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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몸 못 가누는 고령 중환자 밀려드는데…보호자 화풀이까지 들을라치면 '씁쓸'

코로나 1년…'방역 최전선' 서울의료원 가보니
기약 없는 코로나와의 사투, 피로감 쌓여
의료인력 부족에 정부는 땜질 처방만…현장의견 수렴해야
  • 등록 2021-01-25 오전 5:50:00

    수정 2021-01-25 오전 8:43:56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병실에 올라가면 다들 개미지옥에 빠진 것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해요.”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111병동 고정은 간호사가 병실로 올라가기 위해 방호복과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지난 21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본관 7층 111병동의 코로나19 상황실에 설치된 모니터 앞. 1시간 30분 뒤 병실로 올라가는 오수연, 고정은 간호사가 일정이 빼곡히 담긴 A4 용지를 들고 16개 병실이 분할된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혈압·산소포화도 확인과 주사제 투여, 산소 치료기 조절 등의 업무를 마친 오전 근무조에 이어 병실에 올라가는 두 사람은 욕창 환자의 자세 변경과 기저귀 갈이, 점심 식사와 약 챙겨주기 등을 맡게 됐다.

병실 모니터에서 한시도 눈 못 떼

분할된 화면의 윗부분은 환자들의 움직임이 감지될 때마다 빨간색 가로줄이 깜빡였다. 대부분 가만히 누워 있거나 휴대전화기를 만지는 정도로 환자들의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황선이 111병동 파트장(수간호사)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양성 판정을 받으면 증상의 경중에 관계 없이 모든 환자가 서울의료원에 입원했지만 지금은 중환자들을 집중 치료하고 있어 환자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며 “작년 가을부터 요양시설 관련 집단감염이 급증하면서 의료진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한 어르신 환자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기준 서울의료원 본원 코로나 병동 입원환자 194명 중 20~40대는 8명, 5~60대는 51명인 반면 70대 이상은 79명으로 41%에 달했다.

작년 2월 28일 서울 시립 병원들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의료원 본원은 현재 중환자용 병상 285개를 보유중이다. 원래 정형외과 병동이었던 111병동은 작년 3월 11일 코로나19 병동으로 전환해 간호사 37명이 3교대로 39개 병상을 관리한다. 감염병 대응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인지도 벌써 10개월. 간호 인력들의 피로감은 극도로 쌓인 상태다.

특히 2~3차 대유행 시기부터 요양시설·병원, 정신병원 관련 집단감염 사례가 폭증하면서 간호사들이 체감하는 업무 강도는 이전보다 3배 이상 높아졌다. 3kg 무게의 레벨D 방호복에 고글, N95의료용 마스크까지 완벽히 갖춘 상태에서 수 시간 일하는 것도 버거운데, 혼자 몸을 가누기 힘들거나 기저질환으로 인해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환자들이 물밀듯이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요양시설 환자들의 경우 코로나 치료 뿐만 아니라 고농도 산소를 수시로 주입하고, 주기적인 자세 변경과 욕창 치료도 이뤄져야 한다. 특히 111병동에는 코로나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투여하는 환자가 3명 있는데, 이들이 정맥주사를 맞는 1시간 동안 옆에서 일일이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작년 여름까지는 병실에서 2시간 정도 머물면 환자들을 돌보는 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서너 시간 동안 일해도 시간이 빠듯해 병실에 올라가기 전 사전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할 상황이다.

서울의료원 111병동 간호사들이 코로나19상황실 모니터로 각 병실의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무엇보다 간호사들을 힘들게 하는 건 일부 환자와 보호자들의 과도한 요구 사항이다.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사달라거나 배달 음식을 들여보내 달라고 하는 건 그나마 약과다. 요양시설처럼 일대일 간병을 해주지 않느냐며 버럭 화를 내는 가족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호출에 왜 즉각 병실로 가지 않느냐”, “자세 변경 횟수가 너무 작다”, “밤 11시마다 아버지에게 MP3를 틀어달라는 요청은 왜 들어줄 수 없느냐”는 등 밤마다 보호자들의 민원, 항의 전화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생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가 온 힘을 다해 의료진에게 협조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한다. 지난 20일 임종 직전의 한 고령 환자는 코로나로 폐가 망가져 자세를 조금만 바꿔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간호사들을 배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눈물을 글썽이게 했다.

황 파트장은 “환자의 개인적인 요청을 거절하면 마치 부도덕한 사람인 양 몰고 갈 때마다 압박감이 상당하다”면서 “환자 곁을 지킬 수 없는 보호자들의 속타는 심정도 이해하지만, 이를 간호사에게 전가하고 화풀이 하는 모습은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파견·기존 간호사 급여 3배差… 사기 더 떨어뜨려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대증요법식 땜질 처방은 간호사들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는 일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파견인력 간호사 모집과정에서 기존 의료 인력보다 임금을 2~3배 더 책정하고 생활치료센터로 파견하는 의료 인력에 대해선 별도의 수당을 책정, 논란이 일었다.

이혜수 간호사는 “현장에 파견 간호사를 보내주는 것도 감사하고, 한시적 의료 인력에 대한 유인책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점에도 동의한다”면서 “다만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없이 추진하는 부분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오수연 간호사는 “간호, 간병에 대한 정확한 수요파악부터 선행해야 한다”면서 “생활치료센터 개소와 일반병동 전환도 사전에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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