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최근 배달 시장이 급격히 팽창해 업체·배달기사 모두 규범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서비스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직고용이 아닌 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는 배달 대행업의 특성상 서비스 품질 관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
배달한 만큼 버는 구조에 교통사고 급증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45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1621명)에 비해 10% 감소한 수치다.
반면 오토바이 등 이륜차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265명으로 전년 동기(233명)보다 1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 또한 2.7%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출입이 줄면서 총 교통사고 사망자 자체는 줄었지만 배달 서비스 수요 증가로 이륜차 사망자는 늘었단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달원들은 빠른 시간 내 많은 배달을 소화하는 것이 본인의 소득 면에서도 중요하다”라면서 “업체에서 배달 시 안전 수칙 등 교육을 의무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현장 배달원들이 이 수칙을 지키는 걸 일일이 관리하긴 어렵다”라고 했다.
빈번한 교통사고에도 배달원들이 제대로 된 산재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도마에 오른다. 여러 배달 업체에 동시에 가입해 일하는 배달 대행업자들의 특성상 사업주를 한 명으로 특정하기 어려워 산재보험 가입이 쉽지 않은 탓이다. 배달의민족은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했고 쿠팡이츠도 배달원에게 산재보험 적용을 발표했지만 설문조사 결과 배달원 중 90% 이상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프리랜서의 한계…배달원 소양 부족
수요 급증으로 기본적인 직업윤리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배달원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 특히 배달대행 업자는 배달업체나 외식업체가 직고용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서비스 품질 관리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배달 도중 고객의 음식을 빼먹는 ‘배달거지’가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피해를 보더라도 외식업체나 배달업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단 점을 노린 것이다. 일부 배달원 사이에선 음식을 몰래 빼먹은 사진을 단체 채팅방에 올리며 자랑하는 문화까지 생겨났다. 교촌치킨 등 일부 업체가 상품에 ‘안심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선 이유다.
배달 콜을 받았을 때 확보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성희롱 등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주문자의 주변을 맴돌면서 지속적으로 만남을 요구하는가 하면 문자나 메신저로 성희롱을 당했다는 경험담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한 남성이 배달업체 고객 센터에서 전 여자친구의 집 주소를 알아내 폭행을 하는 사건도 있었다.
배달대행 업체 규정의 허점을 이용하는 ‘자토바이’족도 나오고 있다. 단거리 배달은 자전거나 도보 배달원이 우선 배정된다는 점을 악용해 도보 또는 자전거로 배달한다고 등록한 다음 이륜차나 자동차로 빠르게 배송을 하는 행태다. 빠른 배송으로 경쟁 배달업자들의 일감을 빼앗아 문제가 불거졌다.
하지만 당장 서비스 개선 방안을 내놓긴 무리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대행업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가격”이라면서 “서비스 품질은 업체 경쟁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기 때문에 관리를 해야 할 유인이 적다”라고 했다. 이어 안 교수는 “택시처럼 무사고 경력, 벌점제도 등을 운영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배달대행에 유입되는 인력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라면서 “당장 배달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이고 정부의 고민거리인 일자리 문제도 배달대행이 해결해주는 상황이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별도의 방안을 마련하기란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