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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주요 기업들이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해 전진 배치했다고 발표한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임원 수는 삼성전자 111명, LG전자 43명, SK하이닉스 21명 등이다. 나무의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이 된 그들이다.
그러나 임원 승진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의 퇴직 임원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임원 수를 일정 규모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단풍’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그 자리를 내 준 ‘낙엽’은 쓸쓸하게 퇴장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인해 모임이 금지돼 변변한 회식도 한 번 못하고 짐을 싸는 임원들이 많다.
다른 기업의 C전무는 “임원이 된 이후에는 휴가를 제대로 써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퇴직 후에는 여유롭게 장기간 해외여행을 가려고 늘 생각해 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그냥 집에 있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헤드헌딩 전문업체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올해 기준 임원 1명당 직원은 128.8명이다. 전체 직원 가운데 0.77%만 임원이 되는 셈이다. 임원이 되기 위해선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문성은 물론,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십과 훌륭한 인성 등 갖춰야 할 요소가 많다. 이러한 자질을 갖춘 임원들은 직원들의 존경의 대상이자 롤모델이기도 하다.
한 대기업의 차장급 직원은 “임원 중에는 꼰대도 많지만 정말 존경스러운 분도 많다. 나도 언젠가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분들이 있다”며 “그런 분들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 고마움, 아쉬움, 두려움 등 여러가지 마음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한 임원들에게 퇴직을 통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삼성과 LG 등은 정기 임원 인사 전 면담을 통해 퇴직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린다고 한다. 때로는 인사팀 담당자가 아닌 대표이사가 직접 면담을 하기도 한다. 물론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통보하는 회사들도 있다.
퇴직 임원들에 대한 예우도 상당하다. 삼성은 퇴직 임원들이 본인 희망에 따라 최대 2년까지 고문·자문역 등을 맡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일정 수준의 급여도 지급한다. 사무실과 차량을 제공하기도 한다. 삼성에서 퇴직하는 D전무는 “매일은 아니지만 1주일에 몇 번은 사무실로 출근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자동차도 사장급 이상 임원은 퇴임 후 고문으로, 나머지 임원은 자문으로 1~2년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LG에서 퇴직한 임원들은 1~2년간 고문이나 자문역을 맡는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퇴직 임원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가 남아 있는 직원들의 사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우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