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불황형 흑자…갈 곳 없는 1인가구 소득보다 지출이 더 줄었다

작년 4분기 이전소득 유일 감소…처분가능소득도 줄어
소득 줄다보니 지출 여유 없어, 교통·의복비 등 9.3%↓
코로나19 피해 심각해도 1인 가구 대책은 걸음마 수준
  • 등록 2021-02-22 오전 5:30:00

    수정 2021-02-22 오전 5:30:00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원다연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너나없이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유독 1인 가구에게 더 가혹했다. 1인 가구는 생계급여 수급자 등 취약계층 비중이 높아 경제위기 시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난다. 지난해 가구수별로 분석해보면 전체 가구 중 경상소득(근로·사업·재산·이전소득)이 줄어든 가구는 1인 가구뿐이다. 정부도 사회취약 계층이 몰려 있는 1인 가구 지원을 위한 자산형성, 주거안정 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이지만 이제 겨우 첫발을 뗀 상황이어서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지난 겨울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골목길을 걷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생계급여 지원 대상의 77%는 1인가구에 집중됐다. (사진=연합뉴스)
가족모임 사라지자 사적이전소득도 줄어

21일 이데일리가 국가통계포털 코시스를 통해 분석한 결과 작년 4분기 1인 가구의 월평균 이전소득은 4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4% 줄어 전체 가구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반면 4인 가구 월평균 이전소득은 35만 2000원으로 36.3% 급증했고, 2인 가구는 89만 6000원으로 25.0% 늘었다. 3인 가구도 이전소득이 56만 9000원일 기록, 2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부 지원이 지난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피해계층을 타깃으로 한 선별지원 위주로 진행되면서 1인 가구가 수혜대상에서 제외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1인 가구는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16만 9000원)도 15.7%나 감소했다. 5인 이상 가구(-11.1%)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줄었고 감소폭은 가장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명절 가족모임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이모 씨(80)는 “코로나 때문에 가족들이 모이지 못하면서 자녀들이 쥐어 주던 용돈도 같이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소득이 줄어든 1인 가구는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지난해 4분기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35만 1000원으로 1년 전보다 9.3% 줄었다. 2인(1.2%)·3인(0.2%)·4인 가구(0.6%)는 증가했고 5인 이상 가구(-1.6%)도 소폭 감소에 그쳤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교육과 교통이 같은 기간 각각 36.7%, 32.9% 감소했고 의류·신발(-19.5%), 가정용품·가사서비스(-19.3%) 등이 줄었다. 가정 내 머무는 기간이 늘면서 외부 활동과 관련한 지출이 감소한 것이다.

다른 가구에 비해 지출 감소폭이 큰 이유는 처분가능소득(개인소득에서 세금, 사회보장분담금, 이자비용 등의 비소비성 고정지출을 뺀 금액)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소비지출이 감소한 것이다. 작년 4분기 월평균 1인 가구 처분가능소득은 전년동기대비 0.1% 줄어든 반면 2~4인 가구는 2.8~3.5% 증가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차감한 뒤 남은 돈의 비율(흑자율)은 1인 가구는 지난해 4분기 25.0%로 1년 새 7.6%포인트나 상승했다. 2인~5인 이상 가구는 0.9~2.1%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허리띠를 졸라매 남긴 불황형 흑자다.

지난해 4분기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35만 1000원으로 1년 전보다 9.3% 줄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1인 가구 대책 노인·청년 분리해 맞춤형으로 마련해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은 2019년 29.8%에서 2037년 35.7%로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소득·자산 수준은 2018년 기준 전체 가구 평균소득 대비 36%에 불과하다. 생계급여 수급자 가구 중 77%는 1인 가구일 정도로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에 정부는 작년 6월 1인 가구 소득·돌봄·주거 등을 지원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방향과 대응방안을 내놓고 취약계층 1인 가구의 기본생활 보장 강화, 소득 지원 등을 추진키로 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주요 1인 가구 지원대책이 독거노인 대상 24시간 돌봄서비스, 여성 범죄 대응, 생애주기별 사회적 관계망 형성, 1인 가구 외식 인프라 구축 같은 사회안전망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소득 부문에서는 희망키움통장(저축액에 정부가 일정액을 지원하는 제도) 등 5개의 유관 사업을 통합·일원화하는 재구조화 사업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마저도 시행까지는 1년 이상 남은 상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유관 사업을 어떻게 재구조화할지에 대한 검토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시행이 목표”라고 전했다.

1인 가구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도심 내 상가나 관광호텔 등을 리모델링해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나 숙박시설일 뿐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주거시설은 아니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 가구는 청년·노인 비중이 가장 많기 때문에 연령별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노인은 사회서비스를 강화해 다른 비용의 지출을 막고 청년층은 직업 재배치·교육 지원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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