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주회사制에 '메스'…촘촘한 '稅인센티브' 짠다(종합)

공정위, 지주회사 수익구조 및 출자현황 분석 결과 발표
지주회사 자본확충 없이 손자·증손회사 늘려 지배력 확대
공정위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 사익편취 이용 우려 상당”
  • 등록 2018-07-04 오전 6:00:00

    수정 2018-07-04 오전 6:00:00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소유지배구조 투명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으로 도입된 지주회사 제도가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사익편취 등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열사로부터 배당금을 받기보다는 브랜드수수료, 부동산임대료, 경영컨설팅 수수료 등을 매개로 내부거래를 하면서 총수일가의 지갑을 채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지주회사가 직접 출자부담을 지는 자회사보다는 손자회사, 증손회사 등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여년간 운영된 지주회사 제도의 부작용이 드러난 터라 ‘메스’를 댈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런 통제장치 없이 운영되는 계열사와 내부거래에 대한 공시의무를 확대하고, 자회사에 대한 지분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이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당금보다 브랜드수수료 등 수입..다단계 출자구조 드러나

공정위는 3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18개 대기업집단(총자산에서 지주회사의 종속회사 지분이 50%를 넘는 집단)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주회사제도는 지난 1986년 과도한 지배력 확대 등 문제로 전면 금지하다 국제통화기금(IMF)시절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기업집단의 소유구조 투명화 차원에서 허용됐다. 당시에는 2단계(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 이상 출자금지, 자회사 지분율 요건(비상장사:50%, 상장사 30%), 부채비율 100% 등 엄격한 조건이 부여됐다.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이 더디자 공정위는 일부 조건을 풀어주면서 규제를 완화했다. 현재는 3단계(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 출자를 허용하고,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은 상장은 20%, 비상장은 40%로, 증손회사의 지분율은 100%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200% 초과 금지 등 조건이 부여되고 있다.

문제는 규제완화 과정에서 소유지배구조 투명화보다는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 사익편취 등 수단으로 이용될 부작용이 커졌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우선 지주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배당금을 받기보다는 내부거래 방식으로 브랜드수수료, 부동산임대료, 경영컨설팅 수수료를 과하게 받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18개 전환집단 지주회사 중 11개사에서 배당수익 비중은 50% 미만이고, 부영(0%) 셀트리온홀딩스(0%) 한라홀딩스(4%) 한국타이어(15%) 코오롱(19%) 등은 20%미만에 그쳤다. 지주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이 50%가 넘는 터라 배당수익도 50%에 근접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적은 것은 정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런 회사들이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의 배를 불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주사와 소속회사간 내부거래 비중은 55%에 달하는데, 이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회사의 평균 내부거래비중 14.1%을 크게 웃돈다. 더구나 내부거래는 모두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고 공시도 없고, 이사회 의결도 이뤄지지 않아 내부거래 감시 및 견제 장치가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자구조도 일반그룹회사보다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도 부작용 중 하나다. 지주회사가 직접 출자부담을 지는 자회사보다는 손자회사·증손회사 등을 대폭 늘려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를 늘리기 위해서는 지주회사의 자본금 규모가 늘어나야 되는데 총수일가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자회사를 늘리기보다는 손자회사, 증손회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키우고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주회사의 경우 자회사는 2006년 9.8개에서 2015년 10.5개로 소폭 증가한 반면, 손자회사는 6.0개에서 16.5개로 대폭 늘었다.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은 “지주회사 부작용으로 우려했던 피라미드식 출자가 강화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지분율 강화보다는 법인세 개정, 공시강화 거론


공정위는 20여년간 운영된 지주회사제도의 부작용이 발견된 터라 수익구조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거나 자회사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등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적으로 브랜드수수료 공시제도 확대처럼 지주사 내부거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공시의무를 강화하는 카드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시장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국회에 계류돼 있는 지분율 강화 카드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박찬대, 채이배, 박용진 의원은 지분 의무 보유 비율을 20%에서 30%(비상장사 40%에서 50%)로 높이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공통적으로 발의해놨다. 지분율 요건을 강화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를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자칫 문턱을 높일 경우 지주회사 설립 및 전환이 위축될 우려도 적지 않다. 몇몇 지주회사의 부작용 문제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시장의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충분히 배당을 하고 있고, 자회사 지분율이 높은 회사가 오히려 피해를 볼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지분율 요건 강화라는 경직된 사전 규제보다는 법인세법 개정을 통해 계열사 지분율을 높게 유지하는 지주사에 대해 ‘인센티브’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자회사가 상장사일 경우 지분율이 20~40%구간에서는 자회사 배당금의 80%, 지분율 40% 초과시에는 100% 익금불산입하고 있다. 비상장사는 40~80%구간에서 80%, 80%초과지분율을 보유할 때 100% 세제혜택을 받는다. 익금 불산입은 법인세법상 타법인으로부터 들어온 배당금을 익금에 산입하지 않아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공정위는 지분율이 낮은데도 세제혜택을 많이 받고 있어 익금불산입 비율을 줄이고, 지분율이 높을수록 비율을 높이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세제혜택 구간을 좀더 촘촘하게 만들어 지분율을 높일수록 세금혜택을 얻도록 유인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지분율이 20~40%만 되더라도 배당금의 80%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돼 지주회사가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인책이 되지 못했다”면서 “어느정도 자회사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조건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현재 공정거래법 개편 특별위원회에서 여러 방식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면서 “법인세법 개편에 관해서도 기재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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