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밀려?"…빈살만 방문 취소에 당황한 日[김보겸의 일본in]

하루 전 급작스러운 취소에도 침묵하는 日정부
"증세만 검토하고 국민 좋은 일은 안 해" 불만
유가 안정 촉구할까…"日방문 매력 없었을 것"
美 일변도 외교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
  • 등록 2022-11-21 오전 7:44:25

    수정 2022-11-21 오전 7:44:25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일본 방문이 취소됐지만 일본 언론들은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양측이 이렇다 할 취소 사유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일본 국민들은 “식당도 당일 취소는 위약금을 무는데 왜 정부는 아무 설명도 없느냐”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첨예해진 미국과 사우디라는 고래들의 기싸움에 일본이라는 새우 등이 터진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일변도의 외교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애초 빈 살만 왕세자는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20일 첫 정상회담을 갖고 유가 안정 필요성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하루 전인 18일 빈 살만 왕세자와 그의 사절단은 일본을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은 돌연 취소에 당황한 모습이다. 앞서 빈 살만 왕세자의 3년만 방일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떠들썩했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마츠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18일 기자단에 “빈 살만 왕세자 방일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방일 취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좀처럼 빈 살만 왕세자의 일본 방문 취소를 다루고 있지 않다. 외신을 인용한 보도가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전 방문한 한국과 비교해 일본 정부 대응을 향한 불만이 거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부터 5일간 사우디를 방문해 수주 외교전을 벌인 덕분에 방한 일정 자체를 취소할 뻔했던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찾게 됐다는 지적이다.

기시다 총리가 19일 방콕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AFP)


기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증세와 엮어 방일 취소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에서 2%로 두 배로 늘리는 데 필요한 연간 47조원 넘는 금액을 증세로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증세만 검토하고 국민에게 유익한 일은 안 하나”, “에너지 확보는 물론 네옴시티 건설에서도 제외되는 건가. 한국과 저울질해서 얕보이다니 굴욕적이다”는 반응도 나온다.

아직까지도 미국과 끈끈한 동맹국인 일본을 빈 살만 왕세자가 방문할 합리적 이유가 없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기시다 총리가 사우디 측에 유가 안정을 촉구하는 것이라면 (일본 방문이) 별 메리트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일변도의 외교를 재검토할 필요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70년 넘게 좋은 관계를 이어가던 미국과 사우디가 “사우디는 인권 탄압 국가”라고 비판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 이후 껄끄러워지면서 국제 질서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안 그래도 원유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사우디 위상이 고물가 시대 이전보다 한층 커졌다는 판단이다.

실제 사우디는 브릭스(BRICS) 참가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등을 지더라도 중국,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이번 빈 살만 왕세자의 일본 방문 취소를 “미국 동맹인 일본에 대한 괴롭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일본 네티즌은 “미국의 개가 되어버린 기시다 정권 하에서의 일본 방문이 내키지 않았던 것일지 모른다”라며 “에너지 문제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자위 수단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도 “서서히 미국 위주의 외교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기시다 총리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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