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재택근무, 기업에겐 선택 아닌 '필수'다

  • 등록 2020-09-11 오전 6:00:00

    수정 2020-09-11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백날 이야기해서 뭐합니까. 코로나19 사태가 벌써 반 년이 넘었는데 재택근무의 ‘재’자도 안나옵니다.”

“윗사람들은 일찍 출근하고 늦게 가는 것을 미덕으로 압니다. 빨리가면 눈치나 주고…중소기업은 답이 없습니다.”

최근 재택근무와 관련한 기사들을 보면 이런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정부가 “가급적 집에 머물러달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사무실 출근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달 말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342개사를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포함하는 유연근무제 실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기업의 36.3%만이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형태별로는 대기업의 경우 전체의 57.3%가 실시한다고 답했지만, 중소기업은 30.3% 만이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2017년 기준 기업 수 기준으로 중소기업 비중이 전체의 99.9%, 종사자 수 기준으로 81.8%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유연근무제가 가능한 기업에 다니는 근로자 수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놀라운 것은 코로나19 고위험군에 대해서도 사실상 무방비상태라는 점이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임산부 재택근무를 의무화해달라는 청원이 등록돼 10일 오전까지 4300여명이 동의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가장 많은 기업들이 ‘업무 특성상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현장 근무가 불가피한 건설사나 제조업들은 그럴만 하다. 그런데 여러 조사에서 나타난 다른 이유들은 납득하기 힘들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능률이 떨어진다, 재택근무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 등을 거론했다.

재택근무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가장 큰 장점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비용도 절감된다. 재택근무를 채택한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사무실 임대료를 약 10~20% 절감했다고 한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격회의 등을 통해 일할 수 있으며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직원 생산성’ 문제는 다수 연구에서 생산성이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점은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근무시간 내 직원 관리나 업무 조정·평가가 어려울 수 있다. 거꾸로 직원 입장에서는 일과 가정의 분리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국내외 추세로 볼 때 기업 입장에서 이제 재택근무는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트위터 등 IT기업들을 중심으로 해외에서는 ‘원한다면 계속해서 재택근무를 해도 된다’며 근무 혁신에 나서고 있다.

미국 생명보험사 매스뮤추얼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98%의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직원들이 기본 업무로 동등한 환경에서 평가를 받고 그에 따른 만족도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두바이의 부동산 개발사 에마르는 직원들의 업무 규정을 없애고 유연하게 업무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했고, 일본 기술기업 후지쯔는 연공서열에 기반한 승진제도를 정비하고 생산성에 의한 업무수행 평가 도입을 가속화하는 등 현재 상황을 기회로 삼고 있다.

이처럼 재택근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하나의 흐름이자 구직자들에게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재택·원격근무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다. ‘여건이 갖춰지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식의 조건부 방식은 아니다.

집에서 일하는 게 자연스러운 회사, 집에서 일해도 업무효율성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회사가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살아남을 경쟁력 있는 회사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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