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의무화 논란…"대량 실업" Vs"갑질 차단"

보험업계 "고용보험 강행시 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
설계사노조 "비용부담 안 커, 갑질 차단 위해 필요"
고용부 "저수익 설계사 의무 대상서 제외, 유연 접근"
  • 등록 2020-07-30 오전 5:30:00

    수정 2020-07-30 오전 7:59:32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정부의 고용보험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7개 단체 공동의견제출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선별, 단계적 적용 정부안을 비판하고 제대로 된 전국민고용보험 도입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정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적용을 추진하자 보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보험사들은 고용보험 의무 가입제도 도입시 막대한 비용부담이 발생한다며 호소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들은 현안대로 강행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는 저수익·저능률 보험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설계사들간에도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이 갈린다.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저수익 설계사들은 고용보험 의무 가입 방침을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반면 고수익을 올리는 설계사들은 고용보험 의무 가입 조치에 따른 소득 노출, 보험료, 징세 강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업계 “강행시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

보험업계는 이미 수익성 악화로 어려운 상황에서 관리비용 급증 등 부담이 커지게 되면 생존을 위해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고 강조한다. 특히 월 소득 100만원 이하인 저능률설계사(전체 30% 수준)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 당기순이익은 5조3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8%(1조 9496억원)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09년(당기순이익 3조9963억원)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보험업계가 지난 23일 고용노동부가 연 고용보험 관련 간담회에서 고용보험 도입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보험업계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특수직인 보험설계사의 4대 보험 가입이 의무화될 경우 보험업계는 연간 약 6037억원(생명보험 3803억원, 손해보험 2234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고용보험 가입 철회가 불가능하다면 설계사 중 희망자에 한해서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현재 산재보험의 경우 설계사가 산재 가입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설계사의 산재보험 가입비율은 10% 수준이다. 보험설계사의 경우 다른 직종에 비해 달리 산재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고, 만약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업무상 재해여부를 본인이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산재보험 선호도가 낮다. 대신 개별 보험사에서 보험설계사를 위해 제공하는 단체보험에 가입해 보장을 받는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설계사들을 구조조정을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고용안정을 위해 도입한 고용보험 때문에 오히려 일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50만원 이하 적용대상 제외…비용부담 크지 않아”

반면 설계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소수의 고소득 설계사를 제외하면 대다수 설계사들이 고용보험 의무화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사들은 고용보험이 의무화되면 부당해촉을 비롯해 이직시 계약 미이관, 수당 미지급 등 보험사 갑질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계사들은 보험사들의 주장과 달리 고용보험에 대한 사업주 부담이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보험설계사노조에 따르면 임금 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에서 고용보험료율이 결정되면 사측의 보험료 부담은 보수의 0.65%다. 월소득이 200만원인 설계사의 경우 사측이 부담해야할 보험료는 월 1만3000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사들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하는 저수익(월 47만6000원 이하) 설계사는 고용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서 제외될 것인 만큼 비용부담 증가를 이유로 한 구조조정은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오세중 보험설계사 노조위원장은 “설계사들은 별도의 퇴직금은 커녕 해당 월에 체결한 보험계약의 수수료도 지급받지 못한다”며 “일반 노동자라면 부당해고의 경우 노동부 신고를 하고, 실업급여를 신청해 생계가 가능하지만, 설계사의 경우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당해촉을 당해도 아무런 대응을 못하고 생계곤란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보험설계사간에도 입장 차이는 있다. 고소득 설계사들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설계사들은 자영업자 신분으로 출ㆍ퇴근 및 업무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비용문제 처리에 있어서도 세금혜택이 주어진다. 지난 23일 열린 간담회에서도 일부 설계사들은 희망자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안전망 확충은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인 만큼 특고에 대한 고용보험 확충도 불가피한 방향”이라며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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