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엄평용 대표, "우주소년 아톰"

  • 등록 2007-07-31 오전 10:00:00

    수정 2007-07-31 오전 10:47:58

[유진테크 엄평용 대표]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때에 ‘우주소년 아톰’이라는 만화 영화가 있었다.
 
친근감 있는 외모로 약한 사람들을 도와 못된 악당들을 쳐부수는 아톰은 어린 시절 내게 영웅이었다. 그리고 아톰이 다리에서 불을 뿜으며 멋지게 날아 다니는 로봇이라는 것이 어린 나에게는 놀랍고 신기하기만 했다.
 
만화에서 아톰을 탄생시킨 대머리에 콧수염이 있는 박사가 있었는데 아톰이 고장이 나거나 악당과 싸우다 부서지면 고쳐 주고 필요한 기능을 추가해 아톰을 더욱 강하고 멋지게 만들어 주었다.
 
어린 내게 박사의 모습은 과학자 이상으로 세상의 무엇이라도 만들 수 있는 존재, 날아다니는 로봇도 만들고, ‘해저 이만 리’에 나오는 잠수함도 만들어 바다 속을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존재로 비춰졌다. 그래서 어릴 적 어른들이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으면 아톰을 만든 박사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대답하곤 했다.
 
며칠 전 초등학교 4학년 딸과 같이 산책을 하다가 딸이 불쑥 나에게 “아빠, 예림이 아빠 박사님 맞지?” 라고 묻고 나선 “그런데 예림이 아빠는 박사님 같지가 않아”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왜?” 하고 물으니 딸의 대답이 재미있었다. “예림이 아빠는 박사님인데 왜 머리는 뒤로 묶고 청바지 입고 왜 그러고 다녀? 박사님 같지 않아.” 하는 것이었다.
 
그 때 나는 문득 어릴 적 나의 우상이었던 아톰을 만든 만화 속의 박사님이 생각 나서 딸에게 “왜? 박사님은 늙고 대머리에 콧수염이 있어야 해?” 하고 물으니 딸은 “그래야 박사님 같지” 하고 대답했다.
 
지금도 어린 아이들에게는 과학자가 내가 어릴 적 보았던 아톰을 만든 박사님처럼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고 불가능 한 것이 없는 존재로 인식되어 지나보다.

며칠 전 대전의 공과대학으로 유명한 K대학을 방문하게 되었다가 웃지도 울지도 못할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K대학은 우리나라 이공계를 떠받치고 있는 학문의 보고이자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연구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많은 연구원, 교수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다. 그런데 이 곳 학생들이 부모인 이공계 연구원, 교수, 박사들을 위협하는 말인 즉슨 ‘나 공과대학에 진학할거에요.’라는 말이란 것이다. 의대나 법대에 진학하는 대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보상이 따르지 않는 이공계에 진학하겠다는 말이 우리나라 이공계를 짊어지고 업으로 삼고 있는 과학자들조차 두려워하는 말이라니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나는 캐나다에서 오랜 기간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 곳에서 나는 우리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자랑스럽고 존경 받는 아버지였다. 왜냐하면 그 곳에서는 엔지니어를 사회에 기여 하는 역할에 맞게 대접을 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는 여권을 만들 때 제출하는 사진의 뒤에 ‘이 사진이 여권을 만드는 사람이 맞다’ 라는 확인을 받아야 여권을 만들 수 있는데 이 사진에 사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종교지도자, 의사, 변호사, 선생님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인데 그 중에 엔지니어도 포함된다.
 
이는 캐나다 사회가 엔지니어들을 사회적으로 책임 있고 존경 받는 사람들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내 아들이 어릴 때 옆집의 캐나다인이 여권 사진을 가져 와서 내가 사인을 해 준 적이 있었는데 아들이 나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던 눈을 잊을 수가 없다.
 
내 아들도 캐나다에서 공대에 진학해 엔지니어의 꿈을 키우고 있다. 공부할 것이 많고 어려워서 고생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꿈과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과학자, 엔지니어가 사회에 기여 하는 만큼 사회에서 인정 받고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며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 뿐만이 아니라 이공계에 몸 담고 있는 모든 이들의 바람일 것이다. 지금도 늦은 밤까지 연구실을 환하게 밝히는 많은 과학도들이 있다.
 
그들의 숨은 땀과 노력이 빛을 발하게 될 그날까지 과학자, 더 넓게는 이공계 전체를 응원한다.
 
엄평용 대표
<약력>
광운대학교 응용전자공학과 졸업
1984~1988 현대전자(現 하이닉스 반도체)
1988~1994 테라다인 코리아
1994~1999 브룩스오토메이션
2000.1~   유진테크 대표이사 사장
㈜유진테크
2000년  1월 법인설립
2000년  7월 벤처평가 우수기업
2000년 12월 하이닉스반도체와 장비공동개발 계약 체결
2005년  8월 본사 및 공장 신축 이전(용인)
2005년  8월 삼성전자와 공동장비개발계약
2006년  1월 코스닥상장
2007년  3월 삼성전자에 비메모리용 장비 초도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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