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벽에서 피어나는 기품…김창덕 '텅 빈 충만'

2020년 작
조선 이덕무 만든 밀랍 매화 '윤회매'를
옛 방식 녹여 현대조형양식으로 되살려
매화 떠받친 도기, 또 다른 평면의 미학
  • 등록 2020-09-03 오전 4:05:00

    수정 2020-09-03 오전 4:05:00

김창덕 ‘텅 빈 충만’(사진=갤러리나우)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윤회매(輪廻梅). 조선 실학자 이덕무(1741∼1793)가 밀랍으로 만들었다는 매화다. 이른 봄 잠깐 피고 지는 매화가 아쉬워 오래도록 두고 볼 요량으로 고안했다는 것이다. 벌이 꽃가루로 꿀을 모으고, 그 꿀로 밀랍을 만들고, 그 밀랍이 다시 매화가 되는, 모든 게 돌고 돈다는 뜻으로 ‘윤회매’라 했다는 건데.

정녕 윤회였던가. 그 매화가 200년을 넘겨 작가 다음 김창덕의 손끝에서 되살아났으니. 그것도 이덕무가 ‘윤회매십전’에 전하는 옛 방식을 고스란히 녹여내서 말이다.

작가의 윤회매가 이덕무의 윤회매와 굳이 다르다면 밀랍 외에 노루털·나뭇가지·돌가루 등 천연재료를 활용해 현대적 조형양식으로 다져냈다는 것. ‘텅 빈 충만’(2020)이 그중 한 점이다. 지난하게 피우고 절정의 순간에 영생을 얻은 매화의 가장 짧지만 가장 긴 일대기를 한눈에 드러냈다.

매화를 떠받치고 있는 철보다 더 단단해 보이는 도기는 작가의 또 다른 미학이다. 매화가 외롭지 않게 때론 달항아리로, 때론 술병으로 화병으로 그 곁을 지키게 했다. 벽에서 피어나는 기품을 본 적 있는가. 바로 여기에 있다.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152길 갤러리나우서 여는 개인전 ‘열흘 가는 꽃 없다 말하지 마라’에서 볼 수 있다. 돌가루·밀랍·아크릴. 34×45㎝. 작가 소장. 갤러리나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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