 연초 이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값, 6개월 새 1억원 이상 하락도

'경부 개발 축'은 그동안 부동산 시장의 '노른자위'로 꼽혀 왔다. 강남으로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산업·유통 단지가 몰려 잠재 수요가 풍부하다는 평가에서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서울 및 수도권 여느 지역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의 전체 아파트 값은 최근 1년간 1.62% 올랐다. 그러나 경기 과천과 용인 지역 아파트값은 각각 3.65%와 2.66%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분당과 수원·화성 등 다른 지역도 작년보다 모두 1% 이상 떨어졌다.

실제 집값 하락은 통계치를 크게 웃돈다. 특히 올해 초만 하더라도 15억원에 거래되던 서울 송파구 B아파트(162㎡)는 최근 시세가 3억원 넘게 급락했다. 분당의 C아파트(179㎡)는 1년 전 21억원대 중반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16억~17억원 정도로 떨어졌다. 용인은 올해 공급된 아파트 분양가가 3.3㎡(1평)당 평균 1550만원대로 작년 최고 분양가보다 200만원 정도 내렸는데도 대거 미분양을 기록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금융·세부담 '이중고'

2006년 가을, 최모(61)씨는 용인시 성복동 D아파트(267㎡)를 12억원에 샀다. 현재 시세는 9억~10억원대 초반. 그러나 최씨가 올해 부담해야 하는 보유세(550만원 정도)는 작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최씨는 "집값은 떨어지는데 세금만 오르는 아파트를 누가 사려고 하겠느냐"고 답답해했다.

이 지역 주민들을 더욱 힘겹게 하는 것은 갈수록 늘어나는 금융비용과 세금 부담이다. 2년 전 5%대 후반이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7%를 넘었다. 게다가 3년 전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은 이자에 원금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부터 줄줄이 납부해야 하는 각종 세금 부담도 이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우선 오는 7월과 9월에 재산세 고지서가 두 차례 발송되고 11월 말쯤에는 종부세 고지서도 나올 예정. 특히 과표적용률(공시지가에 대한 세금부과 비율) 인상으로 인해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세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동현아파트(84.9㎡)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1% 정도 하락했지만 보유세는 작년보다 9.5% 오를 전망이다.

◆입주물량 폭탄이 가격 하락 견인

'경부개발 축' 주변 지역의 주택가격 하락의 원인을 전문가들은 공급에서 찾고 있다. 올 하반기 서울 잠실·반포 재건축 단지 등 강남에서만 3만여 가구가 입주를 예고하고 있는 데다 경기 판교·광교·송파 신도시 공급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규 분양 단지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로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되면서 기존 주택에 대한 수요자들의 시선을 더욱 싸늘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들 지역의 집값 하락세는 정부의 세제 및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대출과 세금에 대한 정부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대형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분당에 대한 수요가 되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뱅크' 신경희 연구원은 "중대형 아파트 중심으로 10% 이상 하락한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지만 가격보다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