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미 대선 이후 한국에 영향을 미칠 미국의 정책방향과 한국 경제전망’을 주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및 대외정책 연구기관인 CSIS의 전문가 3인, 존 햄리 소장, 빅터 차 한국 석좌, 매튜 굿맨 경제부문 수석부회장과 서면 인터뷰를 단독으로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는 제46대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의 지정학적 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한국경제의 과제에 대하여 국제적 관점에서 경제·정책적 시사점을 얻기 위해 추진됐다.
향후 미국의 아시아 대외 정책과 관련해 존 햄리 소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시작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계승한 아시아 우선 외교정책을 지속할 것이며 한미동맹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 당선자의 외교정책 우선순위는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중국과의 건설적 논의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또 대북 정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대함에 비해 북한은 너무 적은 보답을 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이 구체적인 조치를 통해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빅터 차 한국석좌는 “기후변화 관련 이슈와 팬데믹 시대의 백신 등 전 세계적 협력 과제에 협력하되, 공급망 다변화와 5G(5세대 이동통신), 안보, 인권 이슈 등에서는 여전히 긴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동맹을 통한 접근’을 언급하며 “북한과 중국 관련 외교를 한국·일본과의 합의 없이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과 협상에 있어 군사력이나 훈련과 같은 동맹의 자산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 식 즉각적 정상회담이 아닌 전문가 주도의 진정한 협상을 선행할 것”으로 구체적 전망을 제시했다.
한미동맹 유지 중요…APEC 등 다자간 기관서 적극 역할 필요
미·중간 갈등 양상과 관련해 햄리 소장은 “미·중 2강 사이에 놓인 한국은 경쟁이 앞으로도 더 격화될 것은 분명하지만, 한미 기업 모두에게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거대한 소비시장인 점에서 같은 입장”이라며 “한국이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는 중국을 계속 포용하되, 한미동맹을 안보의 밑받침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빅터 차 한국석좌 역시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한국에게 있어 미국과 중국은 둘 중 하나를 취해야 하는 절충의 문제가 아니다.
CSIS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가 즉시 다자주의로 선회할 것으로 예견했다. 햄리 소장은 “바이든은 파트너와 동맹국들을 환영할 것이며, 다자간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일할 것”이라며 “그가 취임 첫날 파리 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할 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에도 다시 가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경제의 당면과제에 대해 굿맨 수석부회장은 한국 경제가 심각한 인구 감소 압박과 구조적 경직성으로 인해 장기적인 성장 난제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인구 약 5000만 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대체수준인 2.1명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또 한국경제가 △노동시장 유연성 부족 △OECD 국가들 중 가장 큰 성별 임금 격차 △불충분한 사회 안전망 △자기 자본 조달보다 부채금융에 혜택을 주는 세제 등 구조적 경직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혁신적인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한국 경제가 “장기적 성장에 있어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