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벌타받는 '10초 룰'...팬들은 신기한 광경에 즐거워

김시우 경기 중 퍼트한 공 멈췄다가 1분만에 '홀인'
PGA 투어 경기 규칙은 10초까지만 인정
선수 모두 알지만 애매한 규칙에 어쩔수 없이 위반
팬들은 신기한 볼거리에 박수 치며 환호
  • 등록 2021-04-20 오후 5:47:20

    수정 2021-04-20 오후 8:02:00

김시우(가운데)와 맷 쿠처(왼쪽)이 홀 앞에 멈춘 공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PGA 투어 중계 화면캡쳐)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18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턴 헤드의 하버타운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RBC헤리티지 3라운드. 김시우(26)는 3번홀에서 약 9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시도했다. 공은 홀 앞에 멈췄다. 홀 앞으로 걸어간 김시우와 함께 경기한 맷 쿠처(미국)는 이 상황을 웃으며 바라봤다.

잠시 기다리던 김시우가 홀아웃하려고 하자 쿠처가 “공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움직이는 공을 치면 1벌타다. 동작은 멈춘 김시우는 쪼그려 앉아 공이 놓인 상태를 자세히 확인했다. 쿠처와 캐디도 자세를 낮춰 홀 안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는 공을 살펴봤다. 잠시 후 공은 홀로 떨어졌다.

애간장을 태우던 공이 홀 안으로 떨어지자 김시우는 멋쩍게 웃었고, 이 상황을 지켜본 팬들은 신기한 광경에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갤러리 입장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오랜만에 대회장을 찾은 팬들에겐 즐거운 볼거리가 됐다.

미국 골프 전문매체 골프위크는 이날의 경기 상황에 대해 “그는 지켜봤고 기다렸다. 그리고 조금 더 지켜봤다. 마침내 버디 퍼트가 떨어졌지만, 결국 파가 되고 말았다”며 “1분이 걸렸지만, 공이 홀에 떨어지는 순간 많은 갤러리가 박수를 보냈고 김시우와 맷 쿠처는 활짝 웃었다”고 보도했다.

골프위크의 보도처럼 공이 1분 만에 홀 안으로 떨어진 탓에 버디로 인정되지 않은 건 아쉽다.

골프 규칙 13.3a에는 ‘홀에 걸쳐 있는 볼이 홀 안으로 떨어지는지 지켜보기 위하여 기다리는 시간’에는 10초 안에 홀로 떨어지면 직전의 스트로크로 홀아웃한 것이 된다고 명시됐다. 즉, 김시우의 공은 자연적으로 홀 안으로 떨어졌지만, 10초가 지나 퍼트를 한 번 더 한 것으로 간주했다. 이 같은 경기 규칙을 잘 알고 있는 김시우는 경기위원의 설명을 듣고 수긍하며 규정에 따랐다. 억울해하거나 실망하지도 않았다.

김시우는 SNS에 “10초 룰은 누구나 알고 있다”며 “홀아웃하려는 순간 맷 쿠차 선수가 공이 아직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해서 끝까지 기다려 봤다. 버디를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들어가서 신기해 웃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018년 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잭 존슨(미국)은 TPC리버 하이랜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 3번홀(파4)에서 약 5m 거리의 버디 퍼트한 공이 홀에 걸쳤다. 잠시 머뭇거리며 상황을 지켜본 존슨은 공이 그대로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자 홀 쪽으로 다가가 퍼터 헤드를 공 뒤에 대고 스트로크하려고 했다. 그 순간 멈춰 있던 공이 다시 움직이자 존슨은 어드레스를 풀었다. 잠시 뒤 공은 홀 안으로 떨어졌다.

상황을 돌려본 경기위원회는 공이 홀 에지에 멈췄다가 떨어지기까지 16~18초 정도 걸린 것으로 간주해 잭슨에게 1벌타를 부과했다. 김시우처럼 존슨의 성적 역시 버디가 아닌 파가 됐다.

존슨의 이 퍼트가 버디가 됐더라면 이날 경기를 공동 선두로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파로 기록돼 존슨에겐 아쉬움이 더 컸다.

이른바 ‘10초 룰’로 불리는 골프 규칙 13.3a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존슨은 경기 뒤 “논란이 있지만 10초 룰은 항상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공이 움직이고 있었다고 해도 공은 멈춰 있는 것으로 여겨야 했고, 나는 10초가 지나서 공을 탭하러 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왜 그런지 묻지 마라. 규칙이 그렇다”며 “규칙은 따라야 하지만, 그 규칙은 애매하다”라고 씁쓸해했다.

나상현 SBS골프 해설위원은 김시우의 경기 장면을 돌아본 뒤 “PGA 투어 선수라면 그 정도 규칙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며 “TV 중계를 통해 본 장면에서 김시우 선수는 속임수를 쓰지 않았고 규칙을 어겼거나 어기려는 의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동반자와 함께 공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길었지만, 이런 일은 어떤 선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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