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 진선규 "성실함도 꾸준하면 재능이 된다는 믿음" [인터뷰]

영화 '카운트'로 첫 단독 주연…박시헌 선수 삶 연기
19년 중 12년이 무명…연기 인생 자체가 '중꺾마'
"첫 주연, 단두대 오른 느낌…나의 부족함 많이 느껴"
"복싱 포기 않는 박시헌 선수의 가치관, 많이 공감했다"
"다운돼도 10초는 있으니까…꾸준히 일어서는 배우될 것"
  • 등록 2023-02-15 오후 5:26:15

    수정 2023-02-15 오후 5:26:15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꾸준히 해라, 그러다 보면 성실함이 능력이 되고 재능이 되는 순간이 분명 올 거다.’ 이 말을 후배들에게 많이 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 말이 곧 제 인생을 의미하는 것 같더라고요.”

영화 ‘카운트’(감독 권혁재)로 첫 스크린 단독 주연을 맡은 배우 진선규가 걸어온 삶의 궤적이자, 몸소 실천으로 증명한 인생의 좌우명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 지난 연말 온라인을 달군 최고 화제의 키워드였다. 배우 진선규의 삶과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있는 단어도 ‘중꺾마’다. 대학로 연극판을 누비며 고집스레 배우 한 우물을 팠던 그는 연기 인생 19년 중 12년을 무명으로 보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확고한 믿음, 가족들의 지지로 그는 꺾이지 않고 나아갔다.

12년 만에 영화 ‘범죄도시’의 조연으로 처음 주목을 받고 천만 영화 ‘극한직업’으로 본격 매력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이후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지난해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티빙 오리지널 ‘몸값’ 등을 거쳐 자타공인 ‘대기만성형’ 주연 배우로 거듭났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둔 영화 ‘카운트’는 진선규에게 19년 만에 첫 스크린 단독 주연 타이틀을 달아준 작품이다. 이 영화와 진선규의 인연은 여러모로 예사롭지 않다. 진선규의 고향 경남 진해가 배경인데다, 그의 취미인 ‘복싱’이 주요 소재다. 특히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현재 진행형인 진선규의 ‘중꺾마’ 삶과 참 많이 닮아있다.

진선규는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첫 주연이란 타이틀 때문인지, ‘단두대에 오르는 듯한 느낌’”이라며 “주연으로서 부담감, 책임감을 아직 내려놓지 못했다”고 중압감을 털어놨다. 이어 “3년 전에 촬영한 작품인데, 그 당시 제 모습에 부족함이 많았음을 새삼 느꼈다”면서도 “다만 부족함 많은 저와 함께 호흡해준 많은 배우분들이 그 공백을 빈틈없이 채워주신 덕에 관객 입장에서 재미있게 영화를 끝까지 관람할 수 있었다”고 함께한 팀에 공을 돌렸다.

‘카운트’는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웨이 선생 시헌(진선규 분)이 오합지졸 아웃사이더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전에서 판정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편파 판정 논란에 휩싸여 국내 대중의 비난을 받고 선수 생활을 은퇴했던 박시헌 선수의 일화를 모티브로 완성한 휴먼 코미디다. 진선규가 연기한 시헌 역의 실존 인물인 박시헌 선수는 선수 생활을 접었지만, 코치로서 제자 양성을 통해 ‘복싱’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나가고 있는 인물.

진선규는 “처음으로 와이프(배우 박보경)와 장모님, 아이들 온 가족이 시사회를 관람했다”며 “아내가 너무 고생했다고,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따뜻한 영화였다고 말해주니 행복했다. 성공한 느낌이 들더라”고 시사회 후기를 전했다.

기자간담회 당시 주연을 맡은 부담을 묻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그는 “주변 분들이 잘 했다고 말씀해주시니 큰 위안이 되지만 관객분들이 보시기에 어떨지 모르겠다”며 “두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인 것 같다. 이 작품이 제 의지와는 별개로 제 커리어에 전환을 줄 분수령이 될 것 같아서인 것 같다. 잘 적응해나가려고 한다”고 현재의 심정을 전했다.

자신의 고향 진해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특히 애정이 갔다고. 진선규는 “진해는 제 유년시절의 모든 정서를 지배한 곳”이라며 “진해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를 찍는 게 뿌듯했다. 금의환향하는 느낌이더라. 동네 분들이 촬영 내내 제게 ‘진해의 아들’이라 불러주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40년동안 진해에 살며 제대로 보지 못한 고향의 아름다움이 작품에 많이 담겨 반가웠다고도 덧붙였다.

실화의 주인공인 박시헌 선수의 삶과 가치관이 실제 자신과 많은 부분을 닮아 더욱 출연하고 싶었다고도 밝혔다. 다만 영화를 접하기 전까지는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진선규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복싱을 보러 다니는 게 취미였고, 복싱선수로 중학교 때 활동도 했었기에 그 경기를 분명히 봤을테지만 기억이 나지 않더라”며 “시나리오를 보고 놀랐다. 그런 사람이 내 고향 진해에 살았다니, 내가 다닌 고등학교의 옆 학교에서 선생님도 했다니 놀라워하며 대본을 읽어내려갔다”고 떠올렸다.

이 작품이 박시헌 선수와 그의 가족 등 해당 사건으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치유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도 강조했다. 진선규는 “시나리오 자체는 10년 전부터 기획됐는데, 크랭크인 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분들에겐 그 일이 너무 아픈 과거이자 상처였기 때문”이라며 “오랜 세월 변명도 못한 채 그 시기를 견뎠을 시헌 선생님과 가족분들이 작품을 계기로 치유되길, 복싱을 향한 박시헌 선생님의 순수한 마음이 대중에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박시헌 선수의 삶의 방향성에 특히나 공감한 순간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어떤 식으로 무너져도 복싱을 포기하지 않았던 박시헌 선생님처럼 저 역시 무슨 일을 겪든 좋아하는 연기를 계속 해나가고 싶다”며 “선생님은 제게 ‘지치면 지고, 미치면 이긴다’는 말을 슬로건처럼 자주 말씀하셨는데 정말 공감이 되더라”고 말했다. 극 중 시헌이 자신을 응원한 가족과 동료, 그 자신의 확신 덕분에 꿈을 포기하지 않았듯, 자신도 연기에 대한 애정, 가족, 동료들이 주는 에너지를 받아 이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성실함도 꾸준하면 기술이 된다’. 진선규는 이 말이 18세 처음 배우를 지망하기 시작하던 때부터, 대학로를 거쳐 충무로 대기만성형 스타가 된 지금까지 그를 관통하는 좌우명이라고 했다.

진선규는 “내가 몸으로 스스로 익히고 습득하지 않은 명언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기 조심스럽더라. 그런데 이 말은 연기의 ‘연’자도 모르던 내가 직접 겪은 거라 이야기할 수 있다”며 “재미있으니까 행복하게 그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인정받는 순간은 분명히 온다고,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준다”고 털어놨다.

‘상대에게 다운 당했다고 끝난 게 아냐, 끝나기 전까지 10초를 세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동안 숨을 고르며 쉬다, 다시 일어나면 돼.’ 영화 ‘카운트’에서 시헌이 윤우(성유빈 분)에게 건네는 대사다.

“다운 당하고 5~6초가 지났다 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일어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20년 만에 다시 꿈을 위해 일어난 시헌 선생님의 삶처럼.” 진선규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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