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누가 제왕적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을까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30일 열려
수동적 뇌물공여이고 의사 결정권자 아니었는데
법원은 이 부회장을 실질적 수혜자로 간주, 판단
대통령 요구와 의사결정 과정 무시한 판단은 위험
  • 등록 2020-12-30 오전 5:00:01

    수정 2020-12-30 오전 5:00:01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이 30일에 열린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후 1년 4개월 만에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는 올해초 박영수 특별검사가 제출한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인해 9개월을 허송세월해야 했다. 정준영 부장판사가 지난해 12월 이 부회장에게 회복적 사법의 일환으로 불법행위 재발방지를 위한 준법감시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이 부회장이 이를 수용해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준법감시위원회를 발족하자, 기피신청까지 내며 반발한 것이다. 21일 열린 공판에서도 특검과 변호인측은 날선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의 형량 범위는 징역 5년에서 16년 5개월”이라며 “준법감시위 활동과 무관하게 고정된 수치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 총수와 임원들인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평범한 필부필부, 동일한 법적기준을 적용해 판결해주길 바랄 따름”이라고 최소 징역 5년 이상 선고를 주장했다. 이 부회장측은 “시민사회 소통 등 최우선 과제 설정, 4세 승계 포기와 노조 보장 등을 국민 앞에 약속했다”며 “적어도 약속하고 이행된 준법감시제도 개선내용이 재판용 허울, 껍데기가 아니라, 진정성 있고 실효성 지속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반박했다.

양형 요소로 반영될 준법감시위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파기환송심 재판을 좌우할 쟁점은 크게 2가지다. 우선 최순실(개명후 최서원)에게 대가를 요구하며 말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했느냐는 점이다. 이 부회장측은 수사 초기부터 다른 재벌그룹 회장처럼 줄곧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수동적 뇌물공여였다고 주장해왔다. 거듭된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어쩔수 없이 최씨와 계약서까지 작성하며 매달 정산된 비용에 대해 일정 금액을 지급했다는 게 이 부회장측의 항변이다. 삼성그룹 현안이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수동적 뇌물공여의 인과관계보다 더 핵심적인 것이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박정희 개발독재의 패러다임이 그대로 온존돼 있는 한국사회라는 점이다.

6월 민주화운동에 따라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국민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1987체제’가 출범했지만, 본질은 1972년 유신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신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등 헌법기관에 대한 인사권이 ‘1987체제’에서도 바뀐 게 없다. 과연 누가 제왕적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 이를 간과한 판단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인식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 부회장이 의사 결정권자였냐는 점도 쟁점이다. 일부 엇갈리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지분 증가 등 실질적 이익을 본 사람이 이 부회장이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과 상관없이 이 부회장이 최종적인 결정권자라고 판단했다.

기업 현실을 전혀 도외시한 인식이다. 지난 2015년 5월 고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 5월 이 부회장을 총수로 지정하기까지,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을 주도했던 인물은 최지성 실장 등 미래전략실 실·차장이었다.

사장단이 참여하는 회의를 해도 이 부회장은 상석에 앉지도 못했다. 기업에서는 앉는 자리, 자리 배치를 보면 누가 회의를 주재하는지, 누가 의사결정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이라서, 대통령 초대 자리에 불려 나갔을 뿐, 의사결정 위치에 있지 않았다. 상황을 무시한 판단은 논리적 정합성을 가질 수 없다.

4년째 이어져 온 재판을 이제는 끝낼 때다. 회복적 사법을 실천해 온 정준영 부장판사가 내년초 선고공판에서 어떤 판결을 내놓을지, 쟁점에 대해서는 어떤 해답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모든 사람과 사물, 현상은 역사성과 논리적 정합성으로 인식하고 판단해야 한다. 이 부회장도 평범한 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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