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공무원 임금체계 바꾸려면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등록 2024-01-17 오전 6:15:00

    수정 2024-01-17 오전 6:15:00

공직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하위직 공무원은 호봉제를 따르고 있다. 호봉제는 젊을 때는 기여에 비해 덜 받다가 근속연수가 늘어나면서 기여에 비해 더 받게 되는 제도이다. 과거에는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장점이 있었으나, 월급이 꼬박꼬박 오르니 지금은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주범이다. 젊은층에겐 불공정하기도 하다. 그래서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의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직무급으로 바꾸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은 호봉제를 유지한 채 공공기관만을 대상으로 하는 개혁이 공감을 얻긴 어렵다. 나아가 호봉제 폐지를 민간으로 확산하기는 더 어렵다. 공직사회의 호봉제 역시 폐지되어야 한다.

인사혁신처도 2022년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보고에서 공무원의 연공급 중심 보수체계를 직무와 성과를 반영한 체계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문제는 전략이다. 개혁전략은 세 가지가 있다. 모든 대상을 일거에 변화시키는 빅뱅전략, 모든 대상을 단계적으로 변화시키는 진화(evolutionary)전략, 그리고 대상을 나누어 변화시키는 차등전략이다.

모든 공직자의 보수체계를 일거에 바꾸는 빅뱅전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40~50대 공무원이 호봉제 폐지를 수용하긴 어렵다. 과거 20~30대에 임금을 적게 받으며 희생을 한 대가를 받으려는데 그 권리를 박탈한다면 반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사혁신처는 진화전략을 쓰고 있다. 성과를 낸 공무원에 대해 성과상여금 추가 지급, 특별승급 부여 등 인사상 혜택을 강화하는 것이 그 예다. 호봉제 요소를 줄이기 위한 물타기를 하는 셈이다. 그러나 호봉제 근간을 유지하는 한 그 한계는 명확하다.

인사혁신처가 진화전략을 쓰는 이유는 모든 공무원에 대한 통일적 보수관리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가 그간 인사특례규정 등 각 부처의 자율성을 일부 진전시키기는 했으나 통일적 보수관리는 여전히 부처의 존재 의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모든 공무원의 보수체계를 동시에 바꾸려 하면 의미 있는 변화를 꾀하기 어렵다. 통일적 보수관리를 버리고 차등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 부처별 차등제다. 직무급제 등으로 전환한 부처에는 인건비 상승률을 더 올려주며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이런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정년연장을 연계할 수도 있다. 그런데 호봉제 요소는 ‘있다’와 ‘없다’는 두 가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수준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각 부처의 임금체계를 평가하여 호봉제 비중이 낮을수록 혜택을 더 주는 전략을 써야 한다. 그래야 각 부처별로 점진적인 임금체계 개편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인건비 상승률을 크게 해야 효과를 본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청·장년층 공무원간 갈등도 예상된다.

둘째, 개인별 차등제이다. 호봉제를 유지한 채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하여 당분간 이원화된 임금체계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신입 직원은 의무적으로 신임금체계를 택하게 하되 기존 직원은 선택권을 갖도록 하면 된다. 당분간 한 부처 안에서 직원들이 두 개의 임금체계로 나뉘는 혼선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분명히 변화가 시작된다는 장점이 있다. 공직사회에는 이러한 개인별 차등제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떤 방식에서든 기존 임금을 줄일 수는 없고 새로운 임금체계를 선택하면 소득이 높아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그래서 임금체계 개편에는 인건비 예산이 더 필요하다. 또 공무원 증원에 대한 통제도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이 인건비 상승을 인정해 줄 것이다. 우리 공직사회가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려면 임금체계 개편은 필수적이다. 인사혁신처가 조속히 그 추진전략을 수립하기 바란다. 그 시작은 인사혁신처가 전 부처, 전 공무원에 대한 통일적 보수관리 원칙을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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