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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이재명 지사의 꼰대정치

조세재정연구원 지역화폐 보고서 막전막후
보고서 만들고 제때 공개 안 한 조세연 윗선
합리적 경제정책 토론 못 끌어낸 이재명 지사
국책연구기관 밀실·정치인 꼰대 행태 없어야
  • 등록 2020-09-21 오전 6:00:00

    수정 2020-09-21 오전 6:00:00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기획재정부 유관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지역화폐 보고서 논란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조세연이 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만한 보고서를 만들고도 요약본만 내놓은 채 제때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불필요한 갈등을 촉발했는지,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어찌 보면 일개 연구기관의 보고서일 뿐인 사안에 소위 ‘오버’해 비난을 자초했는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근거 없이 정부정책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 제목의 글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관련해 “정부 정책 훼손하는 국책연구기관에 대해 엄중문책이 있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18일에 “국책연구기관이 특정집단의 이익을 옹호하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라면 이는 보호해야 할 학자도 연구도 아니며 청산해야 할 적폐일 뿐”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제공
이번 지역화폐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에서 조세연은 피해자이자 가해자다. 조세연은 15일 낮 12시 엠바고로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제목의 자료를 배포했다. 조세연은 당시 배포 자료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았다”며 “부작용만 남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진은 “지역화폐 발행은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며 지역화폐를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약자료라고 하지만 상세한 수치가 빠진 반쪽짜리 자료였던데다 연구 배경·방식·경과·내용 등에 대한 별도의 구체적인 설명도 없었다. 취재진이 상세한 내용이 담긴 최종보고서를 요구하자 추석 이후 공식 발간자료를 보라며 묵살했다.

조세연의 ‘깜깜이 보고서’에 이 지사는 발끈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구의 배경·경과·근거에 대해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 이 지사는 “연구 내용은 문재인 정부가 지역화폐를 본격 시행하기 전인 2010~2018년 사이 지역화폐에 대한 것”이라며 “2년 전까지의 연구 결과를 지금 시점에 뜬금없이 내놓은 것도 이상하다”고 했다. 본인을 음해하기 위해 정치적 목적으로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이때도 건전한 토론으로 이끌 기회가 있었다. 실무선에서 이 지사가 공개질의한 내용 등에 대한 답변자료를 만들었지만 조세연은 결국 이 자료를 언론 배포 없이 뭉갰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라며 이 지사의 손을 들어주자, 김유찬 조세연 원장은 국회를 돌며 ‘언론의 잘못된 보도 탓’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했다.

이 지사의 ‘조세연 때리기’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유력인사가 “얼빠진 국책연구기관”, “엄중문책해야 한다” 등 감정적 표현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심지어 “청산해야 할 적폐”라는 과격 발언까지 꺼냈다.

게다가 사태는 야당 의원들이 논란에 가세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경기도 행정부지사 출신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페북에서 “자기 생각과 다르면 다 문책당해야 하는가”라며 이 지사를 희대의 포퓰리스트라고 비난하자, 이 지사는 “국민의힘은 희대의 사기집단”이라고 맞받아쳤다. 경제전문가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권력을 가진 이들이 전문가 집단을 힘으로 찍어누르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이 지사는 “언론 뒤에 숨지 말고 공개 토론하자”고 응수했다.

청산해야 할 적폐는 조세연 연구진이 아니다. 정치권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연구원 수뇌부와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에 음모론으로 편가르기에 나선 꼰대 같은 이 지사의 대응 방식이다. 국민에게 열려 있는 조세연, 합리적 정치인 이재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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