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 지평을 여는 우리 자본시장

안희준 성균관대 교수, 증권학회장
  • 등록 2020-12-09 오전 5:30:00

    수정 2020-12-09 오전 5:30:00

우리 증시는 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혀 부동산에 비해 국민의 재산증식 수단으로써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악재까지 겹치며 한 달 만에 다우지수가 37% 하락하고 코스피도 35% 하락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겪었다.

그러나, 다양한 우려 속에서도 우리 증시는 빠르게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코스피는 연일 역대 최고점을 경신하는 반전을 보였다. 특히, BBIG으로 대표되는 신성장업종 기업들은 코로나 위기를 기회 삼아 오히려 선전하고 있다. 3~8월 동안 바이오(+75.5%) 및 언택트 업종(+46.6%)은 상승률 1·2위를 기록하며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이에 힘입어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5%를 넘어섰다. 고평가라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과 같은 자본시장 중심 선진국의 비율은 더 높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주가수익비율(PER) 상승과 함께 우리 시장의 난제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어드는 동시에 은행 중심의 금융에서 벗어나 우리 자본시장의 위상이 변화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최근 우리 주식시장의 변화는 개인투자자의 적극적인 자본시장 참여가 상당 부분 기여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부동산시장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투자처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인은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충분한 시중 유동자금과 함께 주식시장으로 들어왔다. 올해 3~10월 동안 개인은 코스피에서만 37조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25조원, 기관은 14조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된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개인들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투자를 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안정감도 주식시장의 활황에 영향을 주었다. 지난 3월 단기자금시장이 불안조짐을 보이자, 기재부, 금융당국, 한은은 10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전액공급방식 RP지원 제도’ 등 구체적이고 신속한 조치를 취했는데 금융시장 안정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최근 개최된 한국증권학회 국제학술대회의 기조연설에서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여 미국 정부가 행한 신속한 지원책은 채권시장 유동성 회복에 큰 도움을 주었다’라는 미국 일리노이대 알메이다 교수의 설명과 궤를 같이한다. 이런 우리 정부의 전방위적 대응은 시장이 반등할 수 있다는 심리적 지지선이 되었고, K방역과 더불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었다.

물론 섣부른 낙관론은 금물이다. 코로나 위기의 장기화 우려, 단타 위주의 개인들의 ‘묻지마 투자’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투자문화가 지속가능한 형태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투자와 위험에 대한 인식이 함께 제고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자산관리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야 한다. 펀드, 랩어카운트, 연금 등 자산관리형 상품은 투자자들에게는 분산투자 및 장기투자를 통한 안정적 수익을 제공하고, 시장의 수급불안으로 인한 변동성도 줄여줄 것이다.

증시의 상승은 개인들의 자산 증식에 그치지 않고, 국내 기업과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발판이 된다. 증시 활황으로 올해 10월까지 60여개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통해 3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채·주식발행 등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실적은 2015년 이후 지속 증가하고 있다.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우리 자본시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멧갈라 찢은 제니
  • 깜짝 놀란 눈
  • "내가 몸짱"
  • 내가 구해줄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