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사회적가치 높이도록…변호사 업무·채용·조달 싹 바꾼다”

올초 취임한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변호사법 1조, 사회정의 실현…일반기업보다 힘써야"
사회적가치 경영 컨트롤타워 사회적가치위원회 신설
업무혁신· 매년 사회적과제 선정…공익변호사 확충
  • 등록 2019-10-29 오전 6:19:00

    수정 2019-11-01 오후 4:00:48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사진= 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SK그룹은 아예 사회적 가치를 경영 전반에 내걸고 있고 삼성그룹 등도 이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일반 대기업들도 이런데 하물며 `사회정의 실현`을 제1 가치로 가지고 있는 변호사 집단인 로펌(법무법인)이야 말할 것이 있나요. 앞으로 사회적 가치 경영은 기업들에게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단순한 치장 정도가 아니라 수익을 얻고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본질적 과제가 될 겁니다.”

올 초부터 새로운 경영대표가 된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는 28일 서대문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로펌업계 최초로 사회적 가치 경영을 선포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변호사법 제1조에 사회정의 실현이 아예 규정돼 있다”며 “로펌이야 말로 일반 기업들보다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에 훨씬 더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가치 경영을 추진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인 사회적가치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변호사들의 업무 방식부터 채용, 사내 조달 등을 이에 맞춰 변화시키고자 한다. 특히 앞으로 매년 전사적으로 매달릴 수 있는 사회적 과제를 하나씩 선정해 해결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아울러 현재 8명인 사단법인 두루 소속 전업 공익변호사를 수년 내 20여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지평의 사회적 가치 경영이 앞으로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를 임 대표변호사로부터 직접 들어봤다.

-`사회적 가치 경영`이란 어떤 개념인가.

△아다시피 요즘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많이 얘기하고 있는데 SK그룹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도 작년부터 회사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금전으로 계량화해 재무제표와 함께 공시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아예 경영평가에 이같은 항목을 만들어 반영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비슷한 흐름이 있다. 공유가치창출(CSV) 개념의 주창자이자 세계적 경영전략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 강연을 보면 `정부나 비영리단체들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기업들도 비영리단체를 만들기도 하지만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나서진 않았다`는 문제제기가 있다. 과거에 사회적 문제 해결은 어디까지나 국가나 비정부단체(NGO)들의 몫이었지만 진정 이를 해결하는 일은 기업이 해야 한다는 게 포터 교수의 결론이었다. 기업들도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준법경영을 강조하다가 사회공헌에 관심을 기울였고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가치 경영으로 발전하고 있다.

-로펌에게 사회적 가치 경영이란.

△로펌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로펌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 수익 추구가 본질일 수 있지만 일반기업에 비해 다소 특수한 지점이 있다. 바로 변호사법 제1조에 있는 사회정의 실현이다. 변호사 집단인 로펌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일반기업들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가치 경영의 관점에서 로펌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더블 바텀라인(Double bottom line)`이라는 게 있는데, 기업이 이윤 추구와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양 날개로 날아 가자는 뜻이다. 이윤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라는 두 가지 부가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 경영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치장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본질적 과제인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얘기했듯이 이제는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경영하는 기업만이 돈을 벌 것이다. 법률시장은 신뢰의 영역인데 최근 법조계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장도 커지지 않는다. 법률시장이나 로펌을 위해서도 사회적 가치 경영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평은 업계 최초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냈다. 공익활동도 변호사들에게 20시간으로 지정돼 있지만 지평은 회사 설립 당시 50시간으로 했었다. 20시간으로 줄였지만 작년부터 다시 30시간으로 늘리는 등 공익활동에선 가장 앞서 있다. 그러나 그런 사회봉사활동으로서의 소송이나 자문, 입법지원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전사가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채용에 있어서도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채용기준으로 달리해 장애인이나 지방 인재 등을 고루 뽑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서비스도 그렇게 바꿔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사진= 이영훈 기자)


-지평의 사회적 가치 경영은 위로부터의 변화인가, 아래로부터의 변화인가.

△엄밀하게 말하자면 어느 정도는 위로부터의 변화일 수 있다. 올 초 대표변호사로 취임한 뒤 여러 논의 끝에 가을에 사회적 가치 경영을 선포했고 이에 앞서 기업과 로펌의 본질에 대해 내부 세미나에서 변호사들에게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보다 넓게 보면 지평이 창립 당시부터 가졌던 가치와 고민이 진화한 결과라 본다. 우리 창립 정신은 존경받는 로펌, 사회에 기여하는 로펌이었다. 이것이 적극적인 변호사들의 공익활동 추구로 나타났다. 내부 공익위원회가 있고 공익법인 두루도 운영하고 있다. 또 기업을 자문하는 변호사들이 기업공익법연구회라는 내부 모임을 만들어 7년 이상 운영해오고 있다. 이번 사회적 가치 경영은 그런 것들이 진화한 것이다. 변호사들이 하는 일이 윤리적이어야 하고 고객과의 이해상충도 없어야 하고 스스로를 성찰해야 한다는데 구성원들이 동의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지평에는 기업으로 치면 이사회 같은 경영위원회가 총괄기구로 있었는데 연초에 사회책임경영협의회를 새로 구성했다. 이번에 사회적 가치 경영을 선포하면서 이 협의회를 뛰어넘는 단위인 사회적가치위원회로 또다시 확대 개편했다. 이를 중심으로 어떤 구체적인 일을 할지는 이제부터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우선 로펌 업무에서부터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업무는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각 팀이 던질 것이다. 예를 들어 건설부동산팀이라고 한다면 환경친화적인 도시재생을 지원하는 업무를 시도할 수 있다. 금융팀에서는 사회적 금융과 임팩트 투자 등 자문 비중을 높이고 회사팀에서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자문을 늘릴 수 있다. 지평이 서울대 출신을 많이 뽑는다는 편견이 있는데, 채용에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해 다양한 대학 출신을 선발하고 차별없는 채용 으로 변화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구매조달도 마찬가지다. 음료나 생수부터 페트병을 쓰지 않는 제품을 택할 수 있다. 환경적으로 보면 소등하지 않고 24시간 불 켜진 조직이 로펌이었다면 친환경적으로 점심시간과 밤 12시 이후 자동소등을 할 수 있고 얼마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전사적으로 대응할 부분도 있을 듯 한데.

△그렇다. 전사적으로도 매년 함께 해결할 사회적 과제를 선정해서 추진할 수도 있다. 내부 공모를 통해 2020년에 우리가 해결해야할 사회적 문제를 선정해서 전사적으로 매달릴 수 있다. 일례로 수용자 자녀 프로젝트를 고려할 수 있다. 부모가 교도소에 수감되면 그 자녀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범죄가 대물림되거나 부모들의 사회복귀도 어려진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생각해 체포나 수사, 수용단계 등에서 자녀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법제화가 전혀 없다. 만약 이를 한 해 사회적 과제로 선정하면 형사팀에서 법률적으로 입법을 검토하고 입법지원팀이 국회에 입법 청원하고 가사팀에서 양육권 상담을 해줄 수 있다. 사회봉사를 원하는 직원들도 수용자 자녀들을 돌봐주는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 업계 최다 8명인 공익법인 두루의 상근변호사도 3~5년 내에 20여명까지 늘릴 것이다.

-로펌 고객인 기업들과도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텐데.

△최근 인권경영에 대한 얘기가 많다. 미국에서는 로펌 순위를 매길 때 인권도 하나의 기준이지만 우리에겐 아직 없다. 그래서 지평은 인권경영자문팀을 만들었다. 기업도 이와 관련돼 생기는 이슈가 있다. 시민사회와의 소통이나 지역 이해관계자들과이 소통 등 이슈가 많은데, 이런 인권관련 이슈를 매개로 지평은 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최근 기업이나 오너들의 반(反)사회적 행위를 로펌이 방어해준다는 비난도 있다. 로펌들도 이를 의식해야 한다. 기업들에게 이와 관련된 부분을 어드바이저하는 게 쉽진 않지만 기업들의 위기상황을 잘 자문해주고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면 함께 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

-최근 소셜벤처나 임팩트금융 등 소위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업과 시장에서의 노력이 있는데 성장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사회적 가치의 주류화가 아직 더딘 것은 사실이다. 관련 법제가 미비해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임팩트 투자만 봐도 사회적 기부와 투자, 대출 등이 하나로 연계돼 있지 않다. 소셜벤처는 주식회사 형태라 기부 목적이어도 투자 개념이 돼 기부금 공제를 적용받지 못한다. 앞으로 우리가 이런 제도적 개선방안을 제도화하고 법제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불과 10년전만 해도 NGO들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거나 인건비를 지원받는 것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많이 발전했다. 아직 성에 찰 정도는 아니지만 이들 소셜섹터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임성택 대표변호사는 누구.

△1963년 경북 구미 출생 △양정고, 서울대 법대 졸업 △제37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7기 △통일부 개성공단 법률자문위원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 위원 △장애인법연구회 회장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국가인권위원회 비상근위원(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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