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동물실험, 8분의 1만 감사한 당국[헬프! 애니멀]

담당자 3명이 481개 기관 중 60개 선별해 감사
감사 후 조치도 개선명령과 과태료에 불과
실험동물 보호 조항 신설 등 개선책 마련돼야
  • 등록 2022-11-07 오전 8:30:00

    수정 2022-11-07 오전 8:30:00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지난해 동물실험에 역대 최대치인 488만마리 실험동물이 동원된 가운데 실험의 윤리성을 엄격히 감독해야 할 당국은 매년 허술한 감사를 반복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검역본부는 전국에 설치된 481개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중 60개를 자체 선정해 관리·감독했다. 선정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실험실 테스터인 토끼 ‘랄프’가 실험동물로 동원되며 자기 가족을 잃은 사실을 담담히 말하는 장면 (사진=영화 랄프를 구해줘)
지난해 ‘최다 실험’…감독관은 3명뿐?

당국은 지난 2008년 동물보호법을 개정하면서 국내 동물실험 실행기관에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필수로 설치하도록 했다. 국가·지자체, 연구기관, 대학교, 의료기관, 농약·사료관리법 관련 기관 등이 설치대상이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동물실험의 윤리적·과학적 타당성 심사 및 승인 △실험에 쓰인 동물 처리에 관한 평가 △동물실험시설 종사자 등에 대한 교육훈련 △동물실험 및 시행기관의 동물복지 수준을 확인한다.

감독 부처인 농림축산식품 검역본부는 동물보호법 제28조에 따라 매년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를 수렴해 자체적으로 실사 대상을 선정한 뒤 지도·감독하고 있다. 문제는 당국 규제와 감독의 실효성이다.

검역본부 내 동물실험윤리위원회 감사를 전담하는 인원은 3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인력난 때문에 당국은 매년 481개 위원회 중 60개를 자체 선정해 2인 1조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국이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취할 수 있는 조치도 ‘개선명령’과 ‘과태료’ 처분이 전부다. 윤리위원의 막대한 심사·승인 권한에 비해 이들에 대한 직접적 규제는 미흡한 실정이다.

동물보호법에 적시된 윤리위원 규제 근거도 제26조 3항뿐이다. 제3항은 ‘윤리위원회 위원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도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윤리위원은 과태료 500만 원에 처하게 된다.

동물실험을 진행 중인 연구원들 (사진=이데일리 DB)
검역본부 관계자는 “실험윤리위원의 자격 요건이 미흡하거나 위촉된 위원에 대한 교육이 실시되지 않을 때 개선 명령을 공문으로 발송한다”며 “만일 3개월 이내 개선명령이 이행되지 않았을 시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림식품부 관계자는 “동물복지 저해하는 정도의 동물실험이 진행되거나 적절하지 못한 윤리위원이 구성됐다면 개선명령 범위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심사는 하는데 책임은 안 진다. 윤리위원들이 봉사직이기 때문에 범법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처벌되기 어렵다”며 “(동물보호법이) 동물보호보다 연구원의 아이디어 보호를 우선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연구원들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행법상 윤리위는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 3분의 1만 임명되기 때문에 ‘과반수’로 심사를 의결하는 구조에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

거수기로 전락한 동물실험윤리위…개선책 마련돼야

전문가들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한편, 위원들에게 실질임금을 부여하고 책임규정을 강화해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용 대구가톨릭대학교 산업보건학과 교수는 지난 2019년 국회서 진행된 ‘동물실험 정책의 현주소’ 토론회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기관장 직속 기구로서 법률적으로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있으나 산하기관에 있는 경우 여러 이유로 독립성이 침해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독립성 침해 사례로 △실험의 조속한 수행 요청 △실험 의뢰자들에 의한 윤리 측면 심사 간결성 요청 등을 꼽았다.

허 교수는 “일정 수 이상 동물시험계획서를 심사하는 기관은 산하에 여러 윤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고려돼야 한다”며 동물실험을 진행하는 대학의 ‘단과대학별 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4주 이상 실험이 지속되는 경우 실험 중간 실험동물원 자격증 소지자 등 전문인력이 최소 1회 추가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정부의 감사 기능 강화와 이를 뒷받침 하는 법개정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동물보호법에 ‘실험동물의 보호 및 복지’에 관한 조항을 신설해 실험동물 보호와 복지 개선을 위한 정부와 시험기관의 책무를 명시해야 한다”며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 후 점검 의무화, 정부 관리감독 기능 강화와 함께 민관 협력으로 전문성 있는 동물실험윤리위원 양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귀향 생명과학연구윤리서재 대표는 “윤리위원으로 활동하고자 신청하는 이는 극히 제한적이다. 실험기관의 특성을 이해하는 정부 차원의 위원풀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특히 위원회 활동 수당은 극히 제약적이고 심의비는 미비하다. 이 때문에 자발적 봉사활동으로 심사를 수행하는 이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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